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당혹시킨 계엄 선포, 윤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국민 철렁케 한 한밤 계엄선포… 혼란과 불안 빨리 끝내야]
[도덕성 낙제점이던 대선후보 尹과 李, 지금은]
국민 당혹시킨 계엄 선포, 윤 대통령은 어떻게 책임질 건가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긴급 담화를 내고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회로 의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여야는 물론 국민이 모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헌법은 전시나 사변 같은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군 병력으로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회는 4일 새벽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선포한 것이다. 게다가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까지 계엄을 국민과 막겠다고 했다. 어이없는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통해야 하는데 이날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계엄 선포의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자유 헌정 질서 수호는 최근 민주당의 입법 권력을 통한 행정 권력 무력화를 염두에 둔 것 같다.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간부 3명에 대한 탄핵에 들어갔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하고 사실상 ‘민주당 정부’로 뒤집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감사원장을 탄핵하면 수개월 걸리는 헌재의 결정 전까지 감사원장의 직무는 멈춘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 때 임명한 감사위원들이 감사원장 권한을 대행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 및 수사 의뢰는 중단된다. 감사원 3급 이하에 대한 물갈이 인사까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합당한 선이 있다.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다. 어떻게 지금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상황인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도 아니다. 세계 10위권 민주국가로 국가 망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조선일보(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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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철렁케 한 한밤 계엄선포… 혼란과 불안 빨리 끝내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담화를 내고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자유헌정질서를 지키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는 그러나 4일 새벽 긴급 본회의를 열어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의 한밤 비상계엄 선포는 2시간 30여분 만에 무위로 돌아갔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과거 군사정권의 비정상적 헌정질서 파괴를 연상시킬 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야당의 잇단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 차질을 들었지만 그런 국회 입법 권력의 독주가 헌법이 규정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될 수는 없다.
절차적으로도 문제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정상적인 심의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지만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나아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결국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까지 참여해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상황이 뻔히 예견됐는데도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1호를 통해 국회 지방의회 정당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의 계엄사 통제를 포고하기도 했다. 이에 여의도 국회의 출입문이 폐쇄돼 국회의원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국회 안팎에선 계엄군과 의원 보좌진 등과의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9년 10월 부마항쟁 당시 부산지역에 9일간, 10·26사건 이튿날인 1979년 10월 27일부터 1981년 1월 24일까지 439일간 실행된 게 마지막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이후 40여 년간 대한민국이 일궈온 민주주의의 시간표를 되돌리는 퇴행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괴물’로 규정했지만 그런 낡은 인식이야말로 시대적 괴물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만큼 윤 대통령은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 이 혼란을 서둘러 끝내야 한다.
-동아일보(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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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與野 곧바로 해제 결의안 처리. 예상된 결과인데 尹은 왜 ‘정치적 자해’ 선택했나.
-팔면봉, 조선일보(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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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낙제점이던 대선후보 尹과 李, 지금은
[이진영 칼럼]
후보 시절 도덕성 평가 尹 58점, 李 53점
지금은 선거 개입 의혹에 방탄 입법까지
도덕성 기준 낮추는 보수 진보 일탈 경쟁
되는 일 없는 정치 위기는 도덕성의 위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법 총기 소지와 탈세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둘째 아들을 임기 말에 사면했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아들을 사면하지 않겠다”는 말을 여섯 번 했던 바이든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아니었다면 소신을 꺾고 공약을 깰 용기를 냈을까. 트럼프는 탈세 전과가 있는 사돈을 사면하고 프랑스 대사 자리까지 내주었다. 바이든으로선 전 부인과 큰딸, 큰아들을 교통사고와 병으로 잃은 뒤 눈물로 키운 차남 사면쯤은 “미국인들이 이해해 주리라” 기대했을지 모른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운 법이다. 금기를 깨는 일도 그렇다. 에밀 뒤르켐은 ‘성인들만 사는 곳에도 종류가 다를 뿐 범죄는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사회가 허용하는 행위에 대한 선을 그어놓고 처벌해야 공동체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후 사회학자들은 뒤르켐의 이론을 토대로 한 사회의 범죄율이 작은 등락은 있어도 장기간에 걸쳐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일탈 행위가 증가하면 일일이 엄벌하기보다 기준을 낮춰 일탈 행위의 총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경향도 발견했다. 일탈이 익숙한 일상이 되면 더 이상 일탈이 아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1호 인사로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을 받는 맷 게이츠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이유도 후속 인사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 수준을 바닥까지 낮추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직무 경험도 일천한 데다 성매매, 마약 복용, 선거자금 유용 의혹까지 받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다면 누구를 무슨 자리에 앉힌들 놀라겠나. 실제로 게이츠는 낙마했지만 백신 음모론자가 보건복지부 장관, 친러 인사가 국가정보국 국장, 성 학대 방치 의혹을 받는 사람이 교육부 장관에 지명됐다.
한국의 경우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인선이 ‘게이츠 모멘트’로 정치인의 후안무치 경쟁의 계기가 됐다고 본다.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사퇴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며 정치적 피해자임을 강변한 그가 없었다면,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의원 임기 다 채운 윤미향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불의한 검찰 권력과 싸웠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해하며 당을 바꿔 연임한 황운하 의원도,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조작 수사 중단하라” 큰소리친 송영길도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도덕성 면에선 ‘막하막하’의 경쟁을 하는 사이다.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팀은 정치인의 도덕성 결핍이 나라를 위태롭게 할 지경임을 한탄하며 동서양의 고전과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항목을 검토하고 전직 국회의원과 일반 시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도덕성 평가 항목 6가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2022년 대선 직전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유력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도덕성 점수를 매기게 했는데 윤 대통령이 100점 만점에 평균 58점, 이 대표가 53점으로 둘 다 낙제점을 받았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다시 평가하면 어떤 점수가 나올까.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높은 점수를 받았던 항목이 ‘뇌물, 청탁, 특혜나 부당한 정치자금을 받지 않는다’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물을 취득하지 않는다’였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봐주기 수사 의혹,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이 제기된 지금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이 대표가 6개 항목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을 앞선 평가 항목이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였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률을 준수한다’는 항목도 다른 항목보다는 점수가 높았다. 자기를 수사한 검사는 탄핵하고, 자기를 변호한 변호사들은 국회의원 배지 달아주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해 방탄 입법까지 마다하지 않는 이 대표에게 지금은 어떤 점수를 줄까.
보수는 유능하고 진보는 도덕적이라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보수가 유능하다는 신화는 박근혜 정부, 진보가 도덕적이란 믿음은 문재인 정부를 겪으며 깨졌다. 권력을 사유화하고도 당당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일탈 경쟁을 보면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도덕성이 추락할 대로 추락했음을 절감한다. ‘그래도 일은 잘하지 않느냐’는 말을 어느 쪽도 꺼낼 수 없이 되는 일 하나 없는 꽉 막힌 정국이다. 정치의 위기가 아니라 도덕성의 위기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정치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덤덤하게 봐 내는 도덕 불감증으론 극복할 수 없는 위기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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