훨씬 가벼운 혐의로 前대통령은 2년형을 받았다
작년 지방선거 때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내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내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공사 사장 자리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불출마 대가로 공직을 주겠다고 청와대가 제안했다는 것이다. 임씨는 다른 인터뷰에선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이 어차피 (선거에서) 이기기 어려우니 다른 자리로 가는 게 어떠냐며 고베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고 했다. 제안을 거절했더니 당시 임종석 비서실장이 연락해왔다고 한다. 청와대가 송 시장 지지 선언을 한 무소속 국회의원의 지역구 숙원 사업 해결을 논의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의 주요 참모들이 송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 매수'를 시도하고 청와대 권한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과 후보 매수는 선거 제도의 공정성을 허물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다. 전
정권 청와대가 선거 여론조사를 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댓글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적도 있다. 정보 경찰들은 선거 동향 파악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정권의 선거 범죄는 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국정원 댓글의 수천, 수만 배에 해당하는 드루킹 대선 여론 조작
사건으로 대통령의 최측근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방선거에서 경찰을 동원한 표적 수사로 야당 후보들을
공격해 선거에서 떨어뜨리더니, 같은 당 경쟁 후보는 매수까지 했다고 한다.
그 책임에서 대통령은 자유로울 수 없다. 송 시장 출마를 요청한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송 시장 측 업무 일지가 나왔다. 대통령 최측근인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한꺼번에 '후보 매수'에 개입했다. 상식적으로
대통령 지시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에게까지 의혹이 번진 것이다. 그야말로 엄중한 사태다. 그러자 민주당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선거법
대신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이른바 검찰개혁 관련 법을 먼저 처리한다고 한다. 수사가
대통령에게 다가가자 검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수사 방해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19-12-2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탄핵에 이를 수도 있는 대형 사건을 외면하는 방송들
청와대의 울산 시장 선거 공작이 드러나는 가운데 KBS 공영노조가 "의혹의 몸통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KBS는 대통령의 선거 개입 증거를 즉각 보도하라"는
성명을 냈다. 그제 청와대 비서진이 후보 매수 등에 개입했고 이는 송철호 후보 출마가
대통령 뜻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KBS는 18일
메인 뉴스에서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KBS 공영노조는
"(KBS 보도에) 문재인 대통령은 쏙 빠져 있다"고 했다.
KBS만 보도하지 않는 게 아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주일간 울산 시장 선거 관련 기사를 단 한 꼭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조국 가족 수사 언제 끝나나… 유죄 나올 때까지?'라는 제목의 뉴스에 김기현 전 울산
시장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느냐"는
육성을 끼워 넣었을 뿐이다.
울산 시장 선거 공작 사건은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보다 훨씬 가벼운 선거 개입 문제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직 대통령이 실정법을 위반하면 탄핵 소추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지경이니
많은 국민은 청와대의 선거 공작 사건을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검찰이 무슨 일로 싸운다는
정도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다.
선거 공작 보도 외면뿐이 아니다. 선거제도를 국민 누구도 알 수 없는 해괴한 제도로 바꿔
특정인들을 당선시키고 범여권의 과반수를 보장하려는 심각한 사태에 대해서도 주요 방송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MBC는 한국당이 국회에서 벌인 선거법 변경 반대 집회만
이틀 연속 네 꼭지나 보도하며 비판했다. KBS 공영노조는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는 비호하고, 그 권력에 저항하는 국민을 폭도처럼
보도하는 방송들"이라고 했다. 이런
언론 환경을 믿고 권력은 지금도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차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마음대로
넘고 있다.
-조선일보(19-12-2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제 하루 국민이 접한 어이없는 일들
19일 하루 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졌거나 알려진 일들은 이 나라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만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에 조대엽씨를 임명했다. 그는 첫 조각 때 장관에 지명됐다가 만취 운전 전력과 그에 대한 거짓 해명 때문에 물러났다. 문 대통령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 때 "음주
운전은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고 했다. 그래서 '윤창호법'도 만들어졌다. 그래
놓고 만취 운전으로 장관직에서 낙마한 사람에게 청문회가 필요 없는 자리를 줬다.
교육부는 동양대 최성해 총장의 1998년 취임과, 총장
부친의 2001년 이사장 취임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며 최 총장의 면직과 부친의 임원 승인 취소를 결정했다. 누가 봐도 최 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비위를 폭로했던 일에 대한 보복이다. 고인이 된 부친에 대한 임명 취소는 치졸하기 그지없다. 같은 날
나온 정부의 두 조치가 남에겐 가을 서리 같고 자신에겐 봄바람 같은 정권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문제의 서울 흑석동 건물을 매입하기 하루 전 친동생도 인근 재개발 건물을 사들인
사실이 알려졌다. 김 전 대변인은 사퇴하면서 "아내가
나와 상의하지 않고 투자해서 나는 몰랐다"고 변명했다. 아내와
동생이 자신에게만 비밀로 하고 같은 지역 부동산을 동시에 사들였다는 말인가. 김 전 대변인은 최근 그
건물을 팔았는데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구입과 매각 시점이 어떻게 이렇게
절묘한가. 이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 경제부총리는 다주택 보유 공직자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팔라고 사실상
지시했다. 총선용 쇼일 뿐이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광란을
일으킨 정권이 왜 그 뒷감당을 공직자들에게 강요하나.
지난 10월 주한 미 대사관저 난입 사건에 대해 징계를 받은 경찰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친북 단체 10여명이 대사관저 담을 넘어
들어가 1시간 넘게 시위했는데 경찰은 "대처에 잘못이
없었다"고 한다. 중국대사관저가 공격받았어도
경찰이 이랬겠나.
작년 7월 동남아로 이주했다는 대통령 딸이 아버지 동창인 갤러리 대표에게 일자리 문의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 임기 중에 직계 가족이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은 전무후무할 일이다. 국민 세금으로 경호 경비가 소요되고 있다. 많은 여론이 해외 이주
사유를 밝히라고 하는데도 1년이 넘도록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제대로 보도되지도 않고 이상한 여론조사는 정권 지지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이를 믿는지 권력은
못 하는 일이 없다.
-조선일보(19-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