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결벽증" 김민석의 이토록 쉬운 돈벌이]
[‘조국 2’ 김민석에게 李정부 명운이 걸렸다면]
['뇌물 모금회'처럼 된 정치인 출판기념회]
"돈에 결벽증" 김민석의 이토록 쉬운 돈벌이
[박정훈 칼럼]
왜 정치인에겐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월 450만원씩 보내주고
수천만 원을 빌려주고
무슨 행사만 있으면
억대 현금이 들어오는지…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지난 25일 국회 인사 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는 출판 기념회로 2억5000만원을 얻는 등 6억원의 신고외 수입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관련 자료 제출은 하지 않았다.
번 돈 보다 빠른 속도로 재산이 불어나는 정치인의 ‘재태크 마술’은 문재인 정권 시절 자주 불거졌다. 86운동권 대표 주자였던 대통령 비서실장은 1억5000만원 연봉이 공식 수입의 전부였지만 연간 등록금만 1억원 드는 미국 사립대에 딸을 유학 보냈다. 그러고도 재산을 2년 새 2억원 늘리는 신공(神功)을 과시했다. 전대협 의장 출신의 통일부 장관 역시 1억5000만원 세비로 아들을 스위스 유학 보내고도 예금이 4년간 3억3000만원 늘어났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재선 의원이던 86그룹 문화부 장관은 1년간 쓴 지출액을 720만원으로 신고해 화제에 올랐다. 월 60만원으로 3인 가족이 먹고 쓰고, 국제학교 다니는 딸 학원비 내고, 스페인 가족 여행까지 다녀왔다는 것이어서 예수가 약간의 떡과 물고기로 군중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에 비유됐다. 그는 자기 가족이 얼마나 검소하게 사는지 반박에 나섰는데 “식비는 명절에 고기 등 선물로 들어온 것으로 해결했다”고 해 국민 부아를 돋웠다. 도대체 명절 선물이 얼마나 들어오길래 1년 내내 먹고 사냐는 조롱이 쏟아졌다.
그 후 정권이 두 번 바뀌었지만 이재명 정부에서도 똑같은 정치인의 ‘산수 문제’가 불거졌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수입과 지출 사이에 도통 아귀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사 그러려니 하고 눈감아 주기엔 비어있는 ‘소득 구멍’이 턱없이 컸다. 다른 정치인 사례에 비교하면 ‘0’ 하나가 더 붙었다고 할 만큼 단위 자체가 달랐다.
김 후보자가 지난 5년간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은 세비 5억여원이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추징금 6억원을 갚고 2억원 교회 헌금을 하는 등 쓴 돈은 총 13억원에 달했다. 아들 유학 비용 2억원은 전처(前妻)가 부담했다는 김 후보자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지출이 소득보다 6억원 많았다. 그러면서도 재산은 도리어 늘어났다. 정체불명의 소득원이 최소 6억원 있었다는 얘기였다. 이 돈의 출처를 입증하는 것이 김 후보자 인사 검증의 핵심 쟁점이었다.
정치인이 궁지에 몰릴 때 갖다 대는 것이 경조사비다. 문 정권 시절, 대권 후보로도 거론되던 총리 후보자는 자금 출처에 3억원이 구멍나자 두 아들 결혼 축의금으로 1억5000만원씩 받은 것이라고 소명했다. 그렇게 액수를 맞춘 덕에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베일이 드러난 정치인의 축의금 규모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 후보자도 자신의 결혼식 수입이 1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청첩장에 ‘축의금 사절’이라고 썼는데도 하객이 3000명이나 와서 봉투를 주었다고 했다. 장인상(喪) 때는 1억6000만원 조의금을 받았고, 두 차례 출판 기념회에서도 2억5000만원 수입을 올렸다고 했다. 무슨 행사만 있으면 억(億) 단위 현금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정치인의 돈 벌이는 일반인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모든 정치인이 다 그렇진 않았다. 보좌진조차 모르게 모친상을 치른 여당 대표, 친지만 불러 자녀 결혼식을 올린 대권 주자, 청첩장조차 안 돌린 야당 대표 같은 사례도 적지 않다. 어느 길을 걸을 것인지는 각자의 철학 문제겠지만, 김 후보자는 현금 들어올 기회를 사양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정치 활동에 쓰라는 취지로 숨통을 터준 출판 기념회 수입까지 개인 빚 갚고 재산 불리는 데 썼다.
이틀 간 청문회 내내 계속된 민주당의 김 후보자 감싸기는 처연할 정도였다. 김 후보자는 자료 제출을 질질 끌며 미꾸라지처럼 의혹을 피해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가 “아등바등 살았다”거나 “추징금을 성실히 갚으며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하며 의인(義人)으로 만들었다.
수억 원 불법 자금을 받고 수상한 금전 거래가 끊이지 않은 그가 “저는 돈에 결벽증이 있다”고 하는 대목은 차라리 코미디였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 재산이 2억원임을 내세워 청렴성을 강조했는데, 듣는 본인도 민망했을 듯했다. 그의 재산이 적은 것은 범죄에 대한 추징금 부담과 18년간 낭인으로 떠돈 무(無)노동의 결과다. 성실하게 일해도 먹고살기 힘든 서민들에겐 18년간 별 직업 없이도 생계가 유지되고 두 차례 유학까지 가능했던 김 후보자가 딴 세상에 사는 듯 느껴졌을 것이다.
김 후보자 청문회는 어떤 의혹도 해소하지 못하고 정치의 어두운 구석만 비춘 채 끝났다. 아무리 애써도 몇천 만원 모으기가 버거운 일반 국민으로선 출판 기념회만 열면 억대(億臺) 현금이 들어오고, 그 돈을 세금 한 푼 안내고 재산 형성에 쓰는 정치의 세계가 별천지처럼 보인다. 왜 정치인에겐 천사 같은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배추밭 투자 수익이라며 월 450만원씩 보내주고, 조건 없이 수천 만원을 꾸어주고, 공짜로 오피스텔도 빌려주는지, 의아하면서도 부럽다.
어떤 개그맨이 유행시켰던 그 유명한 풍자(諷刺)의 코멘트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듯하다. “정치로 돈 벌기, 참 쉽죠잉~.”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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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2’ 김민석에게 李정부 명운이 걸렸다면
[김순덕 칼럼]
‘서울대 나온 이재명’ 같은 신뢰 리스크
“윤석열보다 낫다”며 넘어갈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 몰락은 조국 고집에서 시작
이 대통령, 그래도 총리 임명 강행할 텐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은 김민석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며 “국정 전반에 대한 통찰력이 매우 높은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 후보자(이하 경칭 생략)가 24일 인사 청문회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묻는 질문에 “20∼30(%)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걸 보면 좀 의심스럽긴 하다. 올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집행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무려 48.4%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는 김민석의 통찰력은 상당해 보인다. 대통령이 듣고 싶은 말을 입안의 혀처럼 알아서, 미리 대신 해주는 통찰력 말이다. 작년 8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했을 때 제일 먼저 계엄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김민석이었다. 하지만 4월 말 그가 낸 책 ‘이재명에 관하여’에선 이 대통령에게 공을 돌렸다. 2024년 9월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계엄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내란 극복 과정에서 빛을 발한 리더십’을 극찬한 것이다.
‘김대중(DJ)의 사람’을 자부하는 그가 DJ와 이재명의 공통점으로 고난의 개인사를 거쳐 국난 극복을 해내는 숙명을 꼽은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 대통령을 DJ의 반열에 올려놓는 서사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대학 시절 어려운 친구들은 학생운동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재명은 사시 합격 후 시민운동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쓴 ‘비운동권의 약속’도 감동적이다. 어쩌면 소년공이자 비운동권 출신 이 대통령에게 김민석은 ‘서울대 나온 이재명’처럼 여겨졌을지 모른다.
1996년 32세 최연소 의원으로 등원한 김민석은 그러나 두 번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002년부터 18년간 정치판을 떠나야 했다. 운동권 스타라는 선민의식 때문인지 그는 제힘으로 돈 벌어본 경험이 없다. 보통 사람 같으면 뭐라도 해서 가족을 먹여 살렸을 텐데 김민석은 ‘가족처럼 지내는’ 강모 씨로부터(2012년 저서 ‘3승’) 배추농사 투자비로 월 450만 원씩 받으면서 미국 유학을 했다고 24일 청문회에서 밝혔다.
의원 세비에 비해 과다한 지출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25일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수상한 자금이라고 하는 대부분은 저에 대한 표적 사정에서 시작됐다”며 “정치 검사들의 조작질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가 없다”고 오만하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의 ‘아빠 찬스’ 의혹은 더 놀랍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4년 뒤 그가 아들 고교 동아리에서 만든 것과 같은 법안을 국회 발의했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물론 김민석은 아들 대학입시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아들을 위해 헌법기관까지 동원했다는 것은 국정농단이라 해도 할 말 없을 판이다.
국민의힘은 김민석의 재산 의혹과 아빠 찬스를 들어 조국 판박이라고 지적했다. 나는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김민석의 인식이 ‘조국 사태’와 닮았다고 본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586 정치인, 지지자들은 조국을 싸고돌며 검찰 수사를 ‘검찰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지금도 윤석열이 난데없는 비상계엄으로 파면되는 바람에 김민석 의혹쯤은 “윤석열보다 낫다” “국힘이 뭔 자격으로 비판이냐”며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조국 때는 분노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시민들도 무관심 무감각 무기력해진 분위기다.
조국 사태의 본질은 상식 파괴에 대한 국민적 분노였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가 최근 저서 ‘조국 사태로 본 586 정치인의 세계관’에서 지적한 바다. 정치권과 달리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옳고 그름을 판단했던 다수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을 갈아 치웠다. 그러나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운동권 출신, 아니 윤석열 같은 엘리트의 내로남불은 좌파나 우파나 여전히 그대로다.
이제 이 대통령이 선택할 때다. ‘조국 시즌2’ 김민석을 총리로 임명한다면,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크게 꺾일 것이다. 이 대통령의 ‘신뢰 리스크’ 뺨치는 김민석의 신뢰 리스크에 한국의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인사 검증이나 청문회는 당연히 우스워진다. 수억 원대의 출판기념회는 물론 ‘스폰서 정치인’이 당당해지고 부패와 정경유착이 판칠 수도 있다. ‘악의 연대’ ‘뻔뻔함의 연대’로 돈 때문에 권력을 좇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만일 김민석을 버리고 간다면, 국민은 이 대통령을 다시 볼 것이다. 공직 기강은 번쩍 살아나고 나라에 새 기운이 넘칠 것이다. 매번 참모 그룹을 물갈이해 충성 경쟁을 시켰던 이 대통령이다. 김민석 아니어도 유능한 사람 많다. 이재명 정부의 명운이 이번 총리 임명에 걸렸다. 이 대통령은 어떤 길을 갈 것인가.
-김순덕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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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모금회'처럼 된 정치인 출판기념회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재산 관련 해명을 하며 “두 차례 출판 기념회를 통해 2억5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얻었다”고 밝히자,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의정 성과를 알리고, 정치 신인은 자기 이름과 소신을 밝힐 기회라고 하지만,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가 된 것이 사실이다. 현행법상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으니 출판기념회 수익은 모금 한도나 내역 공개 의무가 없고, 과세 대상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참석자 대부분이 책값보다 많은 금액을 내놓는다. 의원 소속 상임위의 이해 관계자들은 수백만 원을 내고 책 1권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입법 로비 창구’ ‘뇌물 모금회’란 말까지 나온다.
어떤 의원은 검찰 압수 수색을 받았을 때 집에서 현금 3억원이 나오자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청문회에서 출판기념회 수익으로 전세금 갚고 생활비도 썼다고 했다.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까지 설치하고 출판기념회 돈을 받은 의원도 있었다.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의원들이 통과시켜줄 리가 없었다. 의원들은 연간 1억5000만원 한도인 후원금으론 의정 활동이 어려워 출판기념회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하지만 세비 1억5600만원에 후원금을 합치면 1년에 3억원 넘는 돈을 쓸 수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후원금 1억5000만원이 추가된다. 선거에 드는 돈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대주고, 정당 운영도 나라에서 책임진다. 그런데도 돈이 더 필요하다면 정치가 아니라 돈 버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맞는다.
여야는 평소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의원 특권과 돈을 지키는 데는 뭉친다. 김 후보자는 출판기념회 수입·지출 공개를 거부하면서 자신이 공개하면 다른 의원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출판기념회 자체를 불가능하게 제도를 개선한다면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법안 개정은 민주당이 추진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해놓은 법안도 있다. 민주당이 출판기념회 제도 개선에 앞장선다면 국민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조선일보(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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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토 정상 회의 대신 호남 간 李 대통령, 지역 단체장들에게 현안 꼬치꼬치 질문. 식은땀 꽤나 흘렸을 듯.
-팔면봉, 조선일보(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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