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순천] 순천만 짱뚱어탕

뚝섬 2021. 7. 11. 06:00

[김준의 맛과 섬] 

 

벌교를 지나 화포로 가는 길이다. 이곳부터 맞은편 와온까지 이어지는 갯벌이 순천만이다. 이 길에서 허기질 때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짱뚱어탕<사진>을 찾는다. 더구나 여름이나 가을철이면 더욱 좋다. 지역 주민들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짱뚱어는 펄갯벌이 발달한 여자만, 득량만, 도암만, 탄도만, 신안갯벌 등 서남해안 연안에서 볼 수 있다. 농어목 망둑어과 갯벌 생물이다. 눈이 머리 위로 툭 튀어나와 있고, 물이 빠진 갯벌에서도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걸어 다닌다. 겨울에는 갯벌 깊은 곳에서 잠을 잔다.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을 ‘잠퉁이’라 하는데, 짱뚱어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튀어나온 눈 덕분에 사방을 볼 수 있어 적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구멍 속으로 숨는다. 그 행동이 너무 빨라 ‘탄도어’라 했다.

 

이렇게 날렵한 짱뚱어를 어떻게 잡을까. 낚싯바늘 네 개를 갈고리처럼 묶어서 줄에 매달아 물이 빠진 갯벌 위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짱뚱어를 낚아챈다. 이를 ‘훌치기낚시’라고 한다. 순천만에서 만난 주민은 훌치기낚시에 익숙해지려면 5, 6년, 생계용으로 한다면 10년 이상 경험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펄갯벌을 이동하면서 낚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뻘배 면허’는 필수로 갖고 있어야 한다.

 

순천만 갯벌 위 뻘배에서 훌치기 낚시로 짱뚱어를 잡는 어민.

 

짱뚱어는 구이와 탕과 튀김 그리고 드물게 회로도 먹는다. 처음 짱뚱어탕을 먹었던 곳은 신안 증도 한 식당에서다. 그때만 해도 짱뚱어탕은 식당보다는 주민들이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만들어 먹던 음식이었다. 순천만 한 식당 주인은 작은 짱뚱어를 손질하면서 내장을 버리고 손톱만 한 작은 애만 갈무리해 두었다. 홍어탕에 애가 꼭 들어가야 하듯이 짱뚱어탕도 애가 들어가지 않으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도 신안이나 무안 갯벌에는 짱뚱어가 많이 서식하지만 생계용으로 잡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벌교, 순천, 보성, 강진에는 짱뚱어 훌치기낚시 달인들이 많다. 낚시 외에 맨손으로 잡기도 하고, 작은 그물을 놓아 잡기도 한다. 순천, 벌교, 강진 등 서남해로 여름 여행을 계획했다면 보양식으로 짱뚱어를 권한다.

 

 

 

순천만 짱뚱어탕 밥상.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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