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3일 아침 7시쯤이었다. 토요일 이른 시간이지만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경영진 20여명을 전화 회의에 긴급 소집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도산에 대비하라." 첫 지시 후 잠시 숨을 돌렸다. 이어 그는 "메릴린치 도산에 대비하라. AIG 도산, 모간스탠리 도산에도…." 마지막으로 "골드만삭스 도산 때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밤늦게까지 주요 은행 회장들은 리먼 대책회의를 했었다. 그 회의에서 다이먼은 다른 회사 회장들의 창백한 안색과 불안한 눈빛, 들뜬 말투가 그 회사들의 다급한 상황과 일치하고 있음을 느꼈다.
▶포드 자동차의 멀랠리 회장은 적자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CEO다. 그는 포드 주가를 3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품질 향상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지만, 그의 건강미 넘치는 얼굴은 늘 투자자들 사이에 화제다. '움직이는 광고판'이란 말을 듣는 영국 버진 그룹의 브랜슨 회장은 건강미를 과시하려고 스카이다이빙까지 한다.
▶2008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심장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기사가 CNN 홈페이지에 올랐다. 자원봉사 기자가 애플의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얻는 상품에 투자한 후 저지른 일이었다. CNN이 기사를 삭제할 때까지 애플 주식은 5.4% 폭락했다. 그보다 극적인 사례는 미국 인터넷 식품유통업체 피포드다. 2000년 3월 말로이 대표가 건강을 이유로 물러났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재택근무를 해오던 뒤끝이었다. 그날 하루 주가는 54.5%나 수직 낙하해 반토막이 됐다.
▶CEO의 '찰색(察色)'으로 기업의 건강까지 진찰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수술을 했다고 알려진 2005년 삼성전자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3년 뒤 그가 일신상의 이유로 회장직을 떠났을 때도 그랬다. 90년대 중반 현대그룹 신년 하례식장에 나타난 정주영 회장의 안색이 좋지 않자 주가도 고개를 숙였다.
▶잡스가 엊그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내놓았다. 기자와 투자자들은 잡스의 얼굴만 바라봤다. 지난 3월보다 훨씬 수척해졌다는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애플 주가는 이날 1.57% 떨어졌다. 잡스는 7년 전 췌장암 수술, 2년 전 간 이식 수술을 받았었다. CEO의 안색은 프라이버시가 아니라 투자자가 알아야 할 필수정보다.
-조선일보(1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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