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이기는 한국의 혁신 기업들과 우수한 의료진의 힘
한국과 이탈리아는 인구가 각각 약 5100만, 6000만명이고 GDP 대비 의료비 비율도 7~9%로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은 확진자 8000여 명 중 사망자가 70여 명인 반면 이탈리아는 확진자가 2만명이 넘고 사망자도 무려 1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치명률이 7%를 넘고 있지만 한국은 0.89%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치명률은 미국(2.16%) 프랑스(2.15%) 일본(1.97%)보다도 훨씬 낮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외신들이 한국을 분석하는 보도를 내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하루 최대 2만명 검사 능력을 갖춘 한국에 대해 "공격적인 질병 진단이 바이러스와 싸울 때 좋은 무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언론도
"검사 횟수를 비교하면 한국이 일본의 30배에 가깝다"고 했다.
한국이 꼬박 하루 걸리던 검사를 6시간으로 단축시킨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대량생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가
보유한 진단 키트가 200개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 CNN은 "한국은 지금까지
23만명 이상을 검사했다"며 그 배경에는 '씨젠'이라는 기업이 있다고 했다. '씨젠'
대표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폐렴으로 학업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거처 한 중위권 대학 농학과를 졸업한 벤처 사업가다. '씨젠'은 우한 폐렴 확산 초기인
1월 중순 진단 키트가 대량으로 필요할 것을 예측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국내에 첫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이었다. 불과 2주 만에 진단 키트 개발에 성공하고
대량생산 체제까지 마쳤다. 그때까지도 중국과 한국 정부는 우한 코로나를 가볍게 여기며 낙관론을 펴고
있었다. 하지만 씨젠은 바이러스 특성상 우한 코로나가 곧바로 한국으로 퍼질 수밖에 없다는 '과학'만을 믿고 그대로 추진했다.
'씨젠' 이후 '코젠' 등 여러 회사가 진단 키트 생산에 합류했다. 중소기업 한 곳의 혁신가
정신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상황은 크게 다를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전문가들 역할도 컸다. 메르스를 경험한 전문가들이 민간기업 씨젠의 신제품 사용 신청에 일절 갑질 없이 신속히 협조했다.
의심 환자가 차에 탑승한 채로 검사받는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도 미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활용을 직접 지시할 정도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아이디어의 최초 제안자도 한국 병원 의사다. 마스크 문제 역시 민간기업이 주도하면서 해소될 전망이 보이고 있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할 때 착실히 준비하는 기업들이 있었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가 이달 초에 기계 제작을 시작해 조만간 제조 장비 50대를 가동할 수 있다고 한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사 셀트리온도 마스크 생산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 기업들의 혁신 정신과 추진력은 놀라울 정도다.
한국의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 시스템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에선
의료가 사실상 사회주의 체제로 가면서 우수한 의사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갔다. 포퓰리즘으로 국가 재정이
부실화되면서 병상 등 의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의료 공백' 차질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국 의료는 민간 병원 중심으로 발전해왔고 민관 협력 체계도 잘 구축돼 있다.
우수 인재도 의료 분야에 많이 몰려 있다. 외국에선
"한국 정부에서 배울 점은 없어도 한국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의 헌신은 배울 것이 많다"고 한다. 혁신하고 추진하는 우리 기업들과 세계 최고 수준
의료진이 코로나를 결국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
-조선일보(20-03-1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코로나가 스포츠에 준 소중한 기회
바이러스로 전 세계 스포츠 꽁꽁… 언젠가 선수·함성은 돌아올 것
흥행·돈 중시하던 구단·선수들, 팬 한 명의 소중함 느낄 계기 되길
공이 코트에 통통 튀기는 소리가 관중석에서 흡수될 곳을 찾지 못해 온 사방에 울려 퍼진다. 감독의
호통, 코트를 긁어대는 운동화의 마찰음까지 생생하게 귀에 울린다. 텅
빈 관중석을 바라보며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선수들의 하소연도 섞여 들려온다.
얼마 되지 않아 허공을 맴돌던 그 메아리마저 자취를 감췄다. 선수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입김
대신 냉기, 팬들의 우렁찬 함성 대신 적막감이 경기장을 짓누른다. 갈
곳 없는 팬들은 지난 경기만 되풀이하는 스포츠 채널 앞에서 방황하며 한숨만 토해낸다.
'노(No) 스포츠 데이'가 거짓말처럼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날을 또 겪을 줄은 몰랐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로 계엄령이 실시됐던 1979년 말 잠시 올 스톱된 적이 있었다. 그땐 경기를 재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소연할 상대(계엄사령부)라도 있었다. 이번엔 상대할 적은 바이러스(우한 코로나)다. 보이지도
않고, 말도 안 통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를 순식간에 무릎 꿇렸다. 유럽에 이어 프로스포츠의
천국 미국도 흉포한 기세를 꺾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던 미 남자대학농구 토너먼트는 '3월의 슬픔(March Sadness)'이 됐고, 최고 골프 이벤트인 마스터스도 4월 둘째 주 일요일 챔피언에게 그린재킷을 입히던 전통을 올해 포기했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도쿄올림픽 역시 7월 개최가 위태롭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광폭 행보를 감안하면, 스포츠계 대응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NBA는 리그 내 확진자가 나온 다음에야 급히 멈춰 섰고, 다른
종목들도 눈치를 살피다 부랴부랴 시즌 중단 또는 연기를 결정했다. 일본은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데도
여전히 올림픽 정상 개최 희망을 내비친다.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정신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기면 돈 냄새가 난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35조원 이상을 투자한 일본, 전체 수입의 75% 정도를 방송 중계권료에 기대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고민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다. 미국과 유럽
프로스포츠 역시 시즌 중단 땐 막대한 중계권과 입장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국내 프로리그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인류가 언젠가는 치료법을 만들어낼 것이고, 코로나는 그 힘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또다시 엄습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삶이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있을까.
어느덧 '사회적 거리 두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상실감을 스포츠가 풀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시름과 잡념을 잠시 떨쳐버리고,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보내는 데 스포츠만 한 게 또 없다. 스포츠는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 걸작품 중 하나다. 인종·종교·언어·문화가 천차만별인 지구촌 사람들이
축구라는 하나의 언어 앞에서 총부리를 거둬들이고 함께 열광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다만 우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각종 스포츠 단체, 구단,
선수들이 초심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상업주의, 성적
지상주의, 대박 계약이라는 삼박자 장단에만 몰두하다 정작 자신들의 뿌리나 다름없는 팬들을 한낱 '입장권 한 장' 정도로만 여기지는 않았는가. 사인 한 장, 악수 한 번에 인색하다가도 자신들의 사회적 일탈에는
후한 용서를 베풀던 선수들이 무관중 경기, 리그 중단을 계기로 팬 한 명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리그를 기다리면서 텅 빈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이 돈보다 사람 냄새를 더 절실하게 그리워했으면 좋겠다.
-강호철
스포츠부장, 조선일보(20-03-1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大邱가 품고 있는 저력
'우주 변화의 원리'라는 명저를 남긴 이북 출신의 도사
한동석은 6·25를 독특한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북방의 수(水)를
상징하는 임진강 물이 넘쳐서 남쪽을 덮쳤는데, 이 홍수가 쭉 밀고 내려가다가 큰 산이 서 있는 대구에서
멈췄다'고 보았다. 다분히 도사다운 해석이 아닐 수
없다. 해발 1000m급의 팔공산과 비슬산이 둘러싸고 있는
산악 도시가 대구이다. 북한 인민군이 대구를 점령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대구에 가 보면 다른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고풍이 그래도 남아 있다. 동학농민혁명도
그렇다. 동학의 원리는 경상도 사람인 수운 최제우가 제조하였지만,
그 마케팅은 전라도에서 이루어졌다. 동학은 전라도에서 대폭발을 하였다. 동학과 6·25의 여파로
전라도는 기존의 씨족과 문중이라는 유교적 공동체가 해체되다시피 하였다.
나는 대구를 방문해서 여러 문중 사람들을 만나보고, 시내 골목을 돌아다녀 보면 전통사회의
고풍이 남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동학과 6·25라는 충격을 그래도 비켜 간 사회라는 느낌이기도 하다. 고풍이 남아
있다는 느낌은 연비(聯臂)가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연비는 지연, 혈연,
학연의 종합이다. 두세 다리 건너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누구네 집안이고 학교 어디
나왔고, 평소 처세를 어떻게 한다는 정보를 알 수 있다. 종으로
횡으로 그물코처럼 인간관계들이 연결되어 있어서 함부로 개인플레이 하기가 어려운 도시인 것이다.
5년 전쯤인가. 40대 중반의 택시기사에게 말을 시켜 보니 '손님과 혹시 시비가 붙어 다투게 되더라도 그 손님에게 결정적인 쌍욕은 안 한다'고 하였다. "성질나면 해버리지 왜 안 하느냐?" "만약 그러면 나중에 그 싸움한 손님과 인간관계로 연결되는 수가 있다. 서로 간에 조회해 보면 그 손님이 중·고등학교 누구 선후배이고, 어떤
모임에 나가고, 어떤 집안 후손인지 추적이 가능할 수가 있기 때문에 안 한다." 이 대목에서 대구는 아직 연비가 남아 있는 사회임을 알았다.
임진왜란 중에 대구 인근의 유림 수십 집안이 팔공산에서 결사 항전을 다짐하기 위한 모임인 팔공산회맹(八公山會盟)이 있었다. 여기에 참여한 집안 후손들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모여 400여 년 전 팔공산회맹 선조들의 일화와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친교를 이어오고 있다. 집안 후손들끼리 네트워킹이 작동된다. 대구는 간단한 도시가 아니다. 대구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러한 저력으로 의연하게 버티고 있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20-03-16)-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장관의 밥값] 대통령은 A4 용지에 적힌 '모범 답안'을 열심히 읽고 이를 장관들이 부지런히 받아쓰는 모습.. (0) | 2020.03.17 |
|---|---|
| ['문빠'를 향한 이해찬의 '마지막 소임'] ["촛불시민 명령 거역 말라" 끝까지 당당한 '조국' 연루 靑비서관] (0) | 2020.03.17 |
| [대통령, 무엇에 쫓기길래 이렇게 다급한가] [미안하면 지는 거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정권의 위기.. (0) | 2020.03.14 |
| [文 "바이러스 막아내".. 메르켈 "인구 60% 감염 가능"] [돼지머리 수사] '제2 유병언' 만들기에 나선 이들.. (0) | 2020.03.13 |
| [지금이 대통령 부부의 '심기 경호'를 할 땐가] [대통령이 "비가 온다"고 하면, 창밖을 내다보라] (0) | 2020.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