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맏형’도 두 손 든 가덕신공항 공사]
[난공사 울릉 공항 2년 지연, 비슷한 공법 가덕도 공항은 괜찮나 ]
[건설사도 외면한 가덕도 공항 공사, 재앙 될 수 있다]
[10조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에 건설사들 응찰 외면]
건설업계 ‘맏형’도 두 손 든 가덕신공항 공사
“가덕신공항은 반드시 계획대로, 제대로 개항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인 재작년 12월 초 부산을 찾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9년 12월까지 신공항을 개항하겠다고 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로 신공항 건설까지 무산될까 우려하는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1년 반이 지난 이달 8일, 국토교통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맺은 계약을 무효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신공항 공사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국토부가 입찰공고에서 내건 ‘공사 기간 7년’ 조건을 2년 초과한 9년짜리 기본설계 계획을 제출했다. 공사의 극심한 난도를 고려할 때 도저히 7년 만에 공사를 마칠 수 없다는 내용의 상세한 사유서도 첨부했다. 국토부의 보완 요구에도 현대건설은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4차례 유찰 끝에 떠안다시피 정부와 수의계약을 맺었던 국내 건설업계의 맏형이 사실상 공사를 포기한 셈이다.
▷건설업계에선 “충분히 예상된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덕신공항 예정지의 절반 이상은 바다를 매립해 조성해야 한다. 서울 남산의 3배 규모 산봉우리를 발파해 나오는 2억 m³ 이상의 돌, 흙으로 바다를 메워야 한다. 1단계 공사에 9년이 걸린 인천공항에 비해 가덕도 앞바다는 수심이 훨씬 깊고, 지반도 점토질이어서 더 무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땅을 다지지 못하면 육지와 매립지 사이에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다. 나중에 활주로 일부가 내려앉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공사업체는 감당 못 할 책임을 져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정치로 시작돼 정치 때문에 꼬인’ 국책사업이다. 노무현 정부 때 동남권 신공항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백지화했고, 박근혜 정부는 해외 공항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의 연구용역을 받아 김해공항 확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가덕신공항에 무게를 실었고, 야당이 동조해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됐다. 엑스포를 의식한 윤 정부는 2035년이던 개항 시점을 5년 넘게 앞당겼다.
▷현대건설은 이미 46년 전에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항을 건설한 업체다. 세계 1, 2위 마천루인 ‘부르즈 할리파’, ‘메르데카118’도 한국 기업이 세웠다. 불가능에 가깝다는 세계적 난공사를 도맡아 해결해 온 우리 건설업체들이 10조5000억 원짜리 국내 공사를 못 하겠다며 두 손, 두 발 다 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설계 단계에서 차질이 빚어지면서 2029년 개항은 이미 어려워졌다. ‘안전한 공항’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현실적인 스케줄을 다시 짜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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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사 울릉 공항 2년 지연, 비슷한 공법 가덕도 공항은 괜찮나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울릉공항 개항이 공사 지연으로 2026년 상반기 개항이 2년 늦춰졌다. 공사 진척이 예상보다 더딘 것이다. 울릉공항은 가덕도 신공항의 사전 테스트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근 산을 깎아 바다를 메워 육해상에 걸쳐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을 지는 방식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공항의 개항 일정이 2년이나 늦춰졌다면 가덕도 신공항 일정도 문제없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가덕도 신공항은 애초 2035년 개항을 추진했는데 부산 엑스포 유치전 과정에서 2029년 12월로 일정을 무려 5년 이상 앞당겼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공항 전체를 해상에 지으려던 계획을 수정, 산을 깎아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부등 침하 가능성 탓에 계획 검토 단계에서 배제했던 방식을 되살려낸 것이다. 무리한 일정과 난공사에 따른 위험 부담이 너무 커지자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말 3차 입찰 공고를 내면서 공사 기간을 7년으로 1년 연장했지만 19일 부지 조성 공사 3차 입찰마저 유찰됐다.
울릉공항은 50인승 소형 항공기 전용 공항으로 활주로 길이가 1200m다. 가덕도 신공항은 3500m 활주로가 2개다. 공사비는 울릉공항의 20배다. 공사 현장의 평균 수심은 각각 울릉이 23미터, 가덕도 20미터로 큰 차이가 없다. 소형 울릉공항을 짓는 데 공사 기간이 7년으로 늘어났는데, 전체 면적이 15배가 넘는 대형 공항을 같은 기간에 짓는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인천공항의 경우 1단계 건설에만 9년이 걸렸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해 가덕도 신공항을 무리해 조기 완공해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9년 12월 개항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부분 개항한다는 발표도 나왔다. 한쪽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 바로 옆에서 토목 공사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건설회사들이 공사를 맡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정부는 조기 완공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가덕도 신공항의 경제성,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다시 논의하기 바란다. 무리하게 공사를 하다 지반 침하 같은 문제라도 생기면 감당할 수가 없다.
-조선일보(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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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도 외면한 가덕도 공항 공사, 재앙 될 수 있다
지난 5일 마감된 공사비 10조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의 '공항 부지 건설 입찰'에 건설사들이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2030년 부산 엑스포에 앞서 2029년 조기 개항하겠다며 공사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긴 가덕도 신공항이 첫 단추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5일 마감된 활주로·방파제 등 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입찰에 건설업체가 단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10조53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공사를 건설사들이 외면하는 예상 밖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무리한 일정과 난공사에 따른 위험 부담이 너무 커 건설사들이 등을 돌린 탓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애초 2035년 개항으로 추진되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 과정에서 2029년 12월로 일정이 5년 이상 앞당겨졌다. 여기가 무지몽매한 북한인가. 어떻게 10년 걸리는 공사가 5년으로 단축되나. 인천공항의 경우 1단계 건설에만 9년이 걸렸다. 국토부는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공항 전체를 해상에 지으려던 계획을 수정, 산을 깎아 육·해상에 걸쳐 짓는 것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부등 침하 가능성 탓에 계획 검토 단계에서 배제됐던 방식을 되살린 것이다. 모든 것이 상식 밖이고 후진적이다.
가덕도 신공항 계획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정치 포퓰리즘의 산물이었다. 2016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작업을 했던 프랑스 전문 기업은 “태풍·해일에 취약하고 바다를 메워야 해 지반까지 약하다”면서 가덕도 공항 후보지에 대해 안전성·경제성 모두 낙제점을 주었다. 그래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지만,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권이 선거용 카드로 꺼내들었고, 표를 의식한 국민의힘도 동조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부적합 곳에 무리하게 공항을 지으려다 보니 예비 타당성 조사나 사업비 추산 과정을 모조리 생략한 채 ‘무조건 지으라’는 특별법까지 만들었다. 각 당의 대선·총선 공약으로 대못이 박힌 가덕도 신공항은 부산 엑스포 변수로 완공 시점까지 5년 앞당겨졌다.
부산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다. 조기 완공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 셈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민 대상의 한 여론조사에선 54%가 ‘가덕도 특별법’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지역민들도 문제점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라도 조기 완공에 대한 집착은 버리고 가덕도 신공항의 경제성,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무리하게 바다를 메워 공항을 지었다가 지반 침하가 일어나면 국가적 재앙이다.
-조선일보(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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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에 건설사들 응찰 외면
지난주 마감된 10조5300억 원 규모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건설공사 입찰에 건설사들이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활주로, 방파제를 포함한 부지 공사는 신공항 총공사비 13조4900억 원 중 78%를 차지하는 대규모 사업인데도 건설업계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한 것이다. 내년 6월경 본 공사를 시작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24일까지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입찰을 받기로 했지만 고난도 대형 공사를 맡을 능력이 있는 주요 건설사의 참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한다.
건설사들이 입찰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당초 2035년 개항이 목표였지만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에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완공 시점이 2029년 12월로 5년 앞당겨졌다.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는데도 완공 목표는 그대로여서 공사를 맡는 기업은 10개월 안에 설계, 5년 안에 건설까지 끝내야 한다. 1단계 완공에 9년 걸린 인천공항 건설 기간의 절반에 불과해 졸속 설계, 부실공사 우려가 적지 않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육지와 해양 매립지를 연결해 활주로를 짓기로 한 것도 건설업체들이 참여를 꺼리는 원인 중 하나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땅이 육지보다 빨리 꺼지면서 활주로가 파손되는 ‘부등침하(不等沈下)’ 우려 때문이다. 공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대형 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건설업체들로선 이렇게 어려운 정부 발주 공사를 맡았다가 완공 시점을 못 맞추거나, 나중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져야 한다. 인건비·자재비 등 토목 공사비가 급증한 것도 입찰 참여 포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논란이 큰 대형 사업인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뛸 수 있도록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했다. 외풍에 휩쓸려 급하게 진행된 만큼 국제공항의 필수요건인 안전성, 재해 대응 능력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려고 첫 단추를 잘못 끼울 경우 당초 계획보다 훨씬 긴 기간,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정부는 공사 방식, 완공 시기 등 전체 청사진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꼼꼼히 되짚어 봐야 한다.
-동아일보(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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