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선거, 성추행 단일화]
[아첨에도 레벨이 있다]
[해저터널]
성희롱 선거, 성추행 단일화
4월 선거의 구도는 ‘민주당 대 국민’이다
태생적, 본질적 책임은 모두 민주당에 귀속된다
선거 끝까지 묻고 또 묻자
“성희롱 사건은 어떻게 됐느냐”고
한국 국민은 곧 ‘성추행 단일화’라는, 세계 정치사에 길이 남을 장면을 목격할 듯하다. 정의당이 당대표의 성추행 사건 탓에 4월 보궐선거 포기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범여권은 사실상 후보 단일화를 이룬다. 민주당의 두 시장이 성희롱을 저질러 세상에 없던 선거를 창조하더니, 정의당 대표가 성추행을 저질러 불가능했던 단일화까지 이뤄낸다. 성희롱으로 이벤트를 만들고 성추행으로 몸집을 불리는, 전대미문의 정치 쇼가 벌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4월 선거에 대해 야당이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선거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야당이 명운을 걸어야 할 어떤 귀책 사유도 없다. 민주당 시장의 성희롱 탓에 선거에 끌려들어가,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탓에 범여권의 단일 후보를 맞게 될 뿐이다. 선거의 주어는 어디까지나 성희롱을 저지른 민주당이다. 여당이 반드시 져야 할 선거, 절대 이겨서는 안 되는 선거, 즉 성희롱 심판이 선거의 출발점이다.

정의당 관계자들이 1월 26일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정의당은 성추행 사건의 책임을 진다며 4월 보궐선거 포기를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전대미문의 범여권 '성추행 단일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번 선거 구도는 여당 대 야당이 아니다. 4월 선거엔 관리 비용만 서울에서 487억원, 부산에서 205억원이 들어간다. 선거 공약에 따른 추가 비용, 성희롱이 한국 정치에 끼친 악영향까지 계산에 넣으면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여당의 성희롱이 국민 주머니에서 세금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이 이 비용을 왜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부터 내놔야 한다. 이번 선거의 태생적 구도는 민주당 대 국민이다.
국민은 민주당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첫째 성희롱 진상을 얼마나 철저하게 밝혔는가, 둘째 책임자를 얼마나 공명하게 단죄했는가, 셋째 피해자를 얼마나 성실히 보호했는가, 넷째 성희롱 사건을 얼마나 통렬하게 반성했는가, 다섯째 정치적으로 얼마나 엄중하게 책임졌는가. 이 질문에 대한 지금까지 민주당의 대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작년 7월 박원순 시장 빈소에서 진상 규명을 묻는 기자에게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눈을 흘기면서 “ХХ자식”이라고 했다. 이해찬과 남인순 당시 최고위원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렀다. 46명이 달려들어 167일간 수사한 경찰의 진상 규명 내용은 ‘공소권 없음’이 전부였다. 박원순 측근 서울시 간부들의 박원순 성희롱 방조 의혹은 무혐의로 끝났다. 남인순 위원의 성희롱 피의 사실 유출 의혹도 없던 일이 됐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박원순 측근들이 피해자의 이름과 편지를 공개하고 친여 검사가 그를 ‘꽃뱀’으로 몰았을 때 민주당은 침묵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하고 싶지만 딸 앞에서 절대 내색하지 못한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같이 죽자고 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대표가 성희롱 피해자를 비로소 피해자로 부르고 공식 사과한 것은 박원순 사건 후 반년이 지난 뒤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희롱 판정을 내린 후, 그것도 대변인 이름으로 서면 반성문만 달랑 냈다가 호된 비판을 받자 사과했다. 선거를 포기해야 마땅한 민주당은 당헌을 뒤집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당헌을 만든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진상 규명도, 책임자 단죄도, 피해자 보호도, 통렬한 반성도, 정치적 책임도 없다. “배 째라”며 웃통 벗고 덤벼드는 권력욕뿐이다.

작년 7월10일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성희롱 진상 규명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기하고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 "XX자식"이라고 말했다.
전근대엔 권력과 돈이 대중을 지배했다. 근대엔 이념이 대중을 움직였다. 탈근대의 권력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미지 조작으로 대중을 움직인다. 성희롱 정당에 무슨 근대적 이념이 있겠는가. 민주당은 전근대적 금권과 탈근대적 이미지 조작을 동원해 본말 뒤집기를 시도 중이다. 나랏빚 수십조원이 투입될 사업을 선거용 밑밥으로 뿌린다. 우리 후세가 왜 박원순·오거돈의 성희롱 책임을 빚으로 떠안아야 하는지 설명해 보라.
민주당은 야당 후보의 자격 문제를 제기한다. 고민정 의원은 오세훈 후보를 “광진구민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 정청래 의원은 야당 서울시장 경선을 “총선 패전의 땡처리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이수진 의원도 곧 나경원 후보에 대해 “동작구민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라고 말할 것이다. 뻔한 이미지 조작이다. 아무리 끌어내려도 성희롱 정당의 후보만 할까. 오세훈은 서울 시민의 선택을 두 번, 나경원은 유권자 선택을 네 번 받았다. ‘낙하산 초선’ 고민정·이수진과 ‘탄돌이’ 정청래가 입에 올릴 수준이 아니다. 잔챙이들의 합창은 무시하고 야당은 본질을 향해 달려라.
4월 선거의 본질은 민주당 두 시장이 저지른 성희롱 문제다. 역사적 ‘성추행 단일화’를 눈앞에 둔 여당을 향해 묻고 또 묻자. “성희롱 사건은 어떻게 됐느냐”고.
-선우정 부국장, 조선일보(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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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첨에도 레벨이 있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간신을 분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첨인지 아닌지를 가리면 된다. 상급은 남들이 안 보는 데서 하고 하급은 남들이 다 보는 데서 노골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아첨(阿諂)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阿)는 그냥 빌붙는다는 뜻이고 혓바닥을 놀려 살살거리는 것이 첨(諂)이다. ‘諂'은 글자 모양대로 말재주를 부려 군주를 함정에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반면에 미(媚)는 같은 아첨이라도 기교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아양 떨다’에 가깝다.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윗사람의 점수를 따려 할 때 미열(媚悅)이라고 한다. 윗사람을 도리로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 맘에 맞춰 아양을 떨어 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무(嫵)는 온몸을 흔들어대며 아첨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무(媚嫵)라고 하면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을 비틀어가며 아첨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잘 안 쓰지만 옛날에는 아첨하는 사람을 비판할 때 아유(阿諛)한다고도 했다. 유(諛)는 첨(諂)보다는 조금 강도가 덜해 비위를 맞춘다는 말이다.
한 여당 의원은 산자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 전날 삭제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이 문제가 되자,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한 내부 자료”라고 변명하고 나섰다가 “추론이었다”고 물러서기도 했다. 전형적인 유(諛)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 자락 내밀어 후일을 기다려 보겠다는 심산이다. 사실 이런 정도야 누구를 모시게 되면 어쩌다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첨(諂)을 넘어 미열(媚悅)에 이르게 되면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이 그것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한 여성 장관 출신 인사가 ‘문빠'에게 미열(媚悅)하느라 연일 내뱉는 말들이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라더니 급기야 “대통령과 같은 대학 동문”이라는 낯 뜨거운 말까지 내질렀다. 서울시장 하겠다는 정도의 인물이 이런 미열꾼이라면 애당초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긴 애당초 군주가 아첨을 싫어한다면 이런 코미디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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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터널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 터널이다. 도버해협 지하로 영국 포크스턴과 프랑스 칼레를 잇는 이 터널은 총길이 50.45㎞ 중 38㎞가 해저 구간이다.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해저터널은 총길이가 53.8㎞이지만 해저 구간은 23.3㎞이다. 유로 터널은 구상부터 건설까지 200년 가까이, 지질 조사만 30년 이상 걸렸다. 1878년 굴착을 시작했다가 영국 의회의 반대로 중단한 적이 있고, 그 후 100여 년이 지난 1986년 착공해 1994년 완공했다. 특급열차 ‘유로 스타’가 이 터널을 이용해 시속 300㎞로 런던과 파리를 2시간여 만에 달린다.

▶중국과 대만을 잇는 양안 해저터널도 성사 여부가 관심이다. 중국 남동부와 대만을 길이 135㎞ 해저터널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유로터널 길이의 세 배가 넘는다. 중국은 설계도까지 완성하며 적극적이지만 대만이 반대해 교착 상태에 있다. 유럽 스페인과 아프리카 모로코를 잇는 해저터널(40㎞), 미국과 러시아를 잇는 베링해협 해저터널(96㎞) 논의도 세계적인 관심사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해저터널 3개가 구상 단계에 있다. 전남 해남과 제주도를 잇는 해저터널(101㎞), 부산~쓰시마~후쿠오카를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230㎞), 중국 산둥반도 웨이하이(威海)와 인천 등 네 곳 중 한 곳을 연결하는 한·중 해저터널이다. 모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드는 데다 아직은 경제성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간헐적으로 주장과 논의를 반복하는 수준이다.
▶요즘 해저터널은 ‘기계 두더지’라 불리는 TBM(터널 굴착 기계)을 이용해 뚫고 있다. 금속 칼날을 이용해 암반을 부수며 땅을 파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터널을 뚫는다. 기존 발파(發破) 공법에 비해 소음·진동이 작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뚫린 구멍에 콘크리트 조각들을 블록 맞추듯 붙여 나가기 때문에 공사 속도도 빠르다. 대략 1년에 5㎞ 속도로 공사할 수 있다.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을 잇는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해협 터널(길이 3.34㎞)을 국내 SK건설이 이 공법으로 2016년 완공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과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나가겠다”고 했다. 한·일 터널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했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 착공했으면 지금쯤 완공 단계에 있을 것이다. 한·일 해저터널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의 대륙 진출 길만 열어준다는 부정적인 여론이다. 양국 간 마음을 잇는 터널이 먼저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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