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 ‘증상 완화’ 넘어 ‘진행 늦춤’ 단계로… 127개 약 임상 중 ]
[알츠하이머에 대한 오해와 진실]
[ 100세시대 그림자 곧 치매 환자 100만명]
[2017년 70만명, 전년비 4만명 증가… 어르신 치매 첫 10% 넘어]
치매 치료, ‘증상 완화’ 넘어 ‘진행 늦춤’ 단계로… 127개 약 임상 중
[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치매 약 개발, 어디까지 왔나
치매 치료의 2단계 문 열어
진행 늦추는 약들 식약처 승인…진행 막는 3단계, 완치까진 4단계
약 하나 개발에 10년 걸리고 비용도 1조 원 투입돼 험난한 길
《최근 ‘스틸 앨리스(Still Alice)’라는 영화를 봤다. 성공한 언어학 여교수가 50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자신의 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치매 진단을 받고,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기억에 남는 말들을 꼽자면, “나는 늘 잘 정의된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더 이상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암에 걸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다면 수치심을 느낄 필요가 없지 않나”, “내가 평생 만들기 위해 노력한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 찢겨 나간다” 등이다.》
나를 잃어가는 고통을 표현한 많은 장면은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깊은 열정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전속력으로 달리던 삶에 갑자기 드리운 치매의 그림자를 어떤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절망감은 상상하기 어렵다.
치매는 유전병은 아니다. 희귀한 경우이지만, 유전적 요인으로 치매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알려진 유전적 요인으로는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myloid precursor protein), 프리세닐린1(Presenilin 1), 프리세닐린 2와 같은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데, 영화 속 앨리스는 프리세닐린에 유전적 변이가 있는 경우다.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생기는 치매는 ‘조기 발현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데 30대부터 50대 사이 젊은 나이에 발병할 뿐 아니라 더 빨리 진행되고, 자녀가 변형된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경우, 치매가 생길 확률이 100%다. 영화 속 맏딸이 검사 결과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을 확인한다. 반면 막내딸은 검사를 하지 않기로 한다. 확인한다고 해서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 다른 유전적 요인으로 아포지단백 E(apolipoprotein E·APOE)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는 ε2, ε3, ε4 세 가지 형태를 띤다. APOE 유전자의 ε4 형태를 가진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지만 반드시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운증후군 유전자를 가진 경우도 나이가 들어 치매가 발병할 확률이 50% 정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치매는 유전적 요인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영화 속에서 앨리스의 말처럼, 치매의 진행을 막거나 완치하는 방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치매 치료는, 증상 완화 치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 병의 진행을 막는 치료, 병의 진행을 막고 증상도 없애는 완치 등 네 가지 단계를 생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치매 증상을 조금 완화하는 약밖에 없었다.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같은 약은 뇌 내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높임으로써 인지 기능의 저하를 다소 억제한다. 하지만 이는 증상을 완화할 뿐, 병의 진행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많은 제약사가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질병 조절제 개발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투자해 왔다. 그러나 오랫동안 많은 약물이 승인받는 데 실패했고, 이는 치매 환자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업계에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2021년 6월 7일 처음으로 아두카누맙(Aducanumab·성분명), 2023년 7월 6일 레카네맙(Lecanemab), 2024년 7월 2일에 도나네맙(Donanemab)과 같은 약들이 미국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다. 이 약들은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로 분류되고, 단클론항체를 이용해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를 제거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정맥주사를 통해 환자에게 투입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전을 통해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약들이 127개가량 임상 시험을 거치는 중이다.
치매는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해결 방법이 당장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약물을 개발하고 그것이 환자에게 쓰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야 한다. 기초 연구를 통해 후보 물질을 찾아내고, 사람에게 시험을 해도 좋은지 승인받기 위한 많은 실험을 거치고, 실험에 성공하고 임상실험을 진행해도 좋다고 승인받으면 그제야 임상시험용 의약품이 된다. 그 후 실험을 설계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임상 1, 2, 3단계를 진행해야 한다. 1단계는 안전성만을 검증하고, 2단계는 후보 물질이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며, 3단계에서 환자 수백 명 내지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많은 경우 개발에 10년 정도 시간이 소요되고 약 한 개 개발 과정에 비용도 1조 원이 넘게 투입된다. 지금은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2번째 단계 치료의 문을 막 연 상태이다.
앨리스는 알츠하이머 협회에 환자로서 초대돼 연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치매로 인해 변화한 나는 바뀐 내가 아니라 나의 질병일 뿐이다. 다른 질환처럼 치매도 원인이 있고, 진행되는 과정이 있고, 완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나의 가장 큰 소원은 다음 세대는 이 고통을 맞이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앨리스의 말처럼 치매는 원인이 있고 완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완치의 종착점에 도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동아일보(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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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와 치매(dementia)는 동의어(synonym)가 아니다. 치매는 일련의 인지 장애를 지칭하는 포괄적 용어(umbrella term for a series of cognitive impairments)로, 200종류 이상이 있다. 그 중 가장 흔한 형태가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이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psychiatrist)이자 신경 병리학자(neuropathologist)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be named after him).
아직은 불치병(incurable condition)이다 보니 일반적 오해(common misconception)나 잘못된 믿음(false belief)이 많다. 알츠하이머는 단순한 노화 현상의 일부(a part of aging)가 아니다. 간헐적 기억 상실(occasional memory loss) 이상의 신경퇴행성 질병(neurodegenerative disease)이다. 나이가 위험 인자(risk factor)이기는 하지만, 노인들에게만 유독 발생하는(be exclusive to the elderly) 건 아니다. 30대 나이에도 생길 수 있는 조기 발생 질환(early-onset condition) 중 하나다.
친부모(biological parents)가 겪었다고 자식들도 피할 수 없는 유전병(genetic disorder)은 아니다. 환경·생활양식 요인(environmental and lifestyle factors) 등 다양한 변수(diverse variables)가 한몫한다(play a role).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주변 상황을 감지하지(sense their surroundings) 못하는 건 아니다. 혼란을 겪거나 헷갈리기는 하지만(become confused or disoriented)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인식한다. 알아듣지 못할 것으로 여기고 아무 말이나 막 해서는 안 된다. 환자 본인에 관한 험한 말, 야단치는 것처럼 들리는(sound like scolding) 훈계는 마음에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절대 삼가야 한다(refrain from doing such a thing).
기억 상실이 알츠하이머의 흔한 증상(common symptom)인 건 맞지만, 기억력이 조금 떨어진 것이 반드시 알츠하이머의 전조 현상(precursor to Alzheimer’s)인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 피로(fatigue), 우울함(depression) 등 다양한 요인들이 순간적인 기억력 저하를 초래할(cause momentary decline in memory) 수도 있다.
영국 연구팀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는(fall victim to it) 과정을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은 주목할 만하다. “연로한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는(visit your elderly parents frequently) 것이 알츠하이머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직계가족과의 믿음직스럽고 이해심 많은 관계(reliable and understanding relationship with immediate family)가 인지력 쇠퇴를 억제하는(curb cognitive decline)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have a significant impact on it) 한다.
“힘이 돼줘라. 미소를 잃은 이(someone without a smile)에게는 당신의 미소를 줘라(give them yours).” – 지그 지글러(미국 작가)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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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그림자 곧 치매 환자 100만명
일본 우치다(內田)병원은 치매 환자 돌봄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에선 환자가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건, 여기저기 배회하건 그냥 놔둔다. 환자가 과도로 사과도 깎아 먹는다. 다른 곳에선 안전 때문에 못 하게 막는 일들이다. 의료진은 늘 환자와 눈높이를 맞추고 얘기를 들어준다.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어루만져 준다. 이렇게 하면 통제 불능 환자도 며칠 내 순한 양이 된다고 한다. 치매 증상의 핵심은 '사라진 인지 기능 속에서 세상에 대한 불안'이라는 얘기다.
▶치매 병원에 가보면 아이가 갖고 놀 만한 인형을 할머니 환자가 어르고 달랜다. 살아 있는 아기로 착각해서 대화를 하며 키우기도 한다. 괜한 허상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있지만, 인형 덕에 웃는 횟수가 늘고, 약물 개수는 준다. 생기를 잃은 치매 환자도 식물이나 반려동물처럼 애정을 쏟을 대상이 생기면 활기를 띤다. 요즘은 영리한 로봇이 친구가 돼 준다.
▶아들이 돈을 훔쳐갔다고 의심하던 85세 할아버지가 있었다. 기억력이 크게 떨어져 치매가 아닐까 약을 먹었다. 그러다 뇌 MRI를 찍어봤더니 뇌수종이란 소견이 나왔다. 뇌 속 빈 공간에 뇌척수액이 너무 많이 고여 뇌를 압박하는 상태다. 뇌척수액을 300cc 빼줬더니 며칠 만에 멀쩡해졌다. 치매로 보여도 아닌 경우가 의외로 많다. 치매 의심 뇌 MRI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니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치매 발생 근원인 독성 단백질이 뇌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 보는 아밀로이드 PET·CT 검사도 요긴하다.
▶일본은 65세 고령 인구가 28%, 치매 환자가 600만명에 이른다. 워낙 흔하다 보니 고혈압·당뇨병처럼 만성질환 취급을 받는다. 고혈압 환자가 굳이 대학병원에 안 가는 것과 같다. 걸을 수 있으면 동네 의원에 가고, 집에서 지내면 왕진을 받고, 증세가 심하면 지역 내 치매관리 보건시설이나 요양원에 머문다. 한 마을의 치매 환자가 9명쯤 모여 사는 '그룹 홈' 인구를 전국적으로 합하면 20만명이다.
▶엊그제 나온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8'은 현재 환자 수를 70만명으로 파악했다. 고령화에 따라 5년 뒤면 100만명이 된다. 치매는 급증하는데 준비가 안 되어 있어 큰일이다. 사는 동네에 돌보는 인프라가 없어 다들 살던 곳을 떠나 외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 누워 있다. 기억을 잃어버렸더니 살아온 인생도 잃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고령 사회로 갈수록 치매 환자가 살던 곳에서 지내는 '치매 친화' 동네와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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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0만명, 전년비 4만명 증가… 어르신 치매 첫 10% 넘어
치매 관리에 국가예산 年 14조6000억 들어 GDP의 0.8% 차지
서울 강동구에 사는 윤이정(가명·82) 할머니는 그 일대에 20억원 넘는 자산과 주택, 토지를 보유한 자산가다. 미혼으로 평생을 혼자 살았지만, 조카·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백화점에서 몇십만원짜리 점퍼를 직접 사놓고도, 카드 결제 날이 되면 '이 돈이 왜 나왔지' 싶은 일이 생겼다. "난 산 적이 없다"고 우기다가 카드사에서 독촉장을 받는 일도 있었다. 돈이 자꾸 없어져서 찾아보면, 100만원 넘는 돈다발이 세탁기에서 나왔다. "치매 아니다"라고 버티던 윤 할머니는, 성당 신부님의 권유로 치매 검진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병, 치매가 맞았다.
윤 할머니 같은 치매 노인이 국내에서 2017년 말 기준 70만명을 넘어섰다. 중앙치매센터가 20일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 수는 70만5473명으로 조사됐다. 전년도 같은 조사(66만1707명)보다 4만명이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치매도 결국 노인병(나이가 들어 생기는 병)의 일환이라,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환자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영국, 미국 등 보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긴장해야 하는 수치임에는 분명하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치매 유병률은 10%다. 직전 조사의 경우 유병률이 9.8%였는데,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다.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치매로 전환되는 경도인지장애(가벼운 인지장애)의 경우 환자 수가 206만명으로 파악됐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환자 수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센터는 치매 환자가 2024년 100만명, 2039년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은 "치매는 한번 걸리면 오래가는 병이라 유병률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예전엔 치매에 걸려도 생존하는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 숫자가 계속 누적해서 올라간다"고 했다.
특히 경남 의령군·남해군, 전남 곡성군 등은 유병률이 13%에 육박했다. 노인 인구가 많거나 초고령자가 많은 지역들이다. 김 센터장은 "전체 노인 인구 비율이 같다고 쳐도, 80세 이상 초고령자가 많은 지역은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국가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간병비·보조 물품 구입비 등 연간 약 14조6000억원을 쓰고 있다. GDP의 약 0.8%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 전체 연 진료비만 약 2조3000억원이 든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약 344만원, 연간 관리 비용으로는 약 2074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기 발견율(치매 확진 환자 중 경미한 단계에서 일찍 진단받은 사람의 비율)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컸다. 1위인 충남의 경우 조기 발견율이 91%였지만, 꼴찌인 광주의 경우 46.7%만 치매를 조기 발견했다. 서울 아산병원 이재홍 신경과 교수는 "예전에는 대학병원에 정말 심각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엔 경도 인지장애나 가벼운 건망증에도 찾아와 '나 치매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나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서 지금 60대에 진입한 노인들은 이전 세대보다 치매 유병률이 낮았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도 교육 수준이 올라가고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치매 환자 수가 줄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며 "치매도 어떤 의미에서 생활습관병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환자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남정미 기자/손호영 기자, 조선일보(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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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주인이 '손님, 계산 안 하셨어요'했을 때 "깜박했네"하면 건망증, "왜 해야 해?"하면 치매
치매 前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춤·빨리걷기 운동으로 회복가능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으면서도 휴대폰을 찾고 있다니…. 나 치매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스스로 치매를 걱정할 정도면, 일단 치매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흔히 건망증,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헷갈려 한다. 모두 기억력 감소와 관련 있지만, 정도와 특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식당서 밥 먹고 나오면서 계산을 안 했다고 지적받을 때 "깜박했다"고 하면 건망증, "계산을 안 했나?"며 긴가민가하면 경도인지장애, "계산을 왜 하지?"라고 하면 치매인 경우다.
건망증은 기억 과부하 상태로, 힌트를 주면 바로 수정한다. 본인만 신경 쓰일 뿐 주변 사람은 문제 있다고 여기지 않는 정도다. 경도인지장애는 뇌 속에 기억한 것을 불러내는 리콜(recall·회상) 기능이 떨어진 상태로, 자신도 주변인도 좀 이상하게 여길 인지 장애가 잦다. 치매는 뇌 속으로 정보나 기억이 잘 입력되지 않는 상태다. 치매의 경우는 주변인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제3자도 이상하게 여긴다.
경도인지장애의 3분의 1 정도는 나중에 치매로 전환된다. 하지만 학습이나 운동 등 인지 기능 개선 요법으로 기억 장애를 현저히 줄이고, 치매 증상 발현 시기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되면 보건소나 병·의원서 인지 기능 검사와 치매 선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되면, 뇌 MRI나 치매 관련 뇌조직 병리 상태를 보는 아밀로이드 CT를 찍어서 증상과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게 좋다. 훗날 치매 발현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정기적인 기억력 향상 훈련, 인지 기능 개선 학습 프로그램, 빨리 걷기, 유산소운동, 춤 등은 기억력을 관할하는 뇌 속의 해마 기능을 키워서 인지장애를 크게 줄여준다. 인지 중재치료학회 박건우(고려대병원 신경과 교수) 이사장은 "우선은 뇌 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를 부추기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를 철저히 하고 금연·절주를 해야 한다"며 "경도인지장애 상태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치매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1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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