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에는 메탈리카도 한몫했다]
[정의는 끝장났지… 이기는 것만이 전부야!]
소련 붕괴에는 메탈리카도 한몫했다
[박은식의 보수주의자의 Rock]
메탈리카의 1991년 모스크바 공연.
헤비메탈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미국 밴드 메탈리카(Metallica).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멤버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일들이 많았다. 밴드의 보컬과 리듬 기타를 담당하는 제임스 헷필드는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과 가출에 이어 16살 때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했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팀의 핵심 멤버인 베이시스트 클리프 버턴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슬픈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술이라는 도피처에 허우적거리던 헷필드는 결국 알코올 재활 센터에 입소했다. 록스타에서 알코올 중독 환자로 추락해 버린 그가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일어서는 의지를 담아 낸 곡이 바로 ‘Sad but True(슬프지만 사실인 것)’다. 가사를 보자. “세상은 너를 배신했어, 난 너의 유일한 친구이자 도피처. 언제나 너의 옆에 있을 거야”라며 술의 유혹에 흔들리는 모습을 그렸다. 또한 “되갚아야 할 시간이 왔을 때 슬프지만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라며 현실을 외면한 대가는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메탈리카는 이 곡이 담긴 5집 앨범을 제작할 때 작곡법, 창법까지 모든 부분에서 당시 유행을 반영한 변화를 줬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3000만장이 팔렸다. 엄청난 인기는 영미권을 넘어 소련도 들썩이게 만들었다. 메탈리카가 중심이 돼 모스크바에서 1991년 열린 ‘몬스터스 오브 록(Monsters of rock)’ 공연은 16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흥분한 관객을 곤봉으로 때리며 통제하던 군인들마저 군복을 풀어 헤치고 몸을 흔들게 만들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메탈리카가 폐쇄적인 체제 아래 억눌린 청년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을 폭발하게 만들어 소련을 붕괴시켰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였다.
그 무렵 세계 각지의 젊은 영혼들에게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 ‘Sad but True’는 내가 스무 살 무렵일 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가정 불화와 재수 실패로 좌절했던 나를 정신 차리게 해준 곡이기 때문이다. 도무지 풀리는 일이 없는 고향 광주광역시를 벗어나려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모의고사 성적은 잘 받았지만, 수능만 보면 망하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느 날 홧김에 마신 술에 취한 상태로 메탈리카의 ‘Sad but True’ 전주를 듣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현실을 직시하기로 결심하고 곧장 삼수 학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학원 책상 위에 ‘Sad but True’라고 적었다. 매일 그 문구를 보며 내가 받았던 수능 점수에 맞춰 하나하나 기초를 쌓았다. 결국 서울 소재의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이후에 난 메탈리카의 메시지를 충실히 따랐다. ‘벌어진 현실을 감정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이런 버릇은 내 정치관도 바꿨다. 원래는 광주에서 성장해서인지 보수 정권에 거부감이 컸다. 하지만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80년 중 65년은 보수 정권이 이끌었다는 사실 앞에 감정을 배제하고 현대사를 들여다보니 잘한 일이 훨씬 많았음을 알게 됐다. 직장 생활을 겪고 나서는 사유 재산을 늘리고 싶은 인간의 실존하는 욕망을 반영해 만든 보수주의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광우병·사드 전자파·후쿠시마 오염수 선동을 하던 좌파 진영과는 달리 정치적으로 불리할지라도 과학적 사실만큼은 왜곡하지 않는 보수 정당의 자세가 좋았다. 인정하기 쉽지 않더라도 사실이라면 승복하는 자세가 올바르다 여겼다. 이런 보수의 역사와 이념, 행동이 옳다고 여겼던 나는 보수적으로 성향이 바뀌었다.
그러자 고향 호남이 빈곤한 채로 남아 계속해서 좌파 진영을 지지하길 바라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아픈 현실을 가리려 했다. 지역구에 복합 쇼핑몰이 들어오면 환영하던 그들은 광주만은 복합 쇼핑몰이 들어와선 안 된다고 반대했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북도의 재정 자립도가 만년 꼴찌를 기록해도 권력을 가진 그들은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분노한 나는 칼럼을 쓰고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국민의힘에서 당선이 보장된 출마 제안을 받았지만 낙선이 뻔한 광주에 출마했다. 이 사실을 외면하는 고향 사람들에게 직접 알리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지방의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 보수 진영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직접 유권자를 만나며 보수 정당에 차가운 민심을 확인했다. 선거 결과는 메탈리카 노래처럼 ‘슬픈 사실’이었다. 그런데 보수 진영의 반응은 당혹스러웠다.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난관을 헤쳐나가던 보수 진영이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선거라는 환상의 세계로 도피한 것이다. 진영의 담론을 퍼트리고 인재를 키울 자금이 자극적인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이들에게 집중됐다. 급기야 계엄군이 선관위에 모인 중국 해커 99명을 오키나와 미국 기지에 압송했다는 황당한 기사를 보수 진영의 유력 정치인들이 퍼 날랐다. 최초 유포자가 거짓을 인정한 인터뷰가 나왔지만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았다. 이래서야 거짓으로 선동하는 좌파 진영을 비난할 수 있을까.
보수 진영은 정신 차려야 한다. 메탈리카의 메시지대로 슬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난관을 극복하는 첫걸음을 떼야 한다. 제임스 헷필드가 악재를 극복하고 더 좋은 곡을 써 소련을 해체시켰듯, 기울어진 정치 지형에서는 음모론으로 점철된 콘텐츠를 그만 보고 중도 성향 지인들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 설득해야 한다. 보수는 ‘실질을 숭상’하는 정신으로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모두 이뤄낸 저력이 있다. 그 정신으로 이 힘든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박은식 내과 전문의, 조선일보(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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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끝장났지… 이기는 것만이 전부야!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Metallica, ‘And Justice for All’(1988)
And Justice for All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는 지금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중 일어난 이른바 ‘황제 휴가’ 논란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이 연일 뜨겁다.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군 복무 당시에 휴가 마지막 날 만취로 제때 부대로 복귀하지 못해 다음 날 위병소에서 바로 군 영창으로 직행한 아름답지 못한 경험이 있는 터라 이 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참으로 궁금하다(참고로 그날 밤 우리 모친께서도 손수 부대로 전화를 걸어 사정을 하셨다).
4년 가까이 된 이 일의 발단이 장관 청문회를 둘러싸고 정치적인 쟁점으로 불거졌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군 입대와 복무는 입시와 채용과 더불어 이 땅의 평등과 공정을 가늠하는 가장 대중적이며 또한 가장 민감한 이슈이다.
이 갑론을박을 지켜보며 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명문이 줄곧 떠올랐다.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그 감동적인 말. 분명 전문가가 다듬었겠지만 우리가 선출한 최고 통치자의 수사학이 이런 정도의 수준에 올랐구나라는 감정에 울컥했던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그러나 가만히 곱씹어 보니 무언가 좀 이상하다. 정의는 결과로 보여지는 것일까? 결과만 정의로우면 기회와 과정은 정의롭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혹시 이 논란에 참여하고 있는 누군가(들)는 정말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슬래시 메탈의 지존격인 메탈리카는 1988년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어를 앨범 표지로 내세우며 이렇게 부르짖었다.
‘정의는 실종되었고/
정의는 강간당했으며/
정의는 사라졌어/
꼭두각시 줄로 너를 조종하며/
정의는 끝장났지/
없는 진실을 찾고 있지/
이기는 것만이 전부야....’
무슨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대한민국에서만 20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그 책을 보니 정의란 참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독후감밖에 남지 않았다.
-강헌 음악평론가, 조선일보(2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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