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바이든이 되더라도 우리 안보는 위태롭다] [국가 전략 외교는 실종, 내부 소란뿐인 한국 외교]

뚝섬 2020. 10. 6. 06:28

 

바이든이 되더라도 우리 안보는 위태롭다

 

트럼프 코로나 감염으로 美대선 혼돈 속으로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북 정책엔 큰 변화 없을 것
북 비핵화 원칙 속에 한미동맹 재설계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한 달도 남지 않은 미 대통령 선거는 더욱 혼전 상태에 들어섰다. 그가 조기에 건강을 회복하여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1차 TV토론 이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는데, 트럼프가 국민 동정표를 등에 업고 반전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 대선은 우리 생존에 큰 영향을 준다. 미국은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때 도덕적 가치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란 면에서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의식이 우리에게 깔려 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17%에 그쳤으나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59%로 조사 대상 13개국 중 가장 높았다.

 

지금 우리가 북한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선거 이후 미국 대북 정책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 되든 불안한 정치·군사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진 않다.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벌써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주장은 미국 위협 때문에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는 북한 주장에 장단을 맞추는 격이라 걱정된다. 밥 우드워드의 책 ‘격노’에 따르면 2017년 후반 트럼프는 핵무기 80개로 북한을 공격하는 걸 검토했다고 하는데, 정말 전쟁을 검토한다면 더 심각한 위협인 중국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했어야지, 핵 전력이 비교도 되지 않는 북한을 상대로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 안보 상황은 구조적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5000만 국민 생존이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결정으로 결판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된 미국 외교 정책과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중국 정책이 거칠다는 비난을 받기는 하지만,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제일 큰 위협이라는 견해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구별이 없다. 미국 사회 내에 악화된 중국에 대한 여론을 감안할 때,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식의 입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지난 2월 트럼프는 한국을 “끔찍한 사람들(terrible people)"이라고 표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는 여전히 잘 지낸다고 했다. 9월 초 그는 재선에 승리할 경우, 이란 및 북한과 신속한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접근이 남북 화해와 협력에 중점을 두고 있는 우리 정부와 서로 통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이면에는 트럼프가 한·미 동맹을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에게 중요한 건 미·북 간 대화가 주는 선전 효과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일부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군사 훈련을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더 나아가 주한미군 감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이든의 전략은 “트럼프 몰아내기”이지만, 정작 선거 승리 이후 뭘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성이 없어서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동맹관계를 복원하고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라고 하면서 북한 비핵화에 수수방관했던 ‘오바마 2.0’이 될 수도 있기에 우려된다. 민주당 행정부의 내부 분열로 정책 혼선이 있을 수 있고, 바이든 캠프 내 군축 전문가들은 북한을 핵 국가로 수용하는 군축회담을 주장하는데 이는 바로 북한이 그간 요구해 왔던 것이며,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다.

 

2018년 CNN 여론조사에서 미국민의 70%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2019년에 우리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6%도 같은 생각이었는데, 이는 북한 비핵화가 어려운 숙제라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 비핵화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는 점을 확고히 해야 한다. 북한을 핵 국가로 수용하는 ‘스몰딜’이 갖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보일 때 제재도 완화하고 관계 개선도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일본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와 규범에 충실한 자세로 상대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동맹은 강화된다. 1953년에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25전쟁 직후인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존을, 그리고 한미 양국이 지향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화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조선일보(20-10-0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국가 전략 외교는 실종, 내부 소란뿐인 한국 외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일본·인도·호주 등 4국이 내일 도쿄에 모여 쿼드(Quad) 안보 회의를 개최한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이 중국을 견제하는 연대를 강화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지만 이 자리에 한국은 없다. 한국이 빠진 채로 미국이 동맹 관계를 다지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쿼드 참석 후 한국을 방문하려던 계획도 국내 사정을 이유로 취소했다. 태평양 건너 방일(訪日)은 예정대로 진행하면서도 일본에서 2시간 거리인 한국은 건너뛰었다. 미국 외교 우선순위에서 한국이 뒤로 밀리는 ‘코리아 패싱’의 현주소다.

 

외교부는 “한·미 외교장관이 만날 기회를 계속 조율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나중에 만나도 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당장 미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으로 국제사회 질서는 물론이고 동북아 안보 정세도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중 갈등은 외교·안보·통상 모든 측면에서 일촉즉발 상태이고 북 김정은 정권은 이를 틈타 신형 잠수함과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과 주변국 외교에 국가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코앞에서 핵심국들이 모여 전략을 논의하는 것을 우리는 구경만 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남북 쇼와 중국 시진핑 방한에 목을 맨 우리 정부는 비핵화는 외면한 채 남북 대화 재개에만 집착했다. 동맹 전략보다 중국에 경사된 모습을 보여왔다. 8월 미·일 국방장관이 괌에서 북·중 위협과 대응 등 우리 안보와 직결된 이슈를 논의했는데 우리 국방장관은 코로나를 이유로 불참했다. 미국이 쿼드 확대를 추진하며 한국 참여를 촉구하자 우리 외교장관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폼페이오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방한을 취소한 것은 미국의 불편한 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권이 쇼에 정신이 팔려 있어도 외교 라인은 물밑에서 냉정하게 국가 전략적 현실을 진단하고 빈틈없이 동맹을 관리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외교부는 청와대 뒤치다꺼리 기관으로 전락해 존재감이 없다. 없어도 되는 부처로 인식될 정도다. 외교는 실종 상태다. 북한의 우리 국민 총살과 관련한 청와대 회의에 강경화 외교장관이 부름도 받지 못하고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전략을 세우는 데 배제된 외교장관이 다주택 보유, 가족의 외유 같은 내부 소란으로 연일 화제가 된다. 외교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가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조선일보(20-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