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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눈앞에 저성장 터널, 들어가면 큰일] ....

뚝섬 2024. 11. 30. 09:03

[韓 경제 눈앞에 저성장 터널, 들어가면 큰일]

[생산도 소비도 투자도 감소… 경기부양 급한데 稅收도 기근]

[요즘 산업계에서 나오는 'T발'이라는 말]

 

 

 

 

韓 경제 눈앞에 저성장 터널, 들어가면 큰일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4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 생산(계절조정지수·농림어업 제외)은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4.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6%)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가전제품 등 내구재(-5.8%)에서 판매가 줄었다. 기업이 미래에 대비해 기계·설비를 사는 설비투자 역시 전월 대비 5.8% 감소해, 국내 생산과 소비, 투자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이날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4.11.29.

 

지난 10월에 생산과 소비, 투자가 전월 대비 일제히 줄어드는 삼중고(三重苦)를 보였다. 특히 생산과 소비가 두 달 연속 동반 하락한 것은 코로나 초기(2020년 2~3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0.8% 감소했는데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 3월부터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소매판매 부진이 이 정도로 장기화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2008년 9월~2009년 4월) 이후 15년 6개월 만이다.

 

내수 부진에 건설업 침체까지 겹쳐 경기는 점점 가라앉고 있다. 건설 공사 실적이 지난 5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는 건 1997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건설업 생산이 6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이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래 처음이다. 그나마 전년 동월 대비로는 증가세를 유지하던 건설 수주도 지난달 11.9% 급감했다. 공공 발주가 77% 늘었지만 민간 발주가 30% 감소해 재정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한계를 보인 것이다. 경기가 더 가라앉는 것을 겨우 떠받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이다. 다행히 지난 10월에 반도체 생산 지수는 역대 최고였다.

 

전날 한국은행이 15년 9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도 그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내렸다. 2026년 경제성장률도 1.8%에 그칠 것으로 봤다. 경기가 일시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터널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내년뿐 아니라 내후년 경기도 어둡게 본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경제에 불확실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중국이 맞대응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이 외바퀴로 끌어온 것이나 다름없는데 국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수출 전선에 파고가 예상되니 1%대 저성장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금리를 조금 낮추고 정부가 재정을 더 푼다고 당장 내수가 살아나기도 힘들고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기도 힘들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자영업 부진, 부동산 침체, 고용시장 이중화 등 사회 각 분야가 구조적 위기를 맞고 있다. 생산성을 높여줄 혁신과 신산업은 정치가 만든 규제에 묶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성장 동력이 더 꺾이기 전에 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팀은 저성장 터널 탈출을 위해 총력전을 펴야 한다. 머뭇대다가는 앞서 일본이 겪었던 30년 장기 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조선일보(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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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도 소비도 투자도 감소… 경기부양 급한데 稅收도 기근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에서 생산이 늘었으나 광공업에서는 보합, 공공행정, 건설업에서 생산이 줄어 전월대비 0.3% 감소하였고,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에서 판매가 늘었으나 가전제품 등 내구재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대비 0.4% 감소 하였다고 밝혔다. 2024.11.29 뉴스1

 

나라 안팎의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생산·소비·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며 내수 침체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전쟁 공포로 어려운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수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차갑게 식어 버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선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한데, 세수 부족으로 나라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사면초가 위기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국내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3%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부품업체 파업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생산이 줄고, 건설 분야 생산 감소가 6개월째 계속된 영향이 컸다. 이상 고온으로 의류, 가전제품이 덜 팔리면서 소매판매도 두 달 연속 축소됐다. 반도체 설비, 건설 부문 중심으로 투자도 감소세다.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동시에 악화된 건 5월 이후 처음이다. 어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72%에 이르렀다. 부정 평가를 한 이유 중 ‘경제·민생·물가’(15%)가 ‘김건희 여사 문제’(12%)를 제치고 1위로 나타났다. 그만큼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이 팍팍해졌다는 의미다.

 

정부도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지출 확대를 반대만 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세금이 제대로 안 걷혀 쓸 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1∼10월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조7000억 원 줄었다. 기업들 사정이 나빠져 법인세수가 감소한 영향이다. 11, 12월 세금이 작년만큼 걷힌다고 해도 당초 올해 걷으려던 세수 목표보다 34조8000억 원 적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실, 정부, 여당 안에서 나랏빚을 더 내더라도 내년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기존 정책 노선만 고집해선 극복하기 힘든 총체적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각자 지지층을 겨냥해 밀어붙이는 포퓰리즘 정책을 중단하고, 그 재원을 기업 활력 제고, 저소득층 지원에 돌리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해온 병사 월급, 기초연금 인상 등 돈 많이 드는 대선 공약, 농업 혁신에 역행하면서 예산만 축낼 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 등이 우선적으로 재고해야 할 대상이다.

 

-동아일보(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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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산업계에서 나오는 'T발'이라는 말

 

자국 경제·산업 지키려고 세계 각국 정부 '내 나라 퍼스트'
대한민국엔 '코리아 퍼스트' 있나.. 'T발'이란 분노가 왜 나왔겠나

 

결혼 8년 차인 친구는 얼마 전 남편 얘기를 한참 했다. 성실하고 가정적이지만,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이 친구의 어머니와 있었던 갈등을 얘기하면 자기 편에 서서 생각해주지도 않고, 애 낳고 찐 살을 걱정하면 “당신이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지적부터 하는 식이다. 가족이라서, 가장이라서 믿고 의지하려고 꺼낸 얘기에 공감을 하나도 안 해주는 게 섭섭하단다. 친구는 “남편은 역시 ‘남의 편’의 준말이 맞고, 내 남편은 그중에서도 ‘티(T)발놈’인 것 같다”고 했다.

 

‘T발’이란 MBTI(인적성 분류)에 해당하는 T와 신문 지면에서는 쓸 수 없는 비속어를 합친 것이다. T에는 ‘이성적’이란 의미도 있지만 이런 욕설과 결합한 경우에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 앞에서 고개를 끄덕여주기는커녕 딴소리를 하면서 외면하면 “너 T발이지?”라는 타박을 들을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여러 논란에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T발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는 다른 나라가 뭐라든, 모든 문제에서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고, 미국인과 미국 경제의 편을 철저하게 들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자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되살려보겠다고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회의에 불러 모으며 칩스법(반도체지원법)을 밀어붙였다. 바이든도 야당도 아메리카 퍼스트 때문에 손을 잡은 셈이다. 미국에서는 T발스럽지 않아야 정치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퍼스트’를 미국 같은 강대국만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애플이 자국 기술 산업에 투자를 충분히 안 했다는 이유로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수입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애플은 당장 투자액을 기존보다 열 배 늘렸다. 태국과 베트남도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요즘 국내 반도체나 인공지능 업계에서도 ‘T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지난 11일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만 봐도 그럴 만하다. 이 법의 알맹이 조항인 주 52시간 예외 적용은 야당이 반대하고,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기재부가 난색을 표했다. 만약 이런 알맹이가 빠진 채 법안이 통과된다면 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국가 전략 산업과 미래 먹거리를 탄탄하게 키워내고 국내에서 고용과 투자를 늘리고자 하는 ‘코리아 퍼스트’를 보고 싶을 뿐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 임원은 “보조금도 주고 공장도 빨리 지어주는 일본에 공장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일본의 반도체 정책 덕분에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구마모토에 2년 만에 공장을 짓고 투자금의 절반을 보조받았다. 그러자 TSMC는 일본에서 박사급 인재 채용에 나섰고 투자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일본의 반도체 정책은 TSMC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을 위한 ‘재팬 퍼스트’였다.

 

최근 외국계 투자 은행의 아시아기술투자총괄 임원이 일본에 갔다가 한국을 들렀다. 그를 만난 날 마이크로소프트가 도쿄에 아시아 인공지능(AI) 거점을 만든다는 기사가 나왔다. 오픈AI도 지난 4월 일본을 아시아·태평양 거점으로 정했다. 일본이 아시아 AI의 중심이 될 정도의 기술 역량을 갖고 있는지 물었더니 “일본 정부가 이런 기업들을 유치하려고 뒤에서 얼마나 뛰고 있는지 아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AI 순위도 더 높고, 반도체 공급망도 훨씬 많이 갖췄는데 빅테크들이 왜 한국이 아니라 일본을 선택하는지는 정부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우리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 ‘코리아 퍼스트’는 못 해도 ‘남의 편’은 되지 말자. 아니, ‘T발놈’은 되지 말자.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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