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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무슬림은 왜 온건한가] [“다문화라고 부르는 게.. ] ....

뚝섬 2023. 10. 17. 08:10

[싱가포르 무슬림은 왜 온건한가] 

[“다문화라고 부르는 게 제일 싫어요”] 

[조용히 스며든 中 ‘문화 공정’]

 

 

 

싱가포르 무슬림은 왜 온건한가

 

[특파원 리포트] 

 

싱가포르 무슬림 사원 술탄 모스크 인근 골목길 '하지레인(Haji Lane•성지순례길)'의 모습. /싱가포르관광청

 

싱가포르 무슬림 밀집 지역인 아랍스트리트는 이 나라 20·30대와 관광객에게 가장 힙한 장소 중 하나로 꼽힌다. 이슬람 사원 술탄 모스크를 중심으로 할랄 음식점과 패션 용품점 등 즐길거리가 즐비하다. 건물 외벽은 젊음과 반항의 상징 그라피티로 수놓아져 있다. 밤이면 서울 을지로처럼 골목길 테이블에서 맥주와 할랄 음식을 즐기는 젊은이로 붐빈다. 세계 곳곳 무슬림 밀집 지역이 게토화돼 골칫거리로 바뀐 모습과 비교된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종교 문제였다. 다민족 국가 싱가포르를 종교로 구분해 보면 불교가 약 31%로 가장 많고, 기독교(19%), 이슬람교(16%), 도교(9%), 힌두교(5%) 등 순이다. 특히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우선시하는 무슬림의 사회 융화가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려 1966년 제정한 것이 ‘무슬림법’이다. 146개 조로 구성된 이 법은 정부에 무슬림으로 신고한 이들이 샤리아에 근거한 법을 적용받고 샤리아 법원의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슬람 국가도 아닌 나라가 샤리아를 정식 사법 체계로 끌어들인 일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 법은 무슬림의 종교 활동과 재산, 결혼과 이혼, 교육 등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무슬림법 134조는 무슬림이 결혼하지 않은 이성과 동거할 경우 500달러 이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 법에 언급되지 않는 대부분 형법 등은 일반인과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물건 훔쳤다고 손가락을 자르거나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을 공개 매질하는 따위의 일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될 당시 일부 무슬림의 반대가 거셌다고 한다. 어찌 이슬람 국가도 아닌 나라의 세속 정부가 샤리아를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이들은 철저히 배척하고 온건한 무슬림은 포용하는 방식으로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 지금도 규정 외 과격한 내용의 선교 활동을 하거나, IS(이슬람국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내통할 경우 형사 처벌받는다.

 

146개조로 이루어진 싱가포르 무슬림법. 싱가포르법령(Singapore Statues Online) 웹사이트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다른 비이슬람 동남아 국가의 무슬림 밀집 지역은 비극의 현장이다. 무슬림 강제 동화 정책을 시행해 온 태국의 남부 지역은 분리주의 무슬림이 확장하며 매년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무슬림인 로힝야족을 학살하고 무슬림은 이를 테러로 되갚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무슬림에 대한 경계와 배척이 되려 극단적 무슬림이 정착할 토양이 된 셈이다.

 

유엔(UN)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3675만명에서 2050년 2398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봤다. 외국인 이민자를 받아 다민족 사회가 되는 것 외 현실적 대책이 없다고들 한다. 한국에는 이미 노동인구 부족이 불러온 무슬림 15만~20만명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싸늘한 경계심이 자칫 미래에 문젯거리로 돌아오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소수자 타이틀을 붙여 우리 규범과 충돌하는 일까지 눈감자는 태도도 되레 이들을 고립시키긴 마찬가지다. 한국은 어떤 다민족 사회가 될 것인가. 싱가포르에서 배우는 교훈이다.

 

-방콕=표태준 특파원, 조선일보(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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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라고 부르는 게 제일 싫어요”

 

문화 차이 존중하는 표현이 낙인과 차별의 언어로 전락
세대·성별 다른 우리 가족 모두가 다문화 가족이다
 

 

“여긴 이제 애들이 정말 없어요. ‘다문화’가 여덟이면 ‘그냥 한국 애들’이 두어 명이야.” 지방 소도시 인근 초등학교에 대해 한 촌로가 한 말이다. 여기서 ‘다문화’란 ‘다문화 가족 자녀’를 말한다. 다문화는 ‘다문화 가족’을 줄인 말로 쓰이기도 하고 ‘다문화 가족 자녀’ 자체가 되기도 한다. 다들 잘 알아듣는다.

 

학문의 발전은 개념의 발견과 발전 과정이다. 좋은 개념은 현상을 명료하고 효율적으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개념은 공통적 ‘생애사’를 거친다. 획기적 개념의 등장은 그 효능 덕분에 환호받고, 해당 개념이 널리 적용된다. 그러는 사이 그 개념은 초기의 신선함이 흐려지고 오용과 남용으로 설명력을 잃어간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의 다문화(가족)는 개념의 일반적 생애사를 적용할 수도 없다. 출발부터 잘못 썼기 때문이다. 우선 정확하지 않다. ‘다문화 가족 지원법’에 따르면 다문화 가족은 국제결혼 가족을 말한다. 즉 국적이 기준이다. 따라서 중국 국적 교포와 결혼한 한국인 가족은 지원 정책의 혜택을 받는다. 반면 한국 국적을 유지해 온, 일본어가 모어(母語)인 재일 교포 3세가 한국인과 꾸린 가정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적이 일관된 기준도 아니다. 국제결혼 한 외국인이 귀화해도 다문화 가족이기 때문이다.

 

부정확한 개념은 학술 영역까지 번져 있다. 전 세계 학술 검색 포털인 구글 학술 검색에서 ‘multi-cultural families’를 키워드로 넣어보자. 예상대로 ‘Kim·Lee·Park’ 성씨의 학자들이 쓴 ‘Korean Families’에 대한 연구물만 검색된다. 우리 식의 다문화 가족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 다종족(multi-ethnic) 가족, 이민자 가족, 아니면 그냥 국제결혼 가족이 통용되는 개념이다.

 

다문화란 표현은 용법에서도 자기 모순적이다. 다문화라고 하면서 결혼 이주 여성과 그 자녀들에게 ‘한국인’이 될 것, 즉 문화적 동화를 강조한다. 문화적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강조하는 개념이 낙인과 차별의 언어가 되어 버렸다. 다문화를 저개발국 출신자들과 연결해 사용하면서 초래된 결과이다. 그래서 ‘다문화 아이들’은 외친다. “다문화라 불리는 게 제일 싫어요!”

 

문화’란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총체다. 국적이나 생물학적 속성과는 다른 개념이다. 성인이 되어 한국어를 새로 배운 한국 국적 재일 교포가 겪는 문화적 차이는 ‘조선어’가 모어인 중국 국적 교포보다 클 수 있다. 세대·성(性)·계층에 따른 문화적 격차가 급증하는 한국 사회에서 국제결혼 가족의 사춘기 딸이 ‘한국인’ 아버지와 겪는 갈등은 ‘피’의 문제이기보다 세대와 성에 따른 문화적 차이일 가능성이 더 크다. 우리 집 식탁에서 목도하는 장년의 아빠와 20대 딸의 소통상 난점과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문화 가족으로 살고 있다.

 

두 가지 정도 해결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다문화 가족’ 대신 ‘국제결혼 가족’ ‘이민자 가족’ 같은 더 정확한 개념으로 바꾸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다문화 개념을 제대로 쓰는 것이다. 다문화 가족은 저개발국 출신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꾸린 가족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족이다. 다문화 교육은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존중을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다문화 학생’이 대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교육이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날 아이들이 “저도 다문화예요!”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펼쳐지게 해야 한다.

 

-권숙인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조선일보(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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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스며든 中 ‘문화 공정’

 

‘조선구마사’ 포스터/SBS

 

요즘 방송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빠지지 않는 화제는 단연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다. 제작비 320억원을 투입하며 올해 최대 ‘기대주’로 꼽혔지만, 방송 2회 만에 문을 닫았다. “몇 년 전이었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 “역시 민심은 천심” 등 방송 관계자조차 놀란 표정이다. 그동안 역사 왜곡 등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킨 작품은 많았다. 하지만 시청자 항의에 ‘블록버스터급’ 드라마가 중도 폐지된 건 초유의 일이다.

 

반중(反中) 정서가 큰 축이었다. 한복과 김치를 자국 문화 유산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대해 분노가 폭발했다. 작품을 쓴 작가가 중국 항저우쟈핑픽처스유한공사의 한국 법인인 쟈핑코리아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조선구마사 사태는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세계 시장의 ‘큰손’인 중국 자본은 이미 국내에 스며들어 있다. 5월 첫 방송 예정인 tvN ‘간 떨어지는 동거’는 최근 중국 PPL 부분을 편집하겠다고 부랴부랴 발표했다. 반중 정서를 고려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중국판 넷플릭스’인 아이치이의 투자로, 한·중이 공동 제작하는 드라마다. 중국 텐센트는 지난해 JTBC스튜디오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넷마블, 카카오 등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한류우드(한류+할리우드)’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위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자본에 경도돼 중국색(色)이 가미될 우려도 제기된다.

 

기우(杞憂)라 하기엔 사례가 있다. 지난해 미국 영화계를 들썩인 책 ‘Feeding the Dragon’(중국에 외주 주기·중국 ‘속국’이 된다는 뜻)의 저자 크리스 펜턴은 “할리우드는 중국 정부와 협력해 중국 이미지를 미화했고, 이젠 사실상 자진 검열로 중국 선전책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코넬대 출신으로 중국 거대 엔터테인먼트 DMG 그룹에서 20여 년 근무하며 중역이 된 그는 ‘고백록’ 같은 책을 통해 2000년대부터 할리우드가 중국 자본 눈치를 보고, 입맛에 맞춘 사례를 서술했다. 처음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지만, 어느새 적극적으로 중국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영화 ‘루퍼’(2012)에선 ‘누구나 동경하는 곳=프랑스’였던 원래 각본을 ‘상하이’로 바꿨다. 영화 제작사 중 하나였던 DMG에 속한 펜턴이 기획부터 참여해, 할리우드와 함께 상하이를 세계 중심이 되는 미래 도시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영화 ‘월드워Z’의 경우 원작 소설 ‘세계대전Z’에서 바이러스 시초가 중국이었던 설정을 대만으로 바꿨다. ‘탑건’ 후속인 ‘탑건: 매버릭’(2021)에선 톰 크루즈 재킷에 일본·대만 국기를 삭제했다.

 

다음 타깃은 ‘한류’일까? 중국은 할리우드에 비해 ‘손 안 대고 코 푸는 일’이라며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보윤 기자, 조선일보(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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