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힘센 기관’ 특수활동비 ]
[상습적 靑 거짓말 탓에 대통령 부인 옷 해명도 못 믿는 것]
[김정숙 여사의 옷장과 투명한 나라]
[이장폐천(以掌蔽天)]
기로에 선 ‘힘센 기관’ 특수활동비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예산안 가운데 검찰, 경찰, 감사원,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국회 예결위에서 표결까지 마친 상태다. 특활비는 영수증 증빙 없이 쓰는 현금성 예산으로, 이들 4곳을 합치면 특활비 삭감액은 200억 원에 가깝다. 또 소액이 아니면 영수증이 필요한 특정업무경비(특경비)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이걸 포함하면 잘려나간 예산이 1000억 원에 이른다.
▷경찰 수사로 예를 들어보자. 불법 사채조직 정보원에게 ‘현금 수고비’를 줬다면 특활비에서 충당한다. 지방 출장 때 신용카드로 렌터카를 빌렸다면 특경비에 해당한다. 두 항목 모두 큰 틀에서 수사비의 일부인 것이다. 실제로 현금이 종종 쓰인다고 한다. 예컨대, 함정수사 차원에서 마약대금 500만 원을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거나, 성 착취물 사이트에 가입할 때가 그렇다. 민주당의 삭감 결정은 실제로도 특활비를 설명한 대로만 쓰느냐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검찰, 감사원 등 ‘힘센 조직’일수록 국민 세금을 쌈짓돈처럼 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 근거로 검찰의 특활비 내역에서 찾아낸 반복적 현상을 거론한다. 매달 같은 액수가 지급되는 경우가 잦아 ‘검사들끼리 나눠 갖기’가 의심되고, 추석이나 설 직전에 사용액이 늘어나니 떡값이 아니냐는 의문인 것이다.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특활비로 돈봉투를 돌린 일이 드러난 뒤 검찰은 관행을 바꾸겠다고 다짐했지만, 확인된 것은 아직 없다.
▷검찰은 올 9월 국정감사 때 특활비 내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원 가이드라인을 따랐다지만 내용이 부실했다. 수령인과 금액만 남겼을 뿐 날짜와 용도 등은 지운 채였다. 민주당은 “기관장 금일봉처럼 안 썼다는 걸 입증만 하면 예산을 주겠다”고 했지만, 뾰족한 설명이 없었다. 문제는 국회도 특활비(9억 원)와 특경비(185억 원)를 내년에 책정했는데, 외유성 짙은 의원들의 해외 출장 등에 이 돈을 쓴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수혜자인 국회 예산은 물론이고 형사재판으로 얽힌 대법원의 특활비는 손대지 않았다.
▷민주당은 특활비 삭감을 국민 세금의 투명성 확보 노력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수사받고 감사받은 기관들을 겨냥한 분풀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 성격이 무엇이건, 국민 세금을 200억 원 가까이 현금으로 쓰는 관행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검찰과 경찰은 지난 수년간 특활비와 특경비 총액은 비슷하게 유지하면서도, 현금성 특활비는 줄이고 영수증이 필요한 특경비는 늘려 왔다고 설명한다. 이번 ‘삭감 정국’의 결론과 무관하게, 현금 사용은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이 부패를 방지하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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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 靑 거짓말 탓에 대통령 부인 옷 해명도 못 믿는 것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 추대법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2.03.30. /뉴시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논란에 대해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수활동비 등 국가 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고 했다. 하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사비로 부담했다면 왜 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밝히지 않았는지, “국익 때문에 비공개” 운운으로 일을 키웠는지, 새롭게 논란이 불거진 뒤 보름 이상은 왜 침묵했는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의 해명 중 일부는 반나절 만에 사실인지 의구심을 낳았다. 탁현민 비서관이 30일 오전 “의류와 장신구는 5년간 일관되게 사비로, 즉 카드로 구매했다”고 했는데, 김 여사에게 한복과 구두를 판매한 측은 “봉투에 든 현금으로 받았다”고 했다. 한 번에 수백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런 한심한 논란이 청와대 해명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청와대의 거짓말 버릇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 5년간 너무 쉽게 거짓말을 해왔다. 그중에선 곧바로 청와대 입장이 뒤집힌 명백한 사안도 많았다.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 직후 “미국에 이해를 구했고 미국도 이해했다”고 했는데 미국 정부가 곧바로 “한 번도 우리 이해를 얻은 적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가 다양한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직후 북한 외무성 국장이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2020년에는 당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조원 민정수석이 아파트 매각 문제로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청와대는 “한마디로 가짜 뉴스”라고 했다. 그런데 국회에 출석한 김외숙 인사수석은 이에 대한 야당 질의에 “언쟁을 한 적은 있지만 싸운 적은 없다”고 했다. 언쟁은 말로 다퉜다는 뜻이다.
환경부 블랙 리스트를 “블랙 리스트가 아니라 체크 리스트”라고 한 것도 거짓말에 가깝다. 민간인 사찰 폭로가 나왔을 때도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에는 사찰 DNA가 없다”고 우겼다. 하지만 사찰은 있었다. 대통령 측근이었던 주 러시아 대사 관련 금품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지만 검찰은 그 사건을 정식 조사한 적도 없었다. 울산 시장 선거 공작,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정권 도덕성과 직결된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는 청와대 해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옷 문제 해명을 믿기 힘들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은 청와대가 자초한 것이다.
-조선일보(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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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여사의 옷장과 투명한 나라
[김순덕 칼럼]
대통령 부인 옷값 사비로 냈다지만 4년 전엔 그 자랑거리 왜 감췄나
본질은 옷값 아닌 특수활동비 폐지.. 고위직 ‘세금횡령 면책특권’ 없애라
동아일보DB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나이 들수록 옷장 문 열 때마다 화가 난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입고 나갈 옷은 없는데 철철이 옷 해줄 능력 없는 ‘삼식이’ 남편이 미워진다는 거다. 내가 나이 먹어 옷태 안 난다는 생각은 못 하고 남 탓만 하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계절은 또 바뀌는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상 액세서리 구두 등 청와대가 공개를 거부한 의전비용과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때라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30일 밝힌 것처럼 “김 여사의 의상 구입에 쓰인 특활비는 한 푼도 없다. 사비(私費)로, 카드로 결제했다”고 똑 부러지게 밝혔다면 ‘×멜다’ 같은 험한 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이 대통령이고 2021년 연봉이 2억4065만 원이다. 대통령 부인이 남편 돈으로 좋은 옷 사 입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청와대는 그러지 않았다. 법원이 “국익을 해칠 우려나 공무집행에 지장을 줄 우려가 없다”며 공개하라고 판결했음에도 불복해 항소했다. 문 대통령 임기 끝까지 붙잡고 있다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15년간은 감춰두겠다고 국민 염장을 지른 셈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2018년 3월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은 대통령 및 김 여사의 의전비용이 특활비에서 지급됐는지 여부였다. 김 여사의 옷값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옷값도 함께 물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목적은 특활비 폐지였고 김 여사의 옷값은 ‘미끼’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다들 김 여사 옷값에만 신경 썼지 문 대통령의 고급 양복엔 관심도 없다.
넉 달 후 청와대가 김 여사의 옷을 사비로 산다고 답하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 탁현민의 뒤늦은 사비 주장을 믿기 힘든 이유다. 당시 정상우 선임행정관(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은 “(특활비) 세부 지출내역에는 국가안전보장, 국방, 외교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있어 공개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특활비 내역에서 김 여사의 옷값이나 수량 또는 사이즈 같은 민감 사항이 공개될 경우, 국민의 심신을 자극해 국익이 현저히 훼손될 우려가 있는 건 맞다. 만일 대선 전에 김 여사 옷값 논란이 터졌다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득표에서 최소한 10%포인트는 깎아먹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구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이어 탁현민이 사비론을 강조한 30일, 전태수 JS슈즈디자인연구소 대표는 “2017년 5월 김 여사에게 구두 6켤레를 켤레당 25만 원에 판매했고 보좌관이 현금으로 결제했다”고 밝혔다. 문 정권의 나팔수 김어준의 표현을 빌리자면 ‘냄새가 나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옷값 논란을 보는 것은 편치 않다. 프랑스 혁명 때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혐의 희생자’로 단죄됐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서울경찰청이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30일 김 여사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도 진영과 상관없이 마음 아프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관저운영비나 생활비도 특활비로 처리하던데 생활비는 대통령 봉급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혀 국민을 경악시켰다. 청와대에선 지금껏 생활비조차 특활비로 썼다는 사실이 기막혀서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활비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영수증 없이 쓸 수 있고 현금으로 지급되는 ‘묻지 마 예산’이어서 납세자연맹에선 귀족들의 ‘세금횡령 면책특권’으로 본다. 국정원과 청와대 등 19개 기관에 배정된 특활비가 작년에만 9838억 원이었다. 할 말은 아니지만 김 여사의 옷값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에 비하면 거의 새 발의 피라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특활비를 둘러싼 ‘법무부·서울지검의 돈봉투 만찬사건’을 감찰했다.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윤석열을 깜짝 발탁해 오늘날 대통령 당선인으로 마주하게 됐다. 임기는 신분사회를 연상시키는 특활비 폐지와 함께 끝냈으면 한다.
김 여사가 기를 쓰고 방문했던 노르웨이에선 총리가 예산을 쓰고도 영수증을 안 내면 형사책임은 물론 탄핵을 당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은 정직하게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 대통령도, 대통령 부인도 그래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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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폐천(以掌蔽天)
[이한우의 간신열전]
대통령 부인 옷과 액세서리 논란이 청와대 측의 앞뒤 맞지 않는 해명으로 국민 의구심만 더 커지고 있다. 이달 초 대통령 부인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유는 “국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것이었다. 글쎄 이때 든 생각은 사비로 장만했다면 ‘그게 왜 국익을 해치지?’였다.
그러면서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법원에서는 분명히 “국익을 해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납득할 만한 변명거리를 못 찾았는지 국민 의혹은 커져 가는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침묵으로 보낸 청와대가 29일에야 처음 해명이라고 내놓았다.
“임기 중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활비 등 국가 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고 사비로 부담했다.”
그러면서 옷 구입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적 사비 부담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형적인 이장폐천, 즉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다.
이미 국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히 짐작하고 있다. 그 짐작으로 볼 때 이미 국익을 현저히 해칠 일은 애당초 없었다. 법원 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사비로 부담했을 경우 그 내역은 공개해야 한다. 국민이 궁금해하고 짐작하는 바는 옷과 액세서리가 지나치게 호화롭고 사치에 가깝다는 데서 출발한다.
결국 두 가지다. 하나는 특활비 사용 여부이고 또 하나는 사비일 경우 근거 제시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이미 2015년에 “특활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했고, 대통령에 당선되고서는 칫솔 치약 하나도 사비로 쓸 것이라고 했다. 이런 ‘청렴한’ 대통령이 설마 특활비를 동원한 부인 옷사치를 방치했을까? 그렇지 않다면 200벌에 이르는 과도한 의상비는 사비 중에서 어떤 돈으로 충당했는지 밝히면 그것으로 끝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려는 청와대 참모들은 하늘을 찌르는 국민들 분노를 잘 헤아려 대처해야 할 것이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조선일보(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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