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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색株價] CEO의 '察色'으로 기업의 건강까지 진찰하는 투자자들..

뚝섬 2011. 6. 26. 17:29

2008 9 13일 아침 7시쯤이었다. 토요일 이른 시간이지만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경영진 20여명을 전화 회의에 긴급 소집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도산에 대비하라." 첫 지시 후 잠시 숨을 돌렸다. 이어 그는 "메릴린치 도산에 대비하라. AIG 도산, 모간스탠리 도산에도…." 마지막으로 "골드만삭스 도산 때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지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밤늦게까지 주요 은행 회장들은 리먼 대책회의를 했었다. 그 회의에서 다이먼은 다른 회사 회장들의 창백한 안색과 불안한 눈빛, 들뜬 말투가 그 회사들의 다급한 상황과 일치하고 있음을 느꼈다.

 

포드 자동차의 멀랠리 회장은 적자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CEO. 그는 포드 주가를 3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과감한 구조조정과 품질 향상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지만, 그의 건강미 넘치는 얼굴은 늘 투자자들 사이에 화제다. '움직이는 광고판'이란 말을 듣는 영국 버진 그룹의 브랜슨 회장은 건강미를 과시하려고 스카이다이빙까지 한다.

 


▶2008 10월 스티브 잡스가 심장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갔다는 기사가 CNN 홈페이지에 올랐다. 자원봉사 기자가 애플의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을 얻는 상품에 투자한 후 저지른 일이었다. CNN이 기사를 삭제할 때까지 애플 주식은 5.4% 폭락했다. 그보다 극적인 사례는 미국 인터넷 식품유통업체 피포드다. 2000 3월 말로이 대표가 건강을 이유로 물러났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재택근무를 해오던 뒤끝이었다. 그날 하루 주가는 54.5%나 수직 낙하해 반토막이 됐다.

 

▶CEO '찰색(察色)'으로 기업의 건강까지 진찰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수술을 했다고 알려진 2005년 삼성전자 주가도 영향을 받았다. 3년 뒤 그가 일신상의 이유로 회장직을 떠났을 때도 그랬다. 90년대 중반 현대그룹 신년 하례식장에 나타난 정주영 회장의 안색이 좋지 않자 주가도 고개를 숙였다.

 

잡스가 엊그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를 내놓았다. 기자와 투자자들은 잡스의 얼굴만 바라봤다. 지난 3월보다 훨씬 수척해졌다는 뉴스가 보도되자마자 애플 주가는 이날 1.57% 떨어졌다. 잡스는 7년 전 췌장암 수술, 2년 전 간 이식 수술을 받았었다. CEO의 안색은 프라이버시가 아니라 투자자가 알아야 할 필수정보다.

 

-조선일보(1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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