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
[노루귀-얼레지-처녀치마]
[깽깽이풀]
2가지 種 모두 멸종 위기… 인디언들은 뿌리·잎·줄기를 약으로 썼대요
위 사진은 4월 중순의 깽깽이풀. 아래 사진은 활짝 피어 있는 깽깽이풀. /김민철 기자
깽깽이풀속(屬)은 현재 2가지 종(種)이 알려져 있어요. 하나는 캐나다 동부에서 미국 남부·북동부 지역에 분포하는 종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와 중국·러시아에서 살아가는 종이지요.
우리나라의 깽깽이풀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낙엽활엽수 숲에서 드물게 자라는 다년생 풀이에요. 높이는 약 20㎝ 정도로, 잎 2~4장이 달려 있어요. 잎은 둥근 모양이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매우 뚜렷합니다. 4~5월쯤에 피는 꽃은 자주색이고 꽃잎은 둥근 모양인데, 꽃 가장자리는 꽤 매끄럽답니다. 깽깽이풀의 종자(種子·씨)에는 당분이 있는 꿀샘이 들어 있지요.
아름답게 생긴 이 식물은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설이 있습니다. 바쁜 농번기에 예쁘게 피어난 꼴이, 마치 깽깽이(해금을 속되게 이르는 말)를 켜고 놀자고 유혹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이름 붙었다는 주장, 강아지가 이 풀을 뜯어 먹고 너무 쓰다고 깽깽거려서 이렇게 불렀다는 주장 등이 있지요.
깽깽이풀속의 식물들은 전통적으로 인간이 유익하게 써왔어요.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깽깽이풀의 뿌리를 소독제나 류머티즘 치료제로 사용했지요. 잎은 상처나 감기 치료에 사용했다고 해요. 땅속줄기는 복통·설사·피부염 등에 효과가 있었답니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깽깽이풀도 약용 가치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지요.
깽깽이풀은 키우기도 아주 쉽답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면 쉽게 번식이 가능해요. 자라는 속도는 느리지만, 배수가 잘되고 수분이 충분한 토양을 선호하지요. 공교롭게도 깽깽이풀속의 2가지 종 모두 본거지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로 보호한답니다. 미국의 경우 조지아, 아이오와, 뉴욕 및 뉴저지주에서 보호 중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국가의 법정 보호종이었는데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보호 식물로 격이 낮아졌지요.
이 식물은 러시아 우수리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북방계 식물이에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잡초'처럼 자라고 있어요. 이 식물이 지구상 가장 남쪽에 정착한 곳이 한반도 남부라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 등으로 우리나라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 깽깽이풀이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살기 힘들어질 수 있겠죠? 우리나라에 사는 이 식물이 지닌 생태적·유전학적 가치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장·영남대 명예교수, 조선일보(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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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얼레지-처녀치마
'봄꽃' 하면 개나리•진달래•벚꽃?… 노루귀•얼레지•처녀치마도 있어요
봄꽃 하면 개나리·진달래, 매화·벚꽃, 목련 같은 꽃을 먼저 떠올리지만 이런 꽃들이 필 즈음, 혹은 그전부터 가까운 산에만 가도 노루귀·얼레지·처녀치마 등 다양한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노루귀-얼레지]
노루귀는 변산바람꽃과 함께 새봄을 알리는 꽃이다. 3~4월 전국적으로 피기 때문에 지금쯤 서울 주변 천마산, 화야산, 수리산 등에 가면 볼 수 있다. 잎이 나기 전에 먼저 꽃줄기가 올라와 끝마다 앙증맞은 꽃이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핀다. 꽃 색은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 다양하다. 꽃자루에 달린 하얀 솜털이 특히 예쁘다. 꽃이 진 다음 잎이 깔때기처럼 말려서 나오는데, 이 잎이 꼭 노루의 귀 같다고 노루귀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였다.
얼레지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꽃이다. 이름도 특이한 데다 꽃 생김새도 꽃잎을 뒤로 확 젖힌 것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꽃대가 올라오면서 자주색 꽃 1개가 아래를 향해 핀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녹색 이파리 여기저기에 자줏빛 얼룩이 있어서 붙은 것이다. 얼레지가 꽃잎을 확 젖히는 이유는 곤충들에게 꿀이 많다고 광고하기 위한 것이다. 얼레지에 대해 김훈은 한 소설에서 '꽃잎을 뒤로 활짝 젖히고 암술이 늘어진 성기의 안쪽을 당돌하게도 열어 보였다'고 표현했고,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책 '한국의 야생화'에서 '산골의 수줍은 처녀치고는 파격적인 개방'이라고 했다.
[처녀치마]
처녀치마는 전국 산지에서 자라는 백합과 식물이다. 주로 습지와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데 경사진 언덕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직 찬바람이 쌀쌀한 초봄에 낙엽이 쌓인 산을 지나다 처녀치마를 발견하면 신비로운 빛을 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처녀치마라는 이름이 잎 때문인지, 꽃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뭉쳐나는 꽃잎도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 입는 미니스커트 같이 생겼고, 잎도 치마 모양을 닮았다. 꽃은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줄기 끝에서 3~10개 정도가 뭉쳐 달린다. 꽃잎 밖으로는 긴 암술대가 나와 있다. 꽃이 필 때 꽃대는 10㎝ 정도로 작지만, 수정을 한 다음에는 꽃대 길이가 50㎝ 정도까지 훌쩍 크는 특이한 꽃이다. 수정한 다음 꽃대를 높게 하는 것은 꽃씨를 조금이라도 멀리 퍼트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바람꽃-깽깽이풀-히어리]
이 밖에도 변산바람꽃, 노란 히어리, 연보랏빛 깽깽이풀도 귀여운 봄 야생화들이다. 변산바람꽃은 봄꽃 중에서도 가장 빠른 2월 중순쯤부터 피는 꽃이다. 아직 찬바람이 쌩쌩한 때 피는데, 꽃대가 연약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린다. 꽃이 흰색이지만 수줍음을 타듯 홍조를 띤 것도 있다. 히어리, 깽깽이풀도 한 번만 보면 반할 정도로 예쁘다. 히어리는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나무 전체가 노란색 꽃으로 물든 것을 보면 봄이 온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깽깽이풀은 산 중턱 아래에서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특히 연보라 꽃 색깔이 환상적이다. 이 꽃들을 초보자가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피는 곳을 미리 검색해보거나 가까운 수목원·식물원을 찾는 게 좋다.
-김민철 기자, 조선일보(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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