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되니 눈에 띄는 운세 구절…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희망은 모두를 설레게 합니다]
[대통령과 점괘]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나의 실버타운 일기]
점을 보는 마음 2

“사는 것이 지루하다. 오래 산 게 죄다, 빨리 죽어야 할 텐데. 언제 죽을는지 점이라도 보고 싶다.” 만날 때마다 버릇처럼 푸념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어제는 내가 농담 삼아 “점 보시나 마나, 오래 사실 거예요” 한마디 하고는 내가 점 본 이야기를 해준 겁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두 사람의 사주 풀이, 그중 한 사람은 동대문의 남루한 여관방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던 젊은 도사. 내 사주를 살펴보더니 “나무로군요” 했다. 내가 대뜸 “나무라면 속리산의 정1품 소나무인가요?” 물었더니 “뼈만 앙상한 겨울나무라 긴 겨울이 지나 봄이 돼 봐야 꽃이 필지 말지를 알 수 있겠다”는 겁니다.
나는 성급했던 나의 반응이 무안해서 어색한 감정을 수습하고 있었는데, 그 젊은 도사가 말했습니다. “속리산 정1품 소나무라고 생각했다면 그걸로 됐습니다. 앞으로 이런 데는 오지 마십시오.” 나는 그곳에 갔던 게 몹시 후회스러웠지만, 기분은 상쾌했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50대 어느 해에, 북한산 등반하고 내려오는 길에 손금 잘 보는 용한 할머니가 있다고 해서 일행을 따라 평창동의 한 주택으로 갔습니다. 주차장 속 쪽방에서 손금을 보던 할머니. 내 손금을 보더니 “평생 비단실을 뽑고 껍데기만 남을 누에 팔자”라는 거예요. 내 얼굴에 낙담한 빛이 역력했던지, 할머니가 던진 한마디. “평생 건강하겠구먼.”
맞습니다. 두 사람의 풀이대로, 나는 그 뒤로 점을 보지 않고도 큰 사고 없이 90 평생을 잘 버티고 살아온 겁니다. 오랜만에 할 일 없이 신문을 꼼꼼히 살펴보니 아직도 오늘의 운세가 실려 있었는데, 여러 개의 운세 중에 눈에 띄는 한 구절.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진현, 조선일보(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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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모두를 설레게 합니다
[나의 실버타운 일기]
점을 보는 마음 1

챗GPT에서 점도 본다? 젊은이들이 인터넷이나 타로점을 즐겨 보고 점집을 찾아 직업·연애·재산 상담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챗GPT까지 등장하다니 점을 보는 마음은 영원한가 봅니다. 점 보는 이야기에는 저마다 약간의 추억담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새해를 맞으면 온 가족이 토정비결을 보았죠. 호기심과 기대로 긴장했던 설 이벤트였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찾아보았습니다. 한결같이 애매모호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그걸 꼬박꼬박 챙겨보았어요. 그리고 돌아보니 평생 여섯 번이나 점집을 찾았던 경험도 있습니다.
여섯 곳 모두 “아주 잘 맞힌다”는 경험자의 추천으로 찾아간 유명한 점집이었습니다. 방 하나에 여러 명이 둘러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앞사람의 운명 풀이를 얻어듣게 됩니다. 그런데 거의 예외 없이 상담자가 먼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더라고요. “남편이 속을 썩이겠구먼” 또는 “자식이 내 뜻대로 되질 않아” 이 한마디면 “맞아요” 하면서 바싹 다가가 앉습니다.
정치인이건 사업가이건 주부이건 연예인이건 미래는 불안하고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한 건 어느 시기에나 마찬가지입니다. 훗날 추천자에게 무엇을 그렇게 잘 맞혔냐고 물었더니, “올해 출마하면 당선될 거라고 장담했다”며 예비 후보자 A가 답했습니다. 다른 사람 B는 “식당을 개업하려고 찾아갔더니 돈을 낙엽 모으듯 갈퀴로 긁어 모을 운세라는 점괘를 들었다”는 거예요. 희망은 모두를 설레게 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본 점집 중 두 군데는 달랐습니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진현, 조선일보(2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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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점괘
이론을 공부했으면 실전에 적용해 보아야 공부가 는다. 주역 공부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현실을 끊임없이 주역의 64괘로 환원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맨땅에 헤딩하듯' 실전에서 부딪쳐야 공부가 된다.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나이 차이가 24년이라는 게 화제다. 부인이 24년 더 많다. 미국 대통령 부부도 24년 차이가 나지만 이건 별로 화제가 안 된다. 이 상황을 주역으로 설명하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지산겸(地山謙) 괘(卦)가 나온다. 위에 땅(地)이 있고, 아래에는 젊은 남자가 있다. 땅은 나이 든 여자로 본다. 24년 연상인 와이프가 위에 있고, 마크롱이 아래에 있는 형국이다. 나이 든 여자가 위에 올라타고, 남자가 그 아래 깔려 있다고 해서 나쁜 게 아니다. 주역적 사고방식에 의하면 이 형국은 겸손(謙遜)을 상징한다. 겸괘는 좋은 괘다. 겸손하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 상대가 겸손하면 싸움 걸기 어렵다.

에마뉘엘 마크롱이 14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파리 엘리제궁에서 취임식을 하고 프랑스 제5공화국의 여덟 번째 대통령에 취임했다. 사진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취임식장에 들어서는 마크롱과 부인 브리짓 트로뉴. /AFP 연합뉴스
서애 류성용의 형님이 겸암(謙菴) 류운용이다. 겸암이 세운 하회마을 겸암정사는 산 정상이 아닌 7부 능선쯤에 자리 잡고 있다. 겸(謙)의 정신이 들어 있는 위치라고 나는 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점괘는 천풍구(天風姤)가 나온다. 위는 하늘이다. 강건한 남자가 위에 있다. 그 아래로 바람이 있다. 바람은 장녀를 상징한다. 트럼프의 아내보다 장녀 이방카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천풍구는 좋은 괘가 아니다. 밑에서부터 위로 서서히 좀먹어 들어가는 형세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트럼프는 언론과 싸움이 붙었다. 이거 좋지 않다. 트럼프는 키 190㎝의 거구다. 갈기를 날리는 사자의 관상이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곰의 관상을 한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미사일을 쏘고 항공모함을 들이대면서 사자후(獅子吼)를 토했다. 그는 동물원에서 통닭 받아먹던 사자가 아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점박이 하이에나 떼와 일전을 불사하는 야생 사자다. 언론은 하이에나다. 덩치는 작지만, 떼로 달려든다. 동물의 왕국에서 유일하게 사자를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이 하이에나 아닌가. 이빨로 무는 힘이 악어 다음으로 강해 물면 놓지 않는다. 미국 하이에나 대장이 뉴욕타임스이다. 사자가 하이에나 대장을 잡을 것인가, 하이에나가 무리 지어 사자를 잡을 것인가.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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