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조사가 國政 지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신천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검찰에 지시한 것에 대해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이 인용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발표한 자료였다. 신천지는
우한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 책임이 있고, 당연히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말에 법무부가 신천지 강제수사를 지시했다고 일부러 공개한 것은 관련자의 잠적으로 수사뿐만 아니라 방역에도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모든 걸 신천지 탓으로 돌려 정부 책임론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시선도 있다. 추 장관은 리얼미터 조사를 들먹이며 논란에 맞섰지만,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마저 여론조사에 의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리얼미터 조사를 '국정(國政) 지침'처럼 떠받든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작년 11월 교육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발표하면서 "여론조사에서 폐지 찬성이 50% 넘게 나왔다"고 했다. 교육부 발표 직전 리얼미터 조사에서 자사고 등의
일반고 일괄 전환 찬성이 54%였다. 10월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리얼미터 조사를 인용해 "국민 62%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며 "국민적 판단은
거의 끝났다"고 했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가 '재론(再論)의
여지가 없는 국민의 뜻'이란 주장이었다.
9월에는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조국 전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여론조사를
보면 과도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고 했다. 이 전
총리가 인용한 여론조사도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 49%, '적절하다' 43%였던 리얼미터 조사다. 4월에는 후보자 시절 주식 투자 논란에
휩싸였던 이미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리얼미터가 '부적격'이 '적격'의 두 배 가량인 조사 결과를 내놨다가, 3일 뒤 질문을 바꿔 '임명 찬반이 엇비슷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자 민주당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여론이 호전됐다"고 했고, 청와대는 이 재판관 임명을 강행했다.
여권(與圈)의 '리얼미터 의존증'은 정부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만 콕 집어 '국민의 뜻'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탈원전이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반대, 민생·경제와 부동산
문제 불만 등 정부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국민적 판단'이라고
말하는 여권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추 장관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신천지 압수수색 필요성을
주장한 것에 대해선 "같은 논리라면 한국갤럽 등 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원하는 중국발
입국은 왜 안 막나"란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여당은
여론을 중시해서 여론조사를 앞세우는 게 아니라,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만 내세우며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혹세무민(惑世誣民) 정치에 나라가 멍들고 있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조선일보(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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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비례 7석 우리 몫" 담합조건 제시, 부끄러움을 모른다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범여 연합 정당' 참여를 구체화하고
있다. 작년 선거법 개정을 주도했던 김종민 의원은
5일 "비례 7석 정도를 민주당이 차지하는
연합 공천"을 거론했다. 연합 정당의 민주당
몫을 밝힌 것이다. 나머지를 놓고 정의당 등과 '흥정'하겠다는 의미다. 얼마 전 여당 원내대표가 "정의당 등과 같이하는 순간 X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선거가 다급해지니 'X물'에라도 뛰어들려고 한다. 정의당도 말을 바꾸고 있다. "비례 민주당이든 연합 정당이든 꼼수 정당"이라고
비난하더니 이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안 낸다는) 최재성
의원 안이 제안된다면 적극 검토해 볼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선거법 강제 변경에 이어 새로운 야합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이들은 미래통합당 비례 정당에 대해 온갖 비난을 퍼부어왔다. "가짜
정당" "속임수 정당" "쓰레기
정당" "코미디 정치" "참
나쁜 정치"라며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래놓고 비례용 연합 정당을 하겠다고 한다. 창당과 연대는 다르다고
하겠지만 말장난일 뿐이다. 김종민 의원은 작년 말 "꼼수에
정수(바른 수)로 대응하면 반드시 꼼수가 무너진다"고도 했다. 비례용 정당은 꼼수이고 비례용 연합 정당은 정수라고
우길 셈인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도 정도가 있다.
민주당 등은 국민이 내용을 알 수도 없는 괴물 선거법을 만들면서 "정치 개혁"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보도된 민주당 핵심들의 대화록을
보면 '개혁'은 허울이고 대통령 관심사인 공수처 신설과
군소 정당이 원했던 선거법을 엿처럼 바꿔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비례 의석을 노린 정당이
우후죽순 생겨나 70개를 넘겼는데 이제 와서는 야합 당사자들끼리 비례 의석을 나눠 먹는 용도로 정당을
따로 만들겠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기틀인 선거와 정당을 장사치들 거래 수단 취급하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조선일보(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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