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 기념체육관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고흥군 거금도에 건립된 ‘김일 기념체육관’ 전경.
자이언트 바바, 안토니오 이노키 등과 함께 1960~70년대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주도했던 한국의 대표 선수는 김일이다. 국민은 외국의 유명 레슬러에 맞서 싸우며 통쾌한 박치기로 상대를 쓰러트리는 장면에 열광했다. 덩치가 큰 레슬러들이 초미니 팬티만 입고 맨몸으로 뒹굴며 공격에 성공했을 때, 또 공격을 당했을 때 선수들의 리액션 하나하나에 웃음과 탄성이 나왔다. 흑백 TV로 보던 중계 영상들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김일의 레슬링 가운. ‘김일 기념체육관’의 내부 전시실에 진열되어 있다.
김일의 고향이자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한 전남 고흥군 거금도에 ‘김일 기념체육관’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체육관 내부 한편에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가운부터 경기 기록, 사진들이 진열되어 있다. 전시를 관람하던 중 백종호 관장이 직접 안내를 자청했다. 김일의 제자이자,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반칙왕’의 실제 인물이다. 영화 속 스토리처럼 백 관장은 당시 은행에 근무하면서 야간에 체육관을 찾아 레슬링을 배우고 시합에 출전했다. 영화 속에서는 반칙의 명수로 등장하지만 실제 특기는 상대방을 로프에 던져 놓고 반동으로 튀어나올 때 공중에 떠서 차는 드롭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속 공중돌기 장면도 대역해주었다고 한다. 백 관장은 전시 내용과 함께 한국 프로레슬링의 역사와 인물들, 과거 일화들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레슬링은 고대 바빌로니아, 이집트부터 존재했던 전투 기술이고, 그리스신화나 문학작품, 철학 논의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다. 역도 선수와 같은 힘, 마라톤 선수와 같은 지구력, 그리고 체조 선수와 같은 몸동작이 합쳐져야 좋은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다. 상대를 존중하되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서 정의와 페어플레이의 가치도 관객에게 전달된다.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프로레슬링은 우리 국민에게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특별한 무엇이었다. 남해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김일의 동상은 그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함께 우리와 추억을 나누는 듯 보인다.
‘김일 기념체육관’의 백종호 관장. 김일의 제자이자 송광호 주연의 2000년 영화 ‘반칙왕’의 실제 주인공이다. 영화 속 스토리처럼 백 관장은 당시 은행에 근무하면서 야간에 체육관을 찾아 레슬링을 배우고 시합에 출전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조선일보(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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