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나세요"]
[어느 퇴직 관료의 대박 투자]
[한국에도 ‘테크 마피아’가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대박 나세요"
신년 덕담으로 “복 받으세요” “건강하세요”만큼 “대박 나세요”가 많이 들린다. ‘대박’ 신년 덕담이 등장한 것은 2002년부터다. 2001년 연말, 낯설지만 강렬한 광고가 TV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눈 내리는 마을을 배경으로 산타클로스 복장의 여배우가 연신 “부~자 되세요”를 외치는 신용카드 광고였다. 사람의 원초적 욕망을 꿰뚫는 광고 문구가 대유행하면서, 신년 덕담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뛰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가 펼쳐졌다. 최고 수익률은 비트코인(136%)으로 2023년(154%)에 이어 2년 연속 대박을 터트렸다. 2위는 금(42%), 3위는 미국 주식(25%), 4위는 일본 주식(19%)이었다. 한국 주식(코스피)은 -10%로 꼴찌를 차지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란 말이 나올 만했다.
▶개미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대거 ‘계좌 이민’을 떠났다. 작년 한 해 서학개미들은 600억달러 이상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 서학개미의 공격적 투자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테슬라 주가 상승폭의 2배 수익을 노리는 ETF(TSLL)는 총자산 34억달러 중 60%가 한국 서학개미들이 투자한 것이다. 양자컴퓨터 대표주 아이온큐의 지분 33%를 한국 서학개미들이 보유 중이다.
▶지나고 보면 늘 엉터리지만, 올해도 여기저기서 유망 투자 종목을 추천한다. 투자 업계에선 지난해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군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의 ‘M7′에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브로드컴을 더해 ‘배트맨(BATTMAAN)’이란 영업용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025년 예측’에서 비트코인이 20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저점(7.7배)이라는 점을 근거로, 올해는 국장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도 있다. 거품론이 나오는 미국 주식을 팔고, 원화로 바꿔 환차익까지 실현한 뒤, 저평가 한국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곳곳이 지뢰밭인 투자 세계의 앞날을 누가 알겠나. 대가들의 조언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워런 버핏은 “투자 원칙 첫째는 돈을 잃지 말라, 둘째는 첫째 원칙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인덱스 펀드를 창안한 존 보글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개별 기업)을 찾느니 건초 더미(지수)를 통째로 사는 게 낫다”고 했다. ‘대박’ 욕구는 폭망을 부를 수 있다. ‘소박’에 만족하는 게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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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퇴직 관료의 대박 투자
세계 경제 흐름 읽어 고수익
개미들, 본전 찾으려 ‘10조 도박’
주식·채권 투자환경 급변 중
공부하며 ‘정공법’ 추구해야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재테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한국 증시는 고점대비 30% 이상 떨어졌고, 채권금리는 연 4~5%로 치솟았다. 재테크 급변기는 좋은 투자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진은 인플레이션과 긴축 쇼크로 증시가 폭락하자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최근 퇴직 경제 관료를 만났더니 놀라운 투자 성공담을 들려줬다. 1년 전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상승분의 2배 수익을 얻는 달러 투자 상품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달러 환헤지도 일부러 걸지 않았다고 했다. 1년 새 미국 기준금리는 0%대에서 3%대로 껑충 뛰었고, 4~5%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강(强)달러 덕에 환차익만 25%를 웃돈다. 투자를 중개한 증권사 직원은 “전체 고객을 통틀어 고객님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 같다”고 했단다.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한 뛰어난 통찰이 놀라운 수익률로 이어진 것이다. 매사 그렇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간 증시 활황이 이어졌다. 동학 개미들이 짭짤한 수익과 더불어 ‘나도 고수’라는 착각에 빠졌을 것이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30% 이상 폭락한 지금은 어떨까. 겸손 모드로 전환해야 정상일 텐데 본전 생각에 더 위험한 도박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많아 걱정스럽다. 최근 한 달간 국내 개미들이 지수 상승·하락 폭의 2배·3배 수익을 좇는 해외 도박형 투자 상품에 쏟아부은 돈이 10조원에 달한다.
투자는 고난도 영역이다. 인류 대표 천재 뉴턴과 아인슈타인도 주식 투자에선 쓴맛을 봤다. 미 재무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가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구글의 빅데이터 전문가와 함께 ‘투자 필승 비법’을 찾으려 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SNS)에 띄우는 주식 관련 정보를 모은 뒤 분석 알고리즘을 잘 짜면 ‘100% 성공 투자법’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전문가는 몇 달간 연구 끝에 답을 가져왔다. “주가 예측은 빅데이터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 코스톨라니는 “성공적인 투자자는 100번 중 51번 이익을 내고, 49번 손실을 본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니 자칭 투자 전문가의 화려한 언변, 증권사의 마케팅에 현혹돼선 안 된다. 작년 증시 활황 때 증권사들이 쏟아낸 온갖 테마형 ETF(상장지수펀드)는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 늪에서 헤매고 있다.
백 세 시대가 되면서 투자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30년 번 수입으로 남은 30년을 버텨야 하니 투자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그런데 수수료 장사에 목맨 증권사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금을 지키려면 자신만의 안목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남다른 결과를 얻고, 요즘 같은 투자 암흑기에도 꿋꿋이 버틸 수 있다. 그런 자질도, 공부할 시간도 없다면 수수료 싼 인덱스 펀드를 활용한 장기 분산 투자가 답이다. 워런 버핏이 아내에게 남긴 유언장에 “재산 90%는 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개별 주식은 등락을 거듭하지만 증시 전체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우상향(右上向)하기 때문이다. 코스톨라니도 “경제 성장의 추진력은 더 높은 생활 수준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되기에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서 우상향 이론을 지지했다. 미국 S&P 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추락한 만큼 투자 적기(適期)가 다가오고 있다.
주식 투자가 체질에 안 맞는다면 금리 상승기를 활용한 채권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 금리를 좌우하는 미국 금리가 내년 1~2분기 중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4분기 이후 채권 투자를 하면 1~3년 정도는 정점의 금리를 향유할 수 있다. 여유 자금이 있다면 만기 1~3개월짜리 회전식 정기예금을 돌리다 연말, 내년 초를 채권 투자 타이밍으로 잡으면 된다. 공부도, 고민도, 발품도 다 싫다면? 그런 사람에게 남은 길은 ‘근검 절약’뿐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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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테크 마피아’가 무럭무럭 자라나기를
[음재훈의 실리콘밸리 인사이더]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 거물들 상당수가 페이팔 출신 인사
성공 경험 가진 인재들의 협력, 한국 테크계서도 볼 수 있길
최근 로스앤젤레스 최고 부촌인 벨에어에서 핀테크 기업 ‘페이팔(PayPal)’의 상장 20주년 기념 파티가 열렸다. 상장 당시 CEO였던 피터 틸의 초호화 저택에서 열린 행사에는, 오랜 고생 끝에 성공한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들이 함께 모였다. 필자도 수년 만에 페이팔의 초기 대표였던 일론 머스크와 피터 틸을 만나 옛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상장 전 2001년에 싱가포르 벤처투자사 버텍스(Vertex)는 페이팔의 전신이었던 엑스닷컴(X.com)에 투자했는데, 그 투자 담당자가 바로 필자였다.
필자의 아내도 스탠퍼드 대학 MBA에 재학 중이던 2000년 페이팔에서 인턴십을 마쳤고, 졸업을 한 뒤 입사했다. 당시 페이팔은 직원이 100명도 안 되는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이었다. 2001년 인터넷 버블이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2002년 봄, 페이팔은 당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기업 가치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리고 상장한 지 1년 만에 페이팔 온라인 결제의 가장 큰 고객사였던 이베이에 15억달러에 인수됐다. 당시 필자는 페이팔 경영진에게 투자자 대상 경영 보고를 듣고, 집에 가서는 페이팔 직원인 아내에게 회사 내부 분위기에 대해 듣는 재밌는 경험을 했다. 이후 페이팔은 이베이에서 분사하여 다시 상장했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4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가진 시가총액 1000억달러(약 140조원)의 거대 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페이팔의 성공 신화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재의 페이팔은 일론 머스크가 차린 온라인 뱅킹 업체 ‘엑스닷컴’과 페이팔을 개발한 피터 틸의 온라인 결제 업체 ‘컨피니티’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합병 당시 회사명은 ‘엑스닷컴’이었고, 머스크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머스크가 신혼여행을 간 사이 피터 틸을 필두로 한 구 페이팔 경영진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결국 이사회를 설득해 머스크를 회사에서 쫓아냈다. 심지어 피터 틸은 페이팔 상장 직전 당시 최고 임원 중 하나였던 리드 호프만(링크드인 창업자)을 내보내고, 자신의 모교인 스탠퍼드 출신 심복들로만 상장사 임원진을 채워놓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은 용서를 낳는다’고 했던가. 현재 머스크, 틸, 호프만은 나름 서로 잘 지낸다고 한다. 신기하고 또 존경스러운 대목이다.
실리콘밸리엔 이들을 필두로 한 페이팔 출신,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가 유명하다.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Youtube), 빅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Palantir), 기업용 소셜미디어 야머(Yammer), 핀테크 기업 어펌(Affirm), 리뷰 서비스 옐프(Yelp)의 창업자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투자사인 세콰이어캐피털의 대표 파트너 모두 페이팔 출신이다.
페이팔 마피아가 성공한 이유는 세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좋은 인재다. 엑스닷컴엔 이미 집2(Zip2)란 인터넷 기업을 성공리에 인수한 일론 머스크라는 걸출한 창업자가 있었고, 페이팔(컨피니티)에는 당시 스탠퍼드대 출신 동기 중 가장 똑똑하다고 알려진 피터 틸 사단이 있었다. 당시 스타트업 중에선 보기 드물게 실력과 경험을 모두 갖춘 경영진이 있었던 셈이다.
둘째는 빠른 성공 경험이다. 페이팔 상장 당시 이들은 20대 후반에 불과한 젊은 나이였다. 그래서 크게 성공한 후에도 충분히 더 일할 수 있었고, 또다시 창업을 했다. 페이팔의 성공 경험이 새로운 창업을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 된 것이다. 마지막은 상호 지원이다. 페이팔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이었던 롤로프 보사 세쿼이어캐피털 파트너는 유튜브를 비롯해 페이팔 출신이 차린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해 이들을 지원했다.
물론 페이팔 마피아에 대해 비판도 있다. 혹자는 백인 남성들로만 구성돼 다양성, 포용이 결여돼 있다고 말한다. 특히, 피터 틸과 그 측근들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유례없이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한국에서도 페이팔처럼 성공한 테크 기업이 많아지면서 네이버, 넥슨, 카카오 등 다양한 기업 출신의 ‘마피아’가 생기고 있다. 이 기업들 출신의 창업자, 투자자가 곳곳에 퍼져 나가며 서로 투자하고 지원하는 멋진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10억달러 가치로 상장한 페이팔 출신들이 다시 창업해 1조달러 가치의 기업(테슬라)을 만든 것처럼, 본인이 몸담았던 기업의 가치를 완전히 넘어서는 성공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테크 마피아들이 속속 성장해 주요 테크 기업 상장 20주년 행사 때도 ‘페이팔 마피아’ 못지않은 다양한 성공 사례를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음재훈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 조선일보(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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