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멧돼지 관상]
[리카싱 '90년 불패 경영']
MBK의 멧돼지 관상
[조용헌 살롱]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MBK파트너스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칼럼 쓰는 일도 야구 투수의 구질과 비슷하다. 구질의 다양성이 요구된다. 타자가 이거 던질 거다 생각하면 투수는 저걸 던져야 한다. 전성기 때 선동열은 강속구와 함께 슬라이더가 일품이었다. LA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도 구질이 너덧 개쯤 되니까 10년 넘게 메이저리그에서 밥 먹고 사는 것이다.
요체는 강속구와 변화구의 배합이다. 관상이란 주제는 변화구의 영역에 해당한다. 요즘 주변에 하도 강속구 던지는 칼럼들이 많아서 쉬어가는 의미로 변화구를 던질까 한다.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모펀드 대표 김병주(MBK·Michael Byungju Kim)의 관상을 멧돼지로 감정하고 싶다. 만나보지는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살이 좀 찐 통통한 스타일이다. 키도 그리 큰 거 같지 않다. 몸집도 단단하게 보인다.
멧돼지의 핵심은 저돌성이다. 저돌(猪突)의 ‘猪’가 돼지를 가리킨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돌격한다. 결단력, 배짱, 섬세함을 두루 갖춘 멧돼지이다. 멧돼지의 습성은 후각이 발달해서 냄새를 잘 맡는다. 바로 돈 냄새이다. 멧돼지가 좋아하는 칡뿌리는 땅속에 파묻혀 있다. 겉으로만 봐서는 다 알 수 없고 실제로 흙을 파헤쳐 봐야 크기를 안다. 멧돼지는 주둥이로 흙을 파헤치는 실행력이 있다. 이게 과연 돈이 될지 안 될지는 가치 판단의 불확실한 영역이다. 아울러 리스크를 감수하고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리스크를 떠안는 일을 많이 하게 되면 내장 기관 중에 간담이 상하게 되어 있다. 간담 약한 사람이 가치 판단 업무를 많이 하면 병으로 단명한다. 멧돼지는 쓸개가 약이 된다. 저담(猪膽)이다. 곰 쓸개 웅담(熊膽) 다음으로 약효를 인정하는 쓸개가 바로 저담이다. 잡식성 동물의 쓸개가 좋은 법이다. 멧돼지의 ‘저담’은 깡이 있다. 돈이 품고 있는 독기, 즉 불확실성과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 준다. 멧돼지는 주둥이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니까 농작물을 심어 놓은 밭을 파헤쳐서 망쳐 버리는 습성이 있다. 시장을 파헤쳐 버리는 피해를 준다. 꾀가 많은 멧돼지는 사자, 표범의 공격에 대비해서 굴 속으로 숨는다.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리고 굴속에 숨어 있던 멧돼지가 이번에 굴 밖으로 노출된 셈이다.
산업의 발전 단계를 보면 제조업 다음에는 사모펀드라고 하는 금융투자업이다. 금융투자업 다음에 빅테크가 있는 것 같다. 금융투자업에 맞는 관상이 멧돼지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쓸개를 세상에 떼어줘야 할 타이밍이 왔다. 저담은 여러 사람에게 약이 된다. ‘돈은 강물처럼 흘러가는 거여!’ 어떤 교주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조선일보(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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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싱 '90년 불패 경영'
675만원으로 시작해 帝國 건설, 자신·가족·사회를 향한 '克己'
亞 유일한 '超人'이자 '財神'… 한국서도 '기업 영웅' 많아져야
만 22세에 5만홍콩달러(약 675만원)로 회사를 차려 지금 52개국에 32만명을 둔 기업 제국을 일군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 지난달 중순 그는 "올 5월 주주총회에서 모든 경영자 직위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남겠다"며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자신의 장남 빅터 리(54)에게 경영권을 물려줌으로써 후계 상속에서도 금자탑을 세운 것이다. 세계 기업사를 통틀어 만 90세까지 '온전한 심신(心身)'으로 경영을 챙기다가 분쟁이나 잡음 없이 순탄한 대물림을 하는 사례는 희귀하며 부러움의 대상이다.
리 회장이 이런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둔 원동력을 꼽는다면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일 것이다. 술, 담배, 춤 등을 거부하고 1990년 부인과 사별한 후에도 스캔들 없는 무(無)결점 삶을 보낸 게 이를 웅변한다. 집안 사정으로 12세에 중학 1년을 중퇴한 뒤 찻집 종업원, 시계회사 외판원 등으로 일하면서부터 다진 부단한 혁신과 학습 자세도 큰 힘이 됐다.
일례로 그는 식구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10대 시절 집 바깥 가로등 밑에서 영어 공부를 한 적이 부지기수였다고 회고했다. 미수(米壽)를 넘긴 지난해에는 '알파고'를 개발한 딥 마인드의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를 홍콩으로 초빙해 인공지능(AI)을 공부했다.
남다른 자녀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자립심을 키우고 서민 생활을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빅터 리와 리처드 리(50) 두 아들에게 매일 전차나 버스를 타고 홍콩 초등학교를 등하교토록 했다. 자식들의 유학 기간 중에는 최소액만 송금해 두 형제는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수퍼카는커녕 자전거로 다녔다.
대신 리 회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아들과 손자들을 집으로 불러 식사를 같이 한다. 반찬 네 가지와 국 한 그릇이 식단의 전부이다. 야심만만하고 저돌적인 성격의 차남이 2015년 장남 중심으로의 회사 지분 정리에 대해 순종한 것은 수십 년 동안 아버지로부터 받은 교육과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직원에게는 '믿음과 존중'으로 대했다. 입사 2년 차에 33세이던 캐닝 폭(建寧·66)을 임원에 발탁한 후 34년째인 지금까지 그룹 2인자이자 최고 전문경영인으로 전폭 신뢰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많은 기업 인수합병과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캐닝 폭은 27억홍콩달러(약 3645억원·2016년까지)의 급여와 400만 주의 주식을 받았다. 현금으로 연평균 120억원이 넘는 보상으로 리카싱 회장의 연봉(5000홍콩달러·약 68만원)과 천문학적 격차이다. '의심나면 쓰지 말고, 쓰면 의심하지 않는다(疑人不用 用而不疑)'는 용인술 그대로다.
그는 또 개인 총재산(약 38조원)의 3분의 1을 스스로 셋째 아들로 명명한 리카싱기금회에 출연했다. 이렇게 본다면 리카싱 회장의 '90년 불패(不敗) 경영'은 정경 유착이나 행운에 올라타 특별한 왕도(王道)를 걸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종업원과 사회를 향한 치열한 극기(克己)의 산물에 가깝다.
아시아의 수많은 기업인들 중 리카싱만이 초인(超人)·재신(財神)·상신(商神)이란 극존칭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도 호암 이병철, 아산 정주영 같은 위대한 선배 세대의 뒤를 잇는 창업 기업인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 개인과 가문의 번영뿐 아니라 사회에 진정성 있게 이바지하며 자유시장경제를 빛내는, 리카싱 같은 영웅(英雄)들이 속출했으면 한다.
-송의달 오피니언 에디터, 조선일보(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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