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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소지죄] [태극기와 우리 선수들 땀·눈물이 남북 정치 도구인가]

뚝섬 2020. 10. 5. 07:09

 

태극기 소지죄

 

지난 2005년 광복 60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남북 축구대회에는 태극기를 갖고 입장할 수 없었다. 한국 응원단 구호 “대–한민국”도 외칠 수 없었다. 남북 공동준비위원회가 깃발과 현수막 등 개별 응원도구를 일절 반입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었다. 붉은악마는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응원단”이라며 응원을 포기했다. 2002년 남북 축구대회 때도 경찰은 한반도기를 통과시키고 태극기는 단속해 관객들과 실랑이를 벌였었다. 남북 화해 무드 때마다 벌어진 일이다.

 

▶1882년 탄생한 태극기는 경술국치 후 일제강점기 내내 제작과 소지 자체가 불법이었다. 3·1운동 때 수많은 사람이 들고 나왔던 태극기는 각 가정에서 만든 것이어서 그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현재 태극기는 ‘대한민국 국기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이를테면 국기가 훼손됐을 때는 소각해서 폐기해야 한다. 형법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태극기를 손상·제거·오욕한 사람을 최고 징역 5년으로 다스리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태극기는 보다 친근하게 국민 삶 속으로 파고들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거나 얼굴에 그린다. 한때 오토바이 폭주족들도 삼일절과 광복절에 태극기를 달고 내달렸다.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대거 태극기를 들고 나오면서 ‘태극기 집회’ ‘태극기 부대’ 같은 말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 정권에 태극기는 애물단지 신세다. 국가의 상징인 동시에 반정부 시위용품으로 펄럭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회에서 국기의 상징성을 훼손하는 경우 태극기 활용을 제약할 수 있다”는 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개천절 날 정부 규탄 시위를 단속하던 일부 경찰이 서울 시내에서 차량을 검문하다가 “차 안에 왜 태극기가 있느냐”며 일부 운전자의 통행을 막았다고 한다. 태극기를 단속하는 건 불법이라는 지적에 “위험 방지 차원에서 적법하게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니 ‘태극기 소지죄’라도 생긴 것인가. 정작 이날 거리에는 무수한 태극기가 펄럭였고 개천절 경축식 참가자들도 태극기를 흔들었다.

 

▶군사정권 시대 경찰은 거리에서 아무나 붙잡아 가방을 뒤졌다. 이른바 금서(禁書)로 분류된 책이나 시위 관련 유인물이 있으면 바로 연행했다. 무식한 경찰들이 막스 베버 책을 보고 “마르크스? 빨갱이네” 하며 잡아가거나 인도 명상록인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혁명 서적이라며 압수한 것도 그때 실화다. 그랬던 경찰이 이제 소지품을 뒤져 태극기가 나오면 ‘불순분자’ 취급한다. 어쩜 그렇게 하는 짓이 점점 독재정권 닮아가는가.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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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우리 선수들 땀·눈물이 남북 정치 도구인가

 

정부는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에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의 공동 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북측과 IOC도 긍정적인 만큼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일팀이라도 기존 국가대표 23명에 북한 선수가 추가되는 '23+α' 방식이면 우리 선수 피해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출전 엔트리 22명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22명 출전 명단에 들어가는 북 선수들만큼 우리 선수들이 빠져야 한다. 올림픽 무대를 위해 얼음판 위에서 피땀을 흘려온 선수들에게 이것은 무엇을 위한 날벼락인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 언급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거의 탁구와 축구 단일팀은 남북이 2년 동안 22차례 협상한 결과였다. 지금은 대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1분 안팎 간격으로 선수들이 끊임없이 교체되는 아이스하키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우리 선수들은 부족한 기술과 체력을 만회하기 위해 팀워크를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덕분에 몇 년 전까지 아시아권에서도 0대10으로 지던 대표팀은 평창 예선에서 맞붙을 일본을 상대로 올림픽 첫 승을 꿈꾸는 수준까지 올랐다. 북 선수들이 갑자기 들어오면 이 조직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평창만 바라보고 달려온 대표팀 중엔 피아니스트 꿈을 포기한 선수도, 의사가 되는 꿈을 미룬 선수도, 국적을 바꾼 선수도 있다. 대학팀과 실업팀이 하나도 없는 현실에서 선수들 수입은 한 달 훈련 수당 120만원이 전부다. 정부가 이 선수들의 땀과 꿈을 맘대로 희생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사라질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이 공동 입장 때 한반도기를 들자고 하면 동의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과거 사례가 있다고 하지만 평창은 우리가 2전3기 각고의 노력 끝에 유치한 지구촌 최대 잔치인 올림픽이다. 테러까지 하며 서울 올림픽을 방해했던 북이 아무것도 기여한 것 없이 평창 개막식에서 말 한마디로 태극기를 없앤다고 한다.

이렇게 해주면 북이 핵을 포기하나.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쇼를 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 있는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다. 북은 14일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비핵화를 거론한 것에 대해 온갖 상소리로 비난했다.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배경 화면으로 하려다 중국 공연이 무산됐던 북 악단까지 내려온다고 한다. 7년 전 IOC가 "평창"을 외칠 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개막식 태극기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남북 정치의 도구로 희생시키지 말라. 

 

-조선일보(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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