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빠'를 향한 이해찬의 '마지막 소임'
'비례민주당' 당원 투표… 65년 역사 민주당의 운명, 패권의 화신 '문빠'에 맡겨
결과에 어떻게 책임질 건가
"이해찬 대표 어디 편찮은 거 아니냐?" 요즘
부쩍 이런 말이 많이 들린다. 올해 68세인 그는 거동이
다소 불편하다. 가끔 말실수도 한다. 측근들은 하나같이 펄쩍
뛴다. "이 대표의 판단력은 여전하다.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정확한 결정을 내린다." 이 대표는 특히 선거 기획에 탁월하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정한 능력이다.
그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비례민주당'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엔 본인도 반대했다.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노(老)정객의 말에 진정성도 느껴졌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의석을 도둑맞게 생겼다"며
돌아섰다. 그리고 결과가 뻔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이번
투표로 자칭 '문파', 타칭 '문빠'의 실체가 드러났다. 80만
당원 중 24만명이 투표해 18만명이 찬성했다. 그간 문파 10만설, 100만설
등이 있었으나 이번에 똘똘 뭉친 지지자 숫자를 확인했다.
이들은 시비(是非)보다 승부(勝負)가 중요하다. 조국의
부정도, 울산 선거 개입도 옳고 그름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이기느냐 지느냐다. 그래서 '밀리면 안 된다'고 한다.
비례당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는 것"(이해찬)이어도, 아무리 "국민을 얕잡아보는 눈속임"(이인영)이어도,
"민주주의 역사를 모욕하는 꼼수"(조정식)라도 상관없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따라 하기란 소릴 들어도 괜찮다. 선거에서 이길
수만 있으면 된다. 기득권 사수를 위한 몸부림이다.
문파들은 복수한다. "경기가 거지 같아요"라는
아산의 반찬가게 주인을 "불경하다"며 신상을
털었다. 민주당이 사과하고 고발을 취하한 임미리 교수를 자기들이 다시 고발했다. 울산 사건의 핵심 피고인 황운하에겐 경선 승리를 안겨줬다. 조국
사태 때 소신 발언을 한 금태섭 의원은 지역구에 출마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신인에게 패했다. 친박의
진박 감별을 보는 듯하다. 패권적 행태다.
문제는 다시 이 대표다. 그가 대표하는 더불어민주당은
1955년 신익희·조병옥의 민주당을 당사(黨史)의
기원으로 주장한다. 홈페이지에 가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뿐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과 통일민주당도
자신들의 역사에 넣어놨다. 이 대표는 1988년 국회의원을
시작했다. 민주당 65년 중 32년을 함께했다. 민주당이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당의 앞날을 기득권 사수와 패권의 화신을 자임하는 문파에게 맡겼다. 애초 이 문제를 당원 투표에 부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 대표가
안 하겠다면 그만인 구조였다. 최고위원도 여러 명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손에 잡히지 않는 5000만보다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18만을 택했다. 친문들은 "야당이
이기면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국회의원 300명 중 200명이
필요한 탄핵 때문에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같은 당 비문(非文)은 유사시 비박(非朴)처럼 절대 믿지 못할 사람들이라는 고백, 아니면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엄살에 불과하다.
시비가 아니라 승부만 중시하는 태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잘 싸우는 선수도 언젠가
한번은 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굳이
말하면 승부보다 시비, 패권보다 타협의 영역에 가깝다. 민주당이 65년간 살아남은 것도 이런 점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대표직을 "마지막 소임"이라고
했다. 비례민주당이 옳은 판단이었는지 곧 판가름날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 나가지 않는다. 결정의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지 궁금하다.
-황대진 정치부 차장, 조선일보(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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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 명령 거역 말라" 끝까지 당당한 '조국' 연루 靑비서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촛불시민의 명령을 거스르려는 특정 세력의 준동을 좌시할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비리 혐의로 기소돼 물러나는 고위 공직자가 사과 한마디 없이 검찰을 비난하며 '출사표'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과거 청와대 참모진은 범죄 연루 의혹만 나와도 바로 물러났다. 하지만
최 비서관은 청와대 방패막이 뒤에 숨어 50여일을 버텼다. 그러다
갑자기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라면서
사표를 냈다.
최 비서관의 혐의는 조씨 아들 입시를 위해 허위 인턴 확인서 조작을 도운 것이다. 확인서를
건네며 "아들 합격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1년 뒤 조씨가 수석이던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비서관이 됐다. 조국 아들 인턴 확인서를 떼준 공로로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 비서관은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것을 '날치기 기소'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는 음모' '특정 세력의 준동'이라고
했다. 검찰의 수차례 출석 요구도 거부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키는 인사 검증을 직접 하기도 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총장 세력의 사적 농단을 수사할 것"이라며 대놓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렇게 버티던 최 비서관의 갑작스러운 퇴진 이유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때문일 것이다. 선거에
부담을 줄까 봐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여당이 만드는 비례정당 출마설도 나온다. 울산
선거 공작에 행동대장으로 나섰던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핵심 피고인이 여당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 나섰으니 최 비서관이 비례대표 후보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나.
-조선일보(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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