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밑씻개는 일본 말 의붓자식의 밑씻개(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며느리밑씻개란 꽃은 줄기에 가시가 송송 돋쳐있다. 이것으로 밑을 씻다가는 큰일 날 일인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각기 미운 존재를 들어 꽃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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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5월이면 들이나 시골길에서 며느리밑씻개를 쉽게 볼 수 있다. 하고 많은 이름 가운데 '밑씻개'란 이름을 붙인 까닭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일본 말 의붓자식의밑씻개(마마코노시리누구이, 繼子の尻拭い)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의붓자식'을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 밉지만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미운 것일까? 어쨌든 가시가 촘촘히 난 풀로 밑을 닦는다는 발상이 떨떠름하다.
[며느리밑씻개]
일본 말 의붓자식의밑씻개가 언제 며느리밑씻개가 된 것인지 그 연원을 캐보자. 『조선식물향명집』에는 며느리가 붙은 풀꽃 이름이 여러 종 나온다.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며느리주머니, 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 알며느리밥풀, 애기며느리밥풀, 꽃며느리밥풀 등이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 나오는 며느리가 모두 의붓자식의
번역은 아니라는 점이다.
며느리배꼽(사광이풀)은 일본어로 이시미카와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石見川', '石實皮', '石膠'로 표기한다. 며느리주머니는 게만소(華鬘草)에서 나온 이름으로 이는 불단(佛壇)을 장식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다이쓰리소(鯛釣草)라고 하는데 꽃 모양이 도미를 낚아 올린 듯한 모습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금낭화가 며느리주머니라고 되어 있다.
[며느리배꼽(사광이풀)/며느리밥풀/며느리주머니(금낭화)]
며느리밥풀에 해당하는 일본
이름은 마마코나(飯子菜)다. 새며느리밥풀은 히카게마마코나(日陰飯子菜)인데, 히카게(日陰)는 그늘이라는 뜻이다. 알며느리밥풀로 옮긴 마루바마마코나(丸葉飯子菜)의 마루바(丸葉)는 둥근 잎이라는 뜻이고, 애기며느리밥풀이 된 호소바마마코나(細葉飯子菜)의 호소바(細葉)는 가는 잎이란 뜻이다. 꽃며느리밥풀의 일본 이름은 쓰시마마마코나(對馬飯子菜)로, 쓰시마섬과
관련 있다.
이런 다양한 이름이 모두 '며느리'로 번역되었다. 며느리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일까? 『조선식물향명집』을 만든
정태현, 도봉섭, 이덕봉,
이휘재는 본문에 앞서 「사정요지」에서 "조선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조선명은 그대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은
총독부에서 만든 『조선어 사전』이나 일본인이 쓴 식물도감을 토대로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멀쩡한 꽃에 며느리밑씻개 같은
이름을 붙인 것에 대해 생태학자 김종원 교수는 『한국식물생태보감』에서 "기울어져 가는 조선
유교 양반 사회, 일제 식민 통치, 그리고 연거푸 일어난
한국전쟁, 이러한 반생명적인 통한의 세월 속에서도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지탱해준 것은 밥상을 책임진
며느리의 살림살이 덕택인데 그 며느리를 욕되게 할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며느리배꼽을 '사광이풀'이라
하고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이아재비'로 설명하면서 북한어라고만
할 뿐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김종원 교수는 사광이란 말은 삭광이, 삵괭이(살쾡이)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잎에서 신맛이 나기에 새콤, 사콤, 사광이가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삭광이(살쾡이)에서 사광이가 된 것인지 새콤해서 사광이란 이름이 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광이아재비가 며느리밑씻개보다는 이 식물이 지닌 속성을 잘 나타내준다고 생각한다. 일본 말에서 유래해 우리 식물도감에 버젓이 올라 있는 며느리밑씻개는 아무래도 이 땅의 며느리들을 욕보이는 말
같아 사광이아재비로 되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며느리들을 욕보이는 며느리 밑씻개(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2015. 8. 14.,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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