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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바람'도 비껴가는 나라] [美 방위비 압박 돌파할.. ] ....

뚝섬 2024. 11. 19. 09:37

['트럼프 바람'도 비껴가는 나라]

[美 방위비 압박 돌파할 ‘증거 기반 외교’ 준비됐나]

[음모론자도 장관하는 시대]

[트럼프 월드의 포식자와 약자]

 

 

 

'트럼프 바람'도 비껴가는 나라

 

[김대중 칼럼]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트럼프를 중·러·나토는 예의 주시
우리는 격랑의 세계 정세 아랑곳 않고 여야가 피 터지게 싸우느라 바빠
尹 대통령, 난국의 리더십 발휘해 트럼피즘 파도 극복해야
야권은 정치 투쟁으로 소일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

 

‘트럼프 바람’이 무섭다. 이념적으로는 미국 보수화 또는 미국우선주의의 바람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복수의 바람이기도 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오래 준비한 듯이 미국의 골수 우파 전사(戰士)들을 거침없이 차기 정부의 요직에 선발하고 세계를 향해 미국이 변하고 있음을 선포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를 독재자·범죄자·반(反)민주주의자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은 지금 떨고 있다.

 

트럼프 바람은 미국에만 부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특히 미국과 거래가 밀접하거나 불가피한 나라들도 트럼프에 맞춰 춤을 출 준비에 분주하다. 나토(NATO)나 동아시아의 미국 우방뿐 아니라 러시아·중국 등 미국과 대착점에 있는 나라들도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며 대응에 들어가고 있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몰라도 트럼프는 가히 세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도 트럼프 바람에 긴장하고 있기는 하다. 가장 빠른 쪽은 기업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지 보름 만에 외국인을, 또는 미국인을, 또는 미국을 잘 아는, 특히 트럼프 성향에 익숙한 사람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런데 정치권은 아니다. 도대체 트럼프 바람의 실체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하고 느리다. 느리기만 하면 또 모르겠는데 아예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끼리 피 터지게 싸우느라고 바쁘다. 트럼프 바람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새다.

 

이미 예정된 것이라 어쩔 수 없는 행사라지만 그래도 하필 이 시점에 우리 대통령은 저 멀리 남미에서 레임덕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한가한 사진만 뉴스에 뜬다. 그리고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비 오는 거리에서 악에 받친 듯 윤 대통령과 정부를 매질하는 사진만 뜬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바 없고 우리끼리 싸우는 데 몰두하는, 천방지축 나라의 꼴로 비칠까 걱정된다.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대한민국이 트럼프 바람을 극복하는 길을 찾는 것, 그것이 윤 대통령이 남은 2년 반 동안 해야 할 일이다. 안보 면에서 미국의 철통 같은 안보 공약을 더욱 공고히 하거나 굳이 미국이 그 비중을 줄이겠다면 우리도 핵화(核化)하는 길로 가는 것이 그 하나고, 경제 면에서 한국이 미국과 자원 협력국으로 가면서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무위로 끝나지 않도록 경제외교를 강화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왜 트럼프를 선택했는지를 공부해야 한다. 미국 국민은 트럼프의 범죄적 요소를 몰라서 또는 그를 좋은 인격자인 줄 착각해서 그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미국인이 트럼프에게 베팅한 것은 그것이 지금 미국을 부양하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여기서 길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의 그 어떤 부족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라의 정체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난국을 이겨내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우리의 우파는 정치를 소홀히 해서 망하지만 좌파는 우파의 실수를 먹고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도 인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징역형 판결은 지금 우리 정치를 짓누르고 있는 두 사안의 격(格)이 다른 것임을 극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윤 대통령의 문제는 부인의 문제이지만 이재명 대표의 문제는 이 대표 자신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윤 대통령 부인의 문제는 처신에 관한 문제이지만 이 대표의 문제는 범죄의 문제라고 판시된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우리가 격랑의 세계 정세, 특히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극(極)보수화-우경화-그리고 미국 우선주의의 파도를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이냐의 문제다. 북한은 갈수록 군사화하고 블록화하면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고 러시아·중국과 더불어 핵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어떤 극단적 자국 보호주의도 마다 않는 매가(MAGA)주의에 매몰돼 있다. 이런 것을 세상은 트럼피즘이라고 한다. 이제 막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겨누고 세계의 반열에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절체절명의 국가적·민족적 과제이며 시험대다. 그런데 여기서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약속한 조치들에 미온적이거나 시간을 낭비한다면, 그리고 야권은 탄핵 등 정치 투쟁으로 소일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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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방위비 압박 돌파할 ‘증거 기반 외교’ 준비됐나

 

트럼프, 포퓰리즘적 ‘분담금 증액’ 요구
한국, 정확한 실상 알리는 외교전략 펴야
美국민-지역의원들과의 공감대 필수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압도적인 대선 승리 이후 미국 차기 정부가 추진할 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캠페인 중에 트럼프 당선인은 선명한 경제민족주의를 주장했지만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서는 모호했다. 세계적 안보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4년의 휴지기를 거치면서 새롭게 안보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외교안보를 책임질 고위 관료의 인선이 상당 부분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전략의 줄기를 추측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우선주의의 기치를 몸과 마음에 새긴 다수의 충성파로 포진되었지만 일관된 정책적 흐름이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트럼프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이 고립주의가 될 것이라고 논한다. 미국이 일관된 고립주의 외교를 추진한다면 세계 질서에 주는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과거에 비해 전면적 지구적 개입을 추진하지 않고 선별적 개입을 추진할 가능성은 물론 높다. 경제적 민족주의가 외교안보 고립주의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미국이 지구적 리더십 자체를 포기하고 보통 강대국이 될 때 패권국으로 누려온 구조적 이익은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은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통해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가 국제무역과 금융의 기축통화로 자리 잡아 미국은 막대한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달러 중심의 금융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미국의 경제적 지위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군사 부문에서 미국은 지구적 리더십을 유지하면서 핵무기의 독점을 통해 확장억제 전략을 유지해 왔다. 동맹국들의 안보 의존을 유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캠페인 구상으로 향후 4년간 펼쳐질 미국의 새로운 패권 전략을 재구성해 본다면 어떠한 모습일까? 트럼프는 10%의 보편관세와 60%의 대중(對中)관세를 부과하고 120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법인세를 감면하겠다는 명확한 경제 전략을 제시했다. 이러한 전략이 4년간 일관되게 추진될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더욱 단명했던 트럼프 1기 정부의 경제 정책의 장기적 실효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보호무역주의와 이민 억제는 인플레이션, 노동력 부족, 금리 인상 등 부정적인 장기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

외교안보 분야는 예측이 더욱 어렵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안보 전략의 슬로건은 구체적인 안보 정책과 연결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마감하고 중동에서 이스라엘 지원과 이란 봉쇄 등을 추진하고, 중국을 견제한다는 구상을 내세웠지만 자세한 청사진은 알기 어렵다. 동맹들의 방위비 분담금 추가 등 경제적 민족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안보 전략만 명확하다.

한국은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2기 정부의 지구적 리더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트럼프 정부의 외교 대전략에는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많지만 1기 경험을 바탕으로 명확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경계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트럼프 정부는 국내 유권자들의 경제적 요구에 충실하면서 대외 안보 상황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받아들여 대중국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바 있다. 한국은 트럼프의 명확한 전략에 미리 대비하면서, 불명확하거나 준비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밑그림을 제시하고 이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미국 유권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외교 전략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조 바이든 정부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 역시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이는 미국 국민들의 요구와 한국의 국익 간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시기임을 의미한다.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공외교와 각 지역 의원들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셋째, 트럼프 당선인은 대중의 정서에 호소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선호하기 때문에 명확한 사실보다는 감정적 호소에 기반한 주장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압박을 가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 한국은 이에 대응해 증거 기반 외교와 지식 기반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한미 관계의 실상과 한국의 외교 정책을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알리며 이를 토대로 대미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넷째, 미국은 향후 한국의 첨단기술 발전 전략, 대북 억제 전략, 그리고 미중 관계 속에서 국제질서 유지의 핵심 파트너이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안보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명확한 내러티브로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일보(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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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자도 장관하는 시대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대표적인 마스크·백신 무용론자였다. 코로나 기간에 재임했던 그는 “백신을 맞으면 악어로 변할 수도 있다”면서 대신 말라리아 예방약을 처방받을 것을 권했다. 모임 등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반대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의 재임 기간 브라질에서 코로나로 숨진 사람은 70만명이 넘는다.

 

▶미국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자신을 지지한 케네디 주니어를 장관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했지만 보건부 장관은 피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케네디는 20년 전부터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음모론을 펼쳤기 때문이다.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를 그를 보건부 장관에 지명했다. 미국 보건 전문가들은 그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백신만 아니라 불소, 에이즈, 항우울제, 줄기세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모론을 신봉해 그의 정책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 세상엔 온갖 음모론이 있고 이를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55년이 지났지만 미국에서 “달 착륙은 허구”라고 믿는 사람이 6%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인구의 2%가 여전히 지구 평면설을 믿고 있다. 9·11 테러를 미국 정부가 계획했다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음모론 신봉자들은 동서고금 있었지만 그들이 다른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좌우할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오르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미국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 변화는 민주당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거침없이 주장해온 ‘석유 재벌’ 크리스 라이트를 에너지부 장관에 지명했다. 트럼프 자신이 “기후 변화는 거짓”이며 과도한 환경 규제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해 왔다. 트럼프는 1기 때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스콧 프루잇을 환경보호청(EPA)장에 앉히고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는데 이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트럼프 인사의 특징은 해당 부처의 핵심 기능을 부정하는 사람을 보낸다는 점이다. 국방 장관, 국가안보 보좌관, 정보 총책임자도 장군 출신은 한 명도 없고 각각 소령, 대령, 중령 출신을 지명했다. 지명하는 인사 중 각종 음모론 신봉자가 적지 않으니 희한하기도 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미국 국내 문제는 모르겠지만 기후 변화, 보건 정책, 국방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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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월드의 포식자와 약자

 

2019년 6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센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 도전 출정식을 취재했을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에 서기 전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트럼프의 ‘영적 조언자’로 알려진 여성 전도사 폴라 화이트였다. 그는 무대에 올라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모든 ‘악마의 네트워크’가 무너지게 하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옥과 적의 전략을 이겨내고 운명과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큰소리로 기도했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적대시하는 기도에 환호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을 보며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진 미국의 ‘부족주의 정치’ 현실을 실감했다.

친구와 적으로 구분하는 ‘트럼프 월드’

재선을 노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2020년 대선에서 낙선했지만 세상을 적과 친구로 나누는 ‘트럼프 월드’의 이분법적 세계관과 미국 우선주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미 유권자들은 올 11월 제47대 미 대통령 선거에서 표를 몰아주며 그를 다시 선택했다. 트럼프를 겪을 만큼 겪고 내린 두 번째 선택이니 진짜 민심을 반영한다고 봐야 한다. 미국인의 지지와 1기 학습효과가 생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주도 안 돼 2기 행정부 주요 인선을 거의 마무리할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트럼프 1기 때는 행동이 정치적 수사와 달랐지만 이번에는 제약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재집권 리스크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고, 세계는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한국처럼 막대한 대미 흑자를 내고 있는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통해 무역흑자 폭을 줄이는 대안을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자국 천연자원 접근권이나 투자자 심사 권한 등을 부여하는 ‘승리 계획’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60%의 고율 관세가 예고된 중국은 트럼프 1기 때 무역전쟁을 치르며 미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를 낮춰 과거보다 피해가 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포비아’ 현실화, 우리 하기에 달려

문제는 한국이다. 2016년 트럼프 등장에 놀라고, 8년 뒤 재집권에 다시 당황하고 있다.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나라지만 대중·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고 산업도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받는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위기라고 호들갑을 떨다가 막상 위험이 코앞까지 닥치면 어쩔 줄 모르고 당하는 ‘회색 코뿔소’ 리스크를 없애려면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발 더 빨리 행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EU의 구상처럼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거나 미국산 원유 도입으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일 수 있겠으나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때 이미 꺼냈던 카드이며 그냥 될 일도 아니다. 중동보다 먼 미국에서 LNG나 원유를 들여오려면 운송비 비축비 등의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환경청장으로 지명한 리 젤딘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친구는 친구처럼, 적은 적처럼 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1983년 완공된 뉴욕 트럼프타워 건설 책임자였으며 트럼프 당선인과 18년간 일했던 바버라 레스는 2017년 제작된 넷플릭스의 4부작 다큐멘터리 ‘트럼프: 미국인의 꿈’에 출연해 트럼프는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공격한다. 더 세게 반격한다. 약한 사람도 공격한다. 약점을 알고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미국에 이익에 도전하는 포식자나 약점이 잡힌 약자로 인식되면 트럼프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의 말을 빌리면 트럼프 공포의 실현 여부는 우리 하기에 더 달려 있다.

-박용 부국장, 동아일보(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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