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산행이야기]

['山神'] 도시인의 등산복과 한국의 山岳 숭배

뚝섬 2017. 10. 21. 06:31

한국에서 '()'이란 어디에나 존재하는 친숙한 존재이다. 등산복을 입고 도시를 활보하고, 주말이면 등산을 하는 한국인의 전통을 이 책의 저자는 산신과 산악 숭배의 전통으로 분석했다.

 

[데이비드 메이슨 '山神']

 

내 성격과 버릇을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부모, 배우자, 자녀, 친구처럼 나에게 애정을 갖고 있는 타인이다. 집단이나 국가도 마찬가지. 집단 내부에 있는 사람은 무언가 일상적이지 않고 특이한 것을 중시하여 기록하고 기념한다. 물이나 공기가 오염되기 전까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처럼 자기 집단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부분은 집단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산신-한국의 산신과 산악 숭배의 전통'(한림출판사 刊)의 저자 데이비드 메이슨이 말하는 산신(山神)과 산악숭배 전통이 그렇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산악 문화는 아주 새롭고 신선합니다. 한국인들은 당연한 것, 평범한 것으로 여기겠지만요. 한국 사람들은 스스로 한국 산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좀 더 알아야 합니다."


  데이비드 메이슨의 '산신'.


스코틀랜드 출신의 목사 존 로스는 "조선에는 불교를 믿는 사람보다 산신을 믿는 사람이 더 많다" 1879년에 말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한국의 산신이야말로 한국 문화의 중심적인 존재라고 강조한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의 첨단을 달리는 한국이지만, 특이하게도 산을 숭배하는 전통만은 아직도 생활 속에 굳건히 남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니폼처럼 모두들 등산복을 입고는 도시를 활보하고, 주말이면 산을 오르는 한국의 시민들. 이것은 산이 신령하다고 믿고 산에 올라 그 신령함을 나눠 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일 터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시아의 문화와 종교에 매료된 저자는 영어 교사를 하면서 아시아를 돌아다니다가 1982년 여름에 한국의 절에서 산신을 그린 그림에 끌렸다. 1988년부터는 에밀레박물관 설립자인 고() 조자룡 선생을 스승으로 모시고 본격적으로 산신 관련 자료 수집과 연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저자가 한국의 산과 산신을 찍은 수천 장의 사진은 오늘날에는 그 가치를 매길 수조차 없는 한국 문화의 귀중한 한 컷이 되었다. 1999년에 영어로 출판되고, 2003년에 한국어로 번역된 이 책은 지금도 절판되지 않고 판매되고 있다.


지난 9월 설악산을 찾은 등산객들./연합뉴스


저자의 글과 사진이 그만큼 인상적이라는 뜻이고, 한국의 산과 산신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통찰력 있으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는 것일 터. 이번 주말에 등산 계획이 잡혀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훑어보실 것을 권한다. 여러분이 오르는 산이 좀 더 색다르고 좀 더 뜻깊게 다가올 것이다.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교수/편집=박은혜, 조선일보(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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