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운피아’도 모자라 세습제로 갈 참인가] [‘민주유공자 예우법’ 유감]

뚝섬 2020. 10. 15. 06:31

 

‘운피아’도 모자라 세습제로 갈 참인가

 

이 나라가 제 것인 듯 법과 제도 바꿔 사익 챙기는 대형부패가 ‘국가포획’
민주화유공자 자녀에 대입·취업특혜, 위헌적 특권계급 대물림하려는 것

 

1970년대 청년들은 고래를 잡으러 동해바다로 갔다. 송창식 노래 ‘고래사냥’이 나온 해가 1975년이다. 보이는 건 모두 돌아앉았어도 3등 완행열차를 타고 가면 신화처럼 숨 쉬는 고래를 잡는다는 꿈이 있었다.

서슬 퍼런 박정희 유신 시절을 거치며 잡아 올린 그 예쁜 고래가 지금은 고래고기로 팔려나가고, 뼈까지 구석구석 뜯어 먹히는 느낌이다. 이 나라를 자기네들이 민주화한 것처럼 도륙하고도 모자라 자식들한테 특권 세습을 하려는 86그룹 운동권 집권세력 때문이다.

부패도 급수가 있다. 행정부패가 규제나 정책을 놓고 관료나 정치인들이 뇌물 등 대가를 챙기는 것이라면, 국가포획(State Capture)은 나라를 포로처럼 잡아놓고 사익을 추구하는 대형 부패라고 세계은행에선 분류했다. 문재인 정부가 행정·입법·사법부를 총동원해 법과 제도의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 바로 국가포획이다. 20년 집권으로 그들의 배는 불릴지 몰라도 나라와 국민은 식민지 신세다.

 

포획된 고래의 살을 썩썩 썰어 독식하듯, 문 정권이 340여 개 공공기관에서 4곳 중 1곳을 캠코더(선거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기관장으로 채운 건 놀랍지도 않다. 정책과제 1호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결국 공공기관에 자회사를 세워 캠코더 사장 늘리기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제 편도 못 챙긴다는 소리나 듣다 정권을 잃진 않겠다고 맹세를 한 것 같다.

 

더 놀라운 건 고래 뼈에 붙은 살점까지 발라 먹기 위해 자식들을 불러들이는 좌파의 탐욕이다. 우원식 윤미향 등 민주당 의원 20명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은 학생운동과 노동, 통일운동 등으로 사망했거나 부상한 유공자의 자녀에게 대학 입학과 취업 특혜를 주는 게 핵심이다. 우원식은 여당 의원에 해당자도 없고 ‘운동권 셀프 특혜법’도 아니라며 대수롭지 않은 척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신분제로 돌아간다는, 나라 근간을 뒤흔드는 소리.

 

86그룹 의원 상당수가 합세한 이 안은 훈장 등의 영전(榮典)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고 어떠한 특권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헌법 11조 3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영전이란 국가·사회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부여하는 특수한 법적 지위를 말한다. 5·18유공자들과 달리 민주화유공자들 연령층에선 대입과 취업을 할 자녀들이 계속 나올 공산이 크다. 민주화유공자의 자녀들을 대학에 일정 비율 입학시키고 국가기관과 공공기관, 국공립학교는 물론 대기업과 사립학교 채용시험에 가산점을 주어 특수계급의 상류생활을 세습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귀족사회였던 신라, 그러니까 영남의 귀족적 세습적 특권 감각이 한국사 전체를 관통한다고 한다. 조선은 개국 공신(功臣)들에게 세습 토지와 특전을 내린 절대왕조였다. 신분과 당파까지 세습에 매달려 나라 발전이 어려웠다는 게 우리와 중국과의 큰 차이다. 문 정권의 영남패권은 반정(反正)공신들에게 공공기관을 나눠주고도 부족해 후손에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보장하는 특수계급을 창설할 모양이다.

공산당 일당독재 소련에서도 권력 엘리트 노멘클라투라의 낙하산 인사는 극히 예외였다. 지위가 세습되지 않는 건 물론이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이 중 일부는 국유재산을 사유화해 국가포획형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됐다. 문 정권의 노멘클라투라는 운피아(운동권+마피아) 낙하산 인사를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공기관 같은 국유재산, 4차 산업혁명용 사모펀드 투자 재정까지 제 것처럼 주무르는 올리가르히 자질이 엿보인다.

 

요즘 라임,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기 사건에 86그룹 집권세력 노멘클라투라와 운피아들이 스멀스멀 등장하고 있다. 4000여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1조6000억 원 이상 피해를 본 라임사태엔 운동권 출신 강기정 전 대통령정무수석이, 1조2000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옵티머스 사태에도 운동권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구설수에 오른다. 펀드와 관련된 공공기관마다 전문성 없는 운피아가 감투를 쓴 채 혈세를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당 원내대표는 믿는 구석이 있는지 권력형 비리 게이트라는 근거가 있냐고 따졌다. 마침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어섰다. 청와대는 수사 협조를 지시했다. 우리나라가 이대로 망할 리 없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0-10-15)-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민주유공자 예우법’ 유감

 

1980년대 대학생, 특히 운동권 학생들은 군대 가기를 꺼렸다. 군사독재정권의 ‘군바리’가 되기 싫기도 했지만 군=강제징집=최전방으로 통하던 무서운 시절이었다. ‘녹화사업’이라 하여 학원 프락치 활동을 강요당하기도 했다.

▷당시 ‘동 뜬다’는 은어가 돌았는데 순번을 정해 가두시위의 주동자로 나서는 것을 뜻했다. ‘동’은 시위의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당시에는 폭력행위특별법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군대에 갈 자격이 박탈됐다. 병역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1986년 1200여 명이 구속된 건국대 점거농성 사건 때는 병역면제 요건에 미달하는 집행유예 3개월이 무더기로 선고됐다. 그런데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한시적으로 3개월 집유도 병역을 면제해줬다. 뛸 듯이 기뻐하던 주변 친구들이 많았다.

우원식 윤미향 우상호 등 여당 의원 20명이 민주화운동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교육 취업 의료 금융 등의 혜택을 주는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2000년 설립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인정받은 사람 중 사망자, 행방불명자, 상이자(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자)와 그 가족이다. 우 의원은 총 829명이라며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을 예로 들었지만 국회예산정책처의 법률안 비용추계서는 수혜 대상이 가족을 합해 2021년 3753명에서 2025년 3792명으로 늘어날 거라고 추산한다.

 

이 법안이 알려지자 민주당의 셀프 특권’ 법안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가뜩이나 ‘공정’을 중시하는 청년세대에게 입시와 취업에서의 특혜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민주화 유공자들에 대해선 이미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져 왔다. 여권 고위층에도 억대의 보상금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신청자격이 충분하지만 보상 신청을 사양한 이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인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지식인으로서 민주화운동을 한 거면 충분하다. 국민 세금으로 보상을 받는다면 내 명예는 어떻게 되는가”라고 말한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그 가족이 겪는 고통에 대해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 된다면 민주화운동의 순수한 뜻을 욕보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민주화는 거리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독재 타도를 외쳤던 수백만 시민이 함께 만든 것이다. 그들이 예우나 보상을 바라는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싸웠고 자긍심과 보람, 인간적인 성장을 얻었다면 그게 보상 아닌가생각 짧은, 혹은 흑심 있는 국회의원들이 민주화 인사들을 욕먹이고 있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서영아 논설위원, 동아일보(20-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