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강릉] 곰치국 [삼척] 섭국

뚝섬 2021. 12. 5. 05:40

[강릉] 곰치국

 

[김준의 맛과 섬] 

 

곰치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겨울철이면 먼 길이지만 동해안을 자주 기웃거린다. 한류성 물고기들이 제철이기 때문이다. 제철이어서 맛이 있는지, 많이 잡혀서 익숙해진 맛이 된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암튼 이제 곰치국이 시원해지는 계절이다. 이와 함께 곰치, 미거지, 꼼치, 물메기 등 명칭을 둘러싼 진위 논쟁이 이어진다.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곰치국의 주인공은 어류도감에는 ‘미거지’로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통영이나 거제에서 물메기탕에는 미거지와 다른 종인 ‘꼼치’를 사용한다. 여기에 ‘물메기’라는 종도 있어 더 헷갈린다.

 

미거지는 겨울철이면 주문진, 속초, 삼척, 죽변 등 어시장에서 볼 수 있다. 동해 수심 200m 내외, 깊은 곳은 700m에서 서식한다. 다행스럽게 겨울철에 산란을 위해 수심이 낮은 곳으로 올라온다. 이때 어민들은 그물이나 통발을 넣어야 하니 수고로움이야 어찌 말로 다하겠는가. 더구나 새벽에 나가 건져야 한다.

 

위판을 기다리는 곰치.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미거지 경매가 시작되었다. 곰치를 잡아온 배는 부부가 조업을 하는 작은 배다. 따로 인건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겨울철 주문진 어가를 살찌우는 효자 물고기인 셈이다. 게다가 곰치국을 찾아 주문진이나 강릉을 찾는 여행객이 많으니 지역 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가. 절이라도 넙죽해야 할 판이다. 곰치가 위판장 바닥이 보이질 않을 정도도 많이 잡혔다. 비쌀 때는 10만원이 넘어갔던 곰치를 1만원이면 살 수 있었다. 배에서 곰치를 내리는 부부는 값이 비싼 것보다 많이 잡히는 것이 훨씬 낫다며 얼굴이 활짝 피었다.

 

어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곰치국 전문집을 찾았다. 주민들은 물곰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1인분을 팔지 않아 2인분을 시켜 먹었던 곳이다. 이번에는 1인분도 반갑게 맞아 준다. 곰치도 2인분만큼 들어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틀림없다. 얼큰하고 칼칼하다. 강원도 음식의 특징이다. 익은 김치에 고춧가루까지 더했다. 시원한 국물에 먼 길을 달려간 피로가 한순간에 가신다.

 

한 식당 주인은 몇 년 전 15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크기의 곰치를 이번에 1만5000원에 구입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조선일보(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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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섭국

 

[김준의 맛과 섬] 

 

삼척 섭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설악산에서 시작된 붉은 단풍이 동해안으로 내려올 무렵 동해 바다 맛은 더욱 진해진다. 찬 바람이 독해질 때 겨울 바다가 내준 깊은 맛이다. 그중 하나가 홍합이다. 얼큰하고 텁텁한 ‘섭국’이나 ‘섭장칼국수’<사진>에 ‘섭비빔밥’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강릉에서는 홍합을 섭이라 한다. 홍합은 담치, 합자라고도 하며, 삶아 말린 것은 ‘담채’라 한다. ‘본초강목’에는 ‘동해부인’이라 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홍합, 지중해담치, 굵은줄격판담치 등은 모두 홍합과에 속하는 담치류들이다. 화물선의 평형수를 타고 우리나라에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는 지중해담치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맛도 좋아 양식 품목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섭은 참홍합이라고도 불리는 자연산 홍합으로 우리나라 모든 해역에 서식한다. 서해에서는 물이 많이 빠지면서 드러난 갯바위에서 채취를 하지만 동해에서는 파도가 높지 않은 날 해녀들이 물질로 얻는다. 홍합 요리를 할 때 껍데기에 붙은 따개비나 부착물을 떼어내야 하고, 수염이라 부르는 족사를 제거해야 한다. 족사는 부착력이 매우 강해 개체들이 모여 생활할 때 서로 붙잡는 역할도 한다. 족사는 발의 일종으로 끝에 둥근 부착판이 있다.

 

홍합은 갯바위에 붙어 생활하며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다. ‘자산어보’에도 ‘바위 표면에 붙어 수백 수천이 무리를 이룬다’고 했다. 홍합 살은 ‘붉은 것과 흰 것이 있으며, 맛이 달고 국이나 젓갈에 좋다. 말린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했다. ‘정조지’에도 ‘피로 해소에 좋고, 사람을 보하는 효능이 있다. 특히 부인들의 산후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에 좋다’고 했다. 강원도 속초, 강릉, 삼척에서 보양식으로 얼큰한 섭국을 많이 끓여 먹었다. 또 칼국수를 끓일 때도 섭을 넣고 얼큰하게 끓였다. 밥을 지을 때 섭을 넣기도 했다.

 

남쪽에서는 맑은 홍합탕을 즐겨 먹는 데 비해 강원도에서는 고추장을 넣어 얼큰하고 텁텁하게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섭국이든 섭칼국수든 국물을 만들 때 껍데기째 넣어야 감칠맛과 깊은 맛이 제대로 우러난다. 홍합 세 개면 국물을 내는 데 충분하다 할 만큼 감칠맛이 뛰어나다. 옛날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서민 조개였지만 지금은 비싸고 귀한 귀족 조개로 신분이 바뀌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조선일보(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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