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올리고 부사관 수당 인상 막은 국방 포퓰리즘 ]
[위기의 ROTC, 국방 포퓰리즘 없애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
[결국 현실화된 ROTC 미달, 병사들 표만 챙길 때 아니다]
병사 월급 올리고 부사관 수당 인상 막은 국방 포퓰리즘
박정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에 대한 조정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11.22/뉴스1
민주당이 ‘감액 예산안’을 밀어붙이면서 초급 장교와 부사관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증액 계획이 전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방부는 초급 간부 당직비 인상, 부사관 단기복무수당 인상, 학군후보생(ROTC) 생활지원금 인상, 초급 간부 이사비 현실화, 군 관사 입주 청소비, 주임원사 활동비 인상 등을 추진했다. 총액은 3000억원 정도인데 무기 관련 예산을 조금 줄이더라도 확보하려 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감액해 불가능해졌다.
군의 실질적 기둥은 병사가 아니라 부사관들이다. 핵심 무기 운용도 이들이 한다. 그런데 이 초급 간부들이 대거 군을 떠나고 있다. 열악한 처우가 큰 원인이다. 최전방 수색대대 간부들은 컨테이너 가건물에 기거한다. 당직 근무비는 경찰·소방관의 5분의 1이다. 낡은 군 관사를 보고 눈물짓는 초급 간부 아내들이 적지 않다. 월 10만원도 안 되는 주택 수당은 20년 넘게 그대로다. 이러니 지난해 군을 떠난 경력 5년 이상 장교·부사관이 9481명으로 역대 최다이다. 전년보다 24% 늘었다. 초급 장교의 70%를 담당하는 ROTC 지원율도 해마다 급감해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군의 허리가 꺾일 위기다.
민주당은 초급 간부 처우 개선 예산은 안 주면서 내년 병장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는 예산 5000억원에는 손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데도 그냥 뒀다. 병사 숫자가 부사관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병사 표를 잃는 것은 걱정이 되고, 국방이 흔들리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부사관 수당 등이 이번에도 동결되면 내년도 병장 월급과 하사 월급은 사실상 역전될 수도 있다. 부사관 제도 존립 자체가 위험해진다.
애초에 ‘병사 월급 200만원’ 자체가 무리한 포퓰리즘이었다. 그런데도 표를 얻기 위해 지르기식 공약을 했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들이 파생하자 땜질식으로 부사관, 초급 장교 처우 개선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민주당이 가로막는다. 늘 안보 위협에 시달리는 나라의 정치인들이 하는 일이 이렇다.
-조선일보(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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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ROTC, 국방 포퓰리즘 없애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4년 학군장교(ROTC) 임관식 뒤 임관 소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학군장교(ROTC) 임관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의 참석은 16년 만이라고 한다. ROTC 후보생 지원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등 초급 장교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국방부가 ROTC 후보생들을 위한 각종 처우 개선 조치들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복무장려금과 학군생활지원금을 인상하고, 연간 40명인 해외 연수 규모를 160여 명으로 늘린다는 내용 등이었다. 근본적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
ROTC로 충원되는 우리 군 초급 장교가 전체의 70%다. 2015년 4.8대1이던 ROTC 지원율은 작년 1.8대1까지 떨어진 상태다. 수도권에선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이미 문 닫은 학군단도 여럿이다. 작년 육군은 ROTC 후보생을 추가 모집했다. 창군 이래 처음이었다. ROTC를 중도 포기하고 일반 병으로 입대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ROTC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관학교, 육·해·공군 부사관의 인기도 땅에 떨어졌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사병 복무 기간을 줄이고 월급을 더 줘 청년 표를 얻겠다는 국방 포퓰리즘에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복무 기간 단축 경쟁이 벌어져 일반 병은 이제 18개월 복무한다. 기초 전술도 익히기 전에 전역한다. ROTC는 28개월 복무다. ‘병사 월급 200만원’ 대선 공약에 따라 2025년엔 장교와 병사의 월급에 차이가 없어진다. 근무 여건은 열악한데 당직 수당은 경찰·소방관의 5분의 1 이다. 누가 장교가 되려 하겠나.
일선 소대장과 중대장, 부사관 등 초급 간부의 애국심과 자질은 군 전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아무리 많은 병사도 오합지졸이고 아무리 우수한 무기도 무용지물이다. 한국 정치인들은 표가 많은 병사들 인기에만 영합하며 초급 장교·부사관의 박탈감을 자극했다. 일각에선 초급 장교도 복무 기간 단축을 거론한다. 포퓰리즘이 만든 문제를 포퓰리즘으로 덮겠다는 안보 자해 행위다. 북한 위협을 받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여야가 국방 정책만은 정치 포퓰리즘의 예외 지대로 두는 데 합의하고 병사 복무 기간 등을 표가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조선일보(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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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실화된 ROTC 미달, 병사들 표만 챙길 때 아니다
지난 2월 28일 충북 괴산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 학군장교 통합임관식'에서 신임장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뉴스1
육군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학군장교(ROTC) 지원자가 부족해 후보생을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모집 기간을 늘려도 지원자가 부족했다고 한다. 병사에 비해 긴 복무 기간, ‘병사 월급 200만원’ 정책,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ROTC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ROTC 경쟁률은 해마다 떨어져 올해 사상 최저(1.6대1)를 기록했다. 2014년 6.1대1에 비하면 4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총 5000명의 지원자 중 필기시험과 신체검사, 면접 과정에서 탈락자를 감안하면 실제 선발 인원은 정원에 비해 140명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수도권 대학의 ROTC는 정원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미 문 닫은 학군단도 있다. 선발된 후에도 중도 포기하고 일반 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추세라면 1~2년 안에 지원자 수가 정원에도 미달할 것이라고 한다.
ROTC는 전체 초급 장교의 70%를 차지한다. ROTC 지원자가 없으면 필요한 초급 장교를 채울 수가 없다. 학사장교나 사관학교도 지원율이 크게 떨어졌다. 부사관 지원도 줄어 중사는 3000명, 하사는 8000명이 부족하다. 초급 장교와 부사관은 군의 핵심 중추다. 이들이 없으면 이지스함도 전투기도 잠수함도 움직일 수 없다. 장교, 부사관의 사기가 떨어진 부대는 오합지졸이다.
대학생들은 “병사에 비해 복무 기간은 10개월 길고 월급은 비슷해지는데 뭐하러 장교로 가겠느냐”고 말한다. 역대 정부의 복무 기간 단축 정책으로 일반병은 18개월로 줄어든 반면 ROTC는 55년 째 28개월이다. 정부의 ‘병사 월급 200만원’ 정책에 따라 2025년엔 장교나 병사 월급이 차이가 없어진다. 근무 여건은 열악한데 당직 수당은 경찰·소방관의 5분의 1 수준이다.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가건물에서 생활한다. 이러니 누가 장교로 근무하려 하겠나.
군은 당직 수당과 단기복무 장려금 인상을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해 불신만 자초했다. ROTC 복무 기간 단축은 포퓰리즘의 부작용을 포퓰리즘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숫자 많은 병사 표심만 살필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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