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대통령, 무엇에 쫓기길래 이렇게 다급한가] [미안하면 지는 거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정권의 위기..

뚝섬 2020. 3. 14. 07:02

대통령, 무엇에 쫓기길래 이렇게 다급한가

 

대통령 예측과 약속 쉽게 뒤집히면 위조지폐 발행과 마찬가지
'
後進' 청와대가 萬事 지도하려 들어 나라 전체가 ''로 前進

 

나라가 재난을 당하면 위기 돌파를 위해 온 사회가 지도자를 중심으로 재정렬(再整列)한다. 그 과정에서 평소 눈여겨보지 않던 지도자의 특징과 그 사회의 성격이 만천하(滿天下)에 드러난다. 위기 돌파 리더십의 핵심은 국민의 잠재(潛在) 능력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약속을 담보로 제공하고 국민의 자발적 협력을 얻어 쓴다. 대통령의 마스크 공급 발언은 '작지만 큰 약속'이다. 작은 약속이 무너지면 큰 약속은 하나마나다.

마스크 공급과 번복 결정 과정에는 대통령·국무총리·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련 부처 여러 장관이 관여했다.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우선 정부 부문이 민간 부문에 비해 너무나 낙후(落後)됐다는 사실이다. 우한 코로나 대처 과정에서 득점(得點)은 민간 부문이, 실점(失點)은 정부가 도맡았다. 올해 정부 예산이 512조원이다. 한국 최대 기업이다. 대통령은 그룹 오너, 국무총리는 얼굴마담 부회장, 장관은 계열사 사장에 해당하는 셈이다. 민간 기업에서 똑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면 그 기업이 어떻게 됐겠는가. 확실하게 파산했을 것이다. 정부가 파산하지 않고 굴러가는 이유는 딱 하나다. 경영이 매출액(賣出額)이 아니라 국민 호주머니에서 강제로 꺼내가는 세금을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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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써내는 답안지에는 100점짜리가 드물다. 그렇다고 낙제점을 받는 일도 없다. 대체로 70~80점짜리 정답을 생산한다. 관료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기 집단의 기득권―인허가권, 감사·감독권, 인사제청권(提請權)―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지시가 있었다고 정말로 눈치 없이 규제철폐 정책을 밀고 나갔다간 왕따가 된다. 여기까지는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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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에 봉사하는 관료들의 특징은 계급이 높을수록, 경험이 풍부할수록 무능(無能)하다는 것이다. 무능해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각 부처 장차관은 청와대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청와대는 낙후된 정부 부문 중에서도 가장 후진적(後進的)인 곳이다. 청와대 행정관도 군() 참모총장을 근처 다방으로 불러낼 만큼 힘이 세다. 청와대 톱니와 장차관 톱니의 크기가 맞지 않을 때 부러지는 쪽은 항상 장차관 톱니다. 인간이건 동물이건 진화(進化)의 방향은 '효율' 쪽이 아니라 '생존' 쪽을 향한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 이렇게 몇 년이 흐르자 대한민국은 ''로 전진(前進)하는 나라가 됐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들여놓은 후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었다. 이 정권 들어 부동산정책을 열아홉 번 발표했다. 그때마다 상황은 비틀리고 악화됐다.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없애고 대학정시 비율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사이 사교육비는 최고 속도로 최고 높이로 치솟았다. 원전(原電) 이용률을 일부러 줄이고 조() 단위 돈을 들여 보수한 원전을 조기 폐쇄하는 에너지 정책의 말로(末路)도 마찬가지다. 한 해 5~12조원 수익을 내던 한전을 적자 기업으로 돌려놓았다. 조금 있으면 기술 인력 공급이 끊겨 진짜로 안전 운행을 걱정해야 한다.

남쪽식() 주체(主體)외교는 동맹을 멍들게 하고 대한민국을 세계의 떠돌이로 만들었다. ()동유럽 국가들이 밟았던 위성(衛星) 국가로 가는 길을 되밟는 조짐 같아 불길하기만 하다. 훈련이 사라진 대한민국 군대의 병기(兵器)에 얼마나 녹이 슬었는지를 누가 점검하고 있는가.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 얼빠진 발언으로 국민의 혈압을 올린 사람들은 모두가 장차관급 이상이다. 그들이라고 영혼이 없겠는가. 이 모든 사태 배후에는 '후진(後進)' 청와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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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무의 대부분은 신용(信用) 장사다. 대통령의 예측과 약속은 돈을 찍어내는 것과 같다. 신용을 잃는 순간 위조지폐가 되고 만다. 터널에 갇힌 사람에게 다가오는 반짝이는 불빛은 두 가지다. 하나는 터널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기쁜 신호다. 다른 하나는 마주보고 달려오는 다른 열차의 불빛이다. 이것은 재난의 출구가 아니라 더 큰 재난의 입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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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독일 총리의 말처럼 '우리는 코로나 19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모르는 것은 심각하게 대처해야한다'. 낙관(樂觀)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성급한 낙관, 그것도 번번이 빗나가는 대통령의 낙관은 국민을 신호등(信號燈) 꺼진 네거리로 내몬다. 대통령은 지금 무엇에 쫓기길래 이렇게 다급한가.

 

-강천석 논설고문, 조선일보(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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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면 지는 거다

 

국민 70명이 죽었는데도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 없어
"
잘못하면 사과하라"는 상식이 먼지처럼 허무해진 세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마지막으로 사과한 것은 2018 7월이다. 그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했다. 지키지 못한 다른 공약이 허다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 생뚱맞은 사과였다. 이후로는 자신이 한 일에 제대로 사과한 적이 거의 없다. 엉터리 경제정책으로 가장들이 줄줄이 일자리를 잃어도,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도, 방역 실패로 국민 70명이 목숨을 잃어도 결코 사과하지 않았다. 최근 마스크 부족 사태에 문 대통령이 모처럼 사과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마스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장관들을 질책했다. 안타깝다는 의미의 '송구'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와 엄연히 다르다.

문 대통령은 왜 이리 사과에 인색할까. 얼마 전 지인들과 자리에서 이 주제로 얘기가 오갔다. 누군가는 문 대통령이 변호사 출신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법적 분쟁에서 사과는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먼저 "미안하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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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는 전직 대통령들을 반면교사 삼은 것 아니겠냐고 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이명박 대통령은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 "저 자신을 자책했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시위는 사그라들기는커녕 오히려 기세가 올랐다. 태블릿 PC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사과가 능사가 아니라는 교훈을 문 대통령은 전임자들의 사례를 통해 배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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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흡사 교주와 광신도 같은 문 대통령과 지지자들의 특수 관계에서 원인을 찾았다.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교주를 재림신으로 받들듯, 지지자들에게 문 대통령은 무오류(無誤謬)의 철인(哲人)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면 그건 대통령 잘못이 아니라 발목을 잡는 야당, 언론, 친일파, 신천지, 재벌, 검찰, 기득권 세력 탓이라는 세계관이 '문빠'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대통령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지지자들은 어떤 논리를 동원해서든 대통령을 결사 옹위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신자들의 마음에 의심이 자라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정권의 위기라는 걸 문 대통령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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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누군가는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 이유를 공감 능력 부족에서 찾았다. 종종 상황에 맞지 않는 언행을 보이는 것이 그 증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지뢰로 발목을 잃은 병사를 찾아 "짜장면 먹고 싶지 않으냐"고 묻고, 천안함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불러 김정은과 손잡고 웃는 사진을 선물했다. 세월호 당일에는 점심 저녁으로 고급 일식을 즐겼고, 코로나 첫 사망자가 나온 날엔 짜파구리를 먹으며 파안대소했다. 남의 아픔을 공감 못 하는 사람이 어떻게 미안한 감정을 가질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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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사과하지 않는 이유를 국민은 이리저리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잘못이 있으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라'는 기본적 상식이 이 정권에서 먼지처럼 허무해졌다는 사실이다. 서글프지만, 상식이 전도된 시대를 살아가려면 부모가 자식에게 전하는 가르침도 이렇게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뻔뻔해져라. 내로남불을 기본기로 장착하고 절대 사과하지 말아라. 미안하면 지는 거다."


-최규민 경제부 차장, 조선일보(2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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