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野(草·木·花)]

[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 [나무를 위한 변호]

뚝섬 2021. 5. 16. 06:10

[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 

[나무를 위한 변호]

 

 

 

탈원전 文정부, 멀쩡한 산 밀어버렸다

 

탄소배출 거의 없는 원전 줄이고… “나무 30억그루 새로 심겠다”

 

드론에 포착된 마구잡이 벌목 현장 - 지난 13일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일대 숲이 벌채로 인해 민둥산이 돼 있다. 40~50년생 잣나무가 자라던 이곳은 산림청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어린 나무를 심기로 하고 벌목을 진행했다. 이 사진은 드론으로 촬영했다. /고운호 기자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멀쩡한 숲을 대거 벌목(伐木)한 다음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새로 심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수령(樹齡) 30년 이상 된 나무가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댔지만, 전문가들은 “오래된 숲의 탄소 저감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고 반박한다. 현 정부 들어 탄소 배출량이 적은 원전을 하나둘 줄이면서 탄소 저감 목표가 차질을 빚자 엉뚱하게 ‘오래된 나무’에 화살을 돌리는 모양새다.

 

14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이산화탄소 저감량을 2050년까지 3400만t으로 늘리기 위해 연간 조림 면적을 현재 2만3000㏊(헥타르)에서 3만㏊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금보다 연간 7000㏊를 늘린다는 것. 이만큼 매년 늘리면 2050년까지 30년간 서울 면적(605.2㎢)의 3배 이상 면적(약 2100㎢)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나무를 심을 땅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결국 있는 나무를 베고 새 나무를 심는 식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산림청은 이를 위해 연간 벌목 규모를 목재 수확량 기준 500만㎥에서 800만㎥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벌목 과정에서 긁어낸 나무와 각종 부산물 모습. /고운호 기자

 

산림청은 30억 그루 나무 심기 목표 가운데 3억 그루는 북한에, 1억 그루는 도시 등 신규 조성 숲에 심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인 26억 그루는 기존 숲을 베고 심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산림청은 토종 소나무와 잣나무 등은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테다소나무와 백합나무 등 외래종 속성수를 집중적으로 심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강원도와 경북 등지 대규모 경제림 단지 내 수령 40~50년 된 나무들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정부가 조림 비용의 90%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벌목 규제도 완화하면서 민간 사유림에서도 갑작스러운 ‘벌목 붐’이 일어날 조짐이다. 윤 의원은 “지금보다 벌목 면적을 60% 정도 인위적으로 늘리겠다는 뜻”이라며 산림청이 탄소 감축 효과도 미지수인데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산림청은 “우리나라 산림은 20년생 또는 30년생에서 가장 왕성하게 자란다”면서 “나무가 적정 연령에 이르면 수확해서 젊은 숲으로 순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대규모로 수확한 목재는 앞으로 친환경 건축 자재 활용과 바이오매스 발전 등으로 수요를 창출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대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는 “나무는 200~300년 이상까지도 꾸준히 탄소를 몸체에 축적해 나가는데, 중간에 나무를 베어버리면 저장됐던 탄소가 그만큼 공기 중에 배출돼 버리는 것”이라며 “엔진톱과 포클레인, 트럭 등 화석 연료 장비를 동원한 벌목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돼 저감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했다.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더 자라면 고급 건축이나 가구에 쓰일 나무들을 보조금을 줘가며 베라고 권장하는 셈”이라며 “산림의 효용은 탄소중립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중국 등 16국 과학자들이 2014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름이 50㎝인 나무보다 지름이 100㎝인 나무가 3배 더 빨리 커진다. 나이가 들수록 탄소를 잡아두는 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선정민 기자, 조선일보(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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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위한 변호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내가 어쩌다 ‘철새들을 위한 변호'(본지 2007년 1월 21일)와 ‘멧돼지를 위한 변호'(본지 2019년 11월 5일)에 이어 급기야 ‘나무를 위한 변호’까지 맡았다. 2050년까지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탄소 3400만톤을 줄이겠다는 산림청의 ‘탄소 중립 산림 부문 추진 전략’으로 인해 스러질 수많은 나무를 위해 또다시 변호를 자청한다.

 

조만간 번역돼 나올 애리조나대 나이테연구소 트루엣 교수의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 따르면, 지구 최고령 나무는 미국 그레이트베이슨 지역에서 크고 있는 5062살 브리슬콘소나무다. 독일가문비나무는 500년, 너도밤나무는 600년, 참나무는 800년 이상 산다. 그래서 독일 숲의 벌기령(베어서 쓰는 나무의 나이)은 독일가문비나무 80년, 너도밤나무 120년, 참나무 180년 정도 된다.

 

독일가문비 나무

 

산림청은 우리 산림의 65%를 차지하는 31~50살 나무들을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며 베어내고 어린 묘목을 심겠다고 발표했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초등학교에 다닐 어린 나무를 호흡이 가빠지는 중늙은이 취급하며 개벌하고 대신 갓난아기들을 잔뜩 세워놓겠다는 발상이다. 1970~80년대에 심어 이제 본격적으로 생장할 나무들이라 적절한 간벌로 덩치를 늘려야 하는데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역주행인가?

 

온실 기체 감축 실행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조만간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할 텐데, 아무리 급하더라도 산림청의 이 정책만큼은 반드시 재검토하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숲 살리기 사업’이 하천 생태계를 초토화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이어 숲 생태계마저 괴멸할까 심히 두렵다. 우리는 녹화에 성공했을 뿐 조림에 성공한 나라가 아니다. 지금은 생태적 조림 사업을 할 때지 녹화 사업을 반복할 때가 아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조선일보(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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