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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소셜'이 누설한 일급비밀] .... [전쟁이 불러온 단결… ] ....

뚝섬 2025. 6. 26. 09:16

['트루스소셜'이 누설한 일급비밀]

[고령의 장기집권 지도자가 악화시키는 중동 갈등]

[전쟁이 불러온 단결… 이란 청년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트루스소셜'이 누설한 일급비밀

 

[특파원 리포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여다 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란은 우리가 그들의 핵 시설을 파괴한 데 대해 매우 약한 대응을 했다. 이란은 이제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나는 이스라엘 또한 그렇게 하도록 독려할 것이다.”

 

지난 23일 오후 3시 52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이다. 세계가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전면전을 우려하던 순간 백악관 발표도, 국방부 브리핑도 아닌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개인 계정에서 “휴전이 가까워졌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리고 2시간 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또 다른 글에서 이란과의 “완전하고도 총체적인 휴전이 6시간 내 발효된다”고 선언했다.

 

바야흐로 일급비밀도 소셜미디어에 ‘포스팅(posting·게시)’하는 시대다. 지난 21일 밤 미국의 전격적인 이란 핵 시설 공습 이후 트럼프는 게임을 생중계하듯 자신의 계정에 공습 사실을 올리고, 휴전 합의를 발표하고, 상대국의 반응을 평가했다. 전통 외교의 상징인 백악관 기자회견장이나 국무부 담화문은 사라졌고, 300자 남짓한 소셜미디어 게시글이 핵심 외교 수단이 되고 있다.

 

트럼프식 소셜미디어 외교는 속도와 직관을 앞세운다. 이란 핵 시설 공습은 불과 이틀 만에 결정됐고 작전 종료 직후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사실상 처음 외부에 노출됐다. “이란이 공격 전에 미리 알려준 데 감사한다”는 트럼프의 게시글은 조롱처럼 들리면서도 이란에 협상 여지를 남기는 외교적 신호였다. 이 모든 전략적 메시지의 창구는 트루스소셜이었다. 트럼프는 전쟁과 외교조차 자신이 거의 매일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여러 콘텐츠 중 하나처럼 가볍게 다루고 있다.

 

문제는 이 방식이 통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한 뒤 이란이 ‘상징적 보복’을 하는 데 그치자 스스로 휴전을 선언했고 현재까지는 상황이 안정세로 보인다. 전쟁에서 승리한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 그리고 “미국 병력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전쟁 관리 능력도 동시에 입증했다. 트럼프 지지층은 환호했고,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바이든이 4년간 못 한 일을 트럼프가 12일 만에 끝냈다”는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트럼프식 외교의 약점은 예측 및 통제의 불가능성에 있다. 국방부·국무부 등의 전문 관료들이 배제된 채 대통령 개인의 감정과 정치적 계산에 따라 군사·외교 전략이 즉흥적으로 바뀐다면 그 리스크는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처럼 주변 정세에 민감한 나라에는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글 하나가 위험천만한 외교·안보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어쩌면 다음 전쟁은 미사일 버튼을 누가 먼저 누르냐가 아니라 선전포고 글을 누가 먼저 소셜미디어에 올리느냐로 시작될지도 모른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조선일보(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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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요 매체 “이란 核시설 멀쩡”, 국방장관 “성공적 작전을 폄하.” 언론도 한밤에 트럼프에 망치 맞을라.

 

-팔면봉, 조선일보(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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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장기집권 지도자가 악화시키는 중동 갈등

 

모두 고령에 장기 집권 중이며 권위주의 통치로 일관하고 있는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왼쪽부터). ‘외부의 적’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안위를 도모하는 세 사람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의 갈등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헤란·예루살렘·뉴욕=AP 뉴시스

 

원래부터 ‘세계의 화약고’이며 최근 각종 분쟁으로 더 주목받고 있는 중동의 상당수 지도자는 공통점이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가 집계한 올해 인류의 기대 수명(73.5세)보다 오래 살았고, 집권 기간 또한 종신에 가까울 만큼 길다는 것이다. 이들은 권위주의 통치 방식으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 집권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86),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6),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90)이 대표적이다. 세 사람은 각각 36년, 17년 8개월, 20년 이상 집권 중이다.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의 이슬람 혁명 세력이 쫓아낸 레자 팔레비 전 국왕의 재위 기간은 38년. 2500여 년간 존속했던 페르시아 군주제의 폐해를 없애겠다고 혁명을 일으켰는데, 정작 하메네이의 집권 기간이 전 국왕에 버금간다.

 

팔레비 정권은 비밀 경찰 ‘사바크’로 반대파를 숙청했다. 젊은 시절 사바크의 감시에 시달렸던 하메네이 또한 종교 경찰 ‘가시테 에르셔드’를 통해 반대파,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 등을 마구 잡아들였다.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가 부친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 또한 “신정일치 체제가 세습 군주제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6년 6월∼1999년 7월, 2009년 3월∼2021년 6월, 202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 동안 장기 집권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단 한 명이 약 23%의 기간을 통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부패 혐의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재판도 받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이란과의 전쟁에 골몰하는 이유 또한 ‘실각하면 곧바로 감옥행’인 자신의 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2005년부터 PA를 이끌고 있는 아바스 수반은 20년째 무능과 부패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다. 그는 집권 2년 만에 PA가 통치하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하마스에 내줬다. 수 차례 부패 의혹에 휩싸였고 이스라엘의 탄압을 이유로 총선 실시도 거부한다.

현재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넘어 PA가 다스리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예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을 모두 직접 통치하겠다는 입장이다. 풍전등화 상황인데도 아바스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빈약하다.

세 사람은 절묘한 ‘적대적 공생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메네이와 아바스는 반(反)이스라엘과 반미를 내세워 장기 집권을 정당화한다. 네타냐후 역시 본인 같은 강한 지도자만이 이슬람 국가에 포위된 이스라엘을 지켜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권위주의 통치자가 ‘외부의 적’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중도파가 설 자리는 사라진다.

적대적 공생은 미국과 옛 소련의 냉전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당시 두 나라의 강경파들은 서로를 ‘악(惡)의 제국’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를 자신들의 세력을 확대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세 지도자의 집권 동력 또한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다. 집권 연장에는 ‘적’이 꼭 필요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말살하려 들수록 상대방을 도와주는 모순에 빠진다.

세 지도자가 언제까지 집권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들의 통치 방식이 바뀌지 않고 이들을 견제할 합리적인 세력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중동의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동아일보(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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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불러온 단결… 이란 청년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스라엘에 본때를"… 정권에 반감 있던 청년층도 애국주의에 동참
'이란주의' 카드 꺼낸 정권… 전쟁이 체제 유연성 키울 계기 될 수도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일어서는 사자’ 작전을 전격적으로 개시하며 세계의 눈이 다시 중동에 쏠렸다. 이스라엘 측의 혁명수비대 고위 인사 제거와 기습적 공습에 이란은 ‘제3차 진실의 약속’ 작전을 발동하여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에 나섰다. 이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이란 핵 시설을 향한 벙커버스터 공격에, 지난 24일 오전 발표된 휴전까지. 열흘 남짓의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중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바쁘게 관련 보도와 분석을 읽느라 하루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작년에 이란에 한 달 동안 여행을 다녀올 무렵 사귀었던 친구들에게 안부를 묻고, 이번 사건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묻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등장한 이란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청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혁명과 전쟁의 기억이 없는 이란 청년들은 다른 나라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인스타그램 없이는 살 수가 없다. 이란 바깥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정부가 강조하는 이슬람 도덕에는 반감을 느낀다. 그런데 미국과의 대치로 경제난은 장기화되고, 서방 세계로의 접근이 차단되고, 억압적인 도덕 통제는 그칠 줄 모르니 체제 자체에 대한 반감이 해를 넘길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를 거부하며 일어난 2022년의 마흐사 아미니 시위는 그 절정이었다. 나는 작년에 이란을 여행하면서 이 시위에 참여하며 정부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버렸다는 많은 청년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청년들 역시 자기들 세대가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나에게 근심을 표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당초에 미국과의 핵 협상에 다시 나섰던 것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불안감이 체제 상층부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되니 여론의 변화가 느껴졌다. 비록 인터넷과 채팅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지만, 평소에 이슬람 공화국이 너무나도 싫다고 염증을 내던 친구들이 “이스라엘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시글을 SNS에 공유하고 있었다. 항전을 촉구하는 애국주의 집회에는 검은 차도르를 뒤집어쓴 중년 여성들과, 일본 애니메이션 티셔츠를 입은 젊은 여성들이 한데 모여 구호를 외쳤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정통성 위기에 빠져 있던 이슬람 공화국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회복력을 불어넣어 준 것 같다. 사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이란 혁명 직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이란을 침공해 오자, 혁명 지도자 호메이니는 자신이 수감시킨 팔레비 시절의 군인들을 ‘조국을 지키라’며 대거 석방해주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의지하는 두 정신적 원천이 이러한 신속한 봉합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하나는 국체의 근간인 시아파 이슬람인데, 정의를 위한 순교와 투쟁을 강조한다. 그러나 종교적이지 않은 이들, 특히 청년층은 이제 이슬람 구호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아랍인의 종교’라며 시큰둥하게 볼 때가 많다. 이때 다른 원천인 ‘이란주의’가 등장한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페르시아 문명과 제국에 대한 자부심이다. 이슬람 공화국은 이슬람의 논리만으로는 대중의 지지를 얻어낼 수 없을 때 이 ‘이란주의’ 카드를 꺼내 들어 국민의 단결을 촉구했다.

 

어쩌면 이슬람 공화국은 당분간 이어질 군사적 대치와 경제난을 헤쳐나가기 위해 이란주의를 더 강조할 수도 있다. 청년층이 반감을 느끼는 종교적 문화 통제 정책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청년층의 민족주의 정서에 정권이 화답하며 세속주의를 일정 부분 포용한다면 어떨까.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자유 세계가 원해온 이란의 세속화가 역설적으로 현재 이란 체제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정권이 자신들을 전쟁으로 몰아넣었다고 불만을 품는 청년층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선제공격을 당한 상황에서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휴전이 정착된 뒤에 본격화될 이란 청년층과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갈등과 협상에 중동의 운명이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임명묵 'K를 생각한다' 저자, 조선일보(25-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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