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만 원짜리 디올 가방 원가는 8만 원”]
[나도 샤넬을 살 수 있을까… 패닉바잉의 시대]
[“여행, 참을 만큼 참았다”]
“385만 원짜리 디올 가방 원가는 8만 원”
명품은 비싸도 원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 브랜드 값이다. 자동차 중에서 마진율이 높은 테슬라 전기차가 20% 내외인데 3대 명품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의 마진율은 60∼70%다. 최근에는 프랑스 브랜드인 디올의 385만 원짜리 가방 원가가 8만 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인건비를 후려친 결과다.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하청업체의 노동 착취를 방치·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디올 이탈리아 지사의 가방 제조업체에 1년간 사법 행정관의 감독을 받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34쪽짜리 법원 결정문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하청업체 4곳이 최저 위생 기준에도 못 미치는 공장에서 이민자들을 먹이고 재우며 가방을 만든 것으로 나온다. 전기 사용량으로 추정해보니 공장은 24시간 휴일도 없이 풀가동됐고,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의 안전장치는 제거된 상태였다. 업체는 가방 한 개에 53유로(약 8만 원)를 받고 디올에 넘겼는데 이 가방의 매장가는 2600유로(약 385만 원)다.
▷이민자를 동원해 노동 법규를 어겨가며 작업하는 방식은 이탈리아 명품업계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세계 명품 생산의 50∼55%를 커버하는데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상당 부분을 밀라노, 피렌체, 프라토 등에 몰려 사는 중국계 이민자들이 만든다. 값싼 중국 노동력을 이용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올 4월에는 아르마니 가방 하청업체가 불법 체류 중국인들을 시간당 2∼3유로에 쓰다가 적발됐다. 개당 출고가는 14만 원, 판매가는 267만 원이다.
▷향수도 제조 원가율이 5∼15%로 낮다. 패션 전문회사들이 향수 제작을 병행하는 이유다. 고급 향수일수록 비싼 원료를 쓰지만 워낙 극소량만 들어가기 때문에 고가든 아니든 원가는 거기서 거기다. 최근에는 재스민 원산지인 이집트에서 명품 브랜드용 재스민 수확에 어린이를 동원하는 실태가 영국 BBC 보도로 드러났다. 재스민은 꽃잎이 햇볕에 상하기 전인 새벽에 따야 하는데 이 시간대 아동 노동은 불법이다. 방송에서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어린 자녀 넷과 재스민꽃 1.5kg을 따 1.5달러를 손에 쥔 어머니 사례가 나온다.
▷원가의 세 배 네 배 가격을 주고 명품을 사는 건 그만큼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가죽 가방’이 아니라 ‘디올 가방’을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비쌀수록 잘 팔리는 심리를 악용해 실적 개선이 필요할 때마다 질이 아닌 가격을 올려버린다. 가뜩이나 높은 마진율을 더 높여보려 ‘장인의 한 땀 한 땀’ 대신 약자의 노동력 착취에 의지하는 민낯까지 드러났다. 분별력 있는 소비가 기업의 탐욕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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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샤넬을 살 수 있을까… 패닉바잉의 시대
요즘 백화점에 갈 때마다 놀란다. 평일에도 샤넬 매장은 대기가 많아 구경도 못 하기 때문이다.
한 지인은 “하루 종일 백화점에서 죽치고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리셀러에게 40만 원 웃돈을 주고 샤넬 백을 샀다”고 했다. 줄서서 물건을 사다 주는 리셀러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주부도 많다고 한다.
왜 샤넬일까. MZ세대의 보복 소비, ‘똘똘한 집 한 채’처럼 똘똘한 명품 하나로 몰린다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수요가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샤넬은 언제나 예물백으로, 로망백으로 불황에도 인기가 높았다. 아침마다 샤넬을 사러 백화점에 뛰어들어가는 ‘오픈런’의 일상화는 수요보다 왜곡된 공급이 빚은 기현상으로 보는 것이 맞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야기한 공급망 병목현상의 대표 사례인 셈이다.
원래 유럽에서 팔리는 샤넬 백의 절반 이상은 중국 한국 관광객 몫이었다. 하지만 2020년 2월 이후 여행길이 끊기자 한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 수백 개 매장과 면세점에서 살 수 있던 샤넬 백을 서울과 대구, 부산에 있는 10여 개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루이비통이나 디올은 공식 온라인몰에서 구매가 가능하지만 샤넬 가방류는 오직 매장에서만 살 수 있다.
공급망이 좁아지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리셀러에게도 수십만 수백만 원 웃돈을 주고 사는 판이니 회사가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샤넬은 작년부터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가격은 오르는데 살 수는 없는 애타는 마음은 패닉 바잉으로 이어져 수요 폭증, 공급 부족, 가격 인상으로 돌고 돌게 된다.
반면 ‘샤넬의 자유무역 시대’에는 가격이 내려간 적도 있었다. 2015년 국내 가격은 20% 내리고 유럽 가격은 10% 안팎으로 올렸다. 아시아에서 유독 비싸게 팔던 ‘국가별 가격정책’을 버리고 ‘글로벌 가격 일치화(하모니제이션)’ 전략으로 돌아섰던 것이다. 너무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럽으로 달려가 매장을 초토화시키는 것을 막고, 각자 자국 매장에서 사게끔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팬데믹이 야기한 공급망 문제로 필요한 재화를 얻기 위해 줄서서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은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기 차종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세계 1위 야마하 디지털 피아노도 반도체 부족과 물류 대란으로 수개월 기다려야 겨우 물건을 받는다. 반도체뿐 아니라 철강, 레진, 구리 등 원자재가 모조리 귀해져 기업 구매팀마다 ‘오픈런’처럼 여기저기 줄을 서며 물건을 달라고 외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귀해지고 비싸진 핵심 부품과 원자재 탓에 산업계는 몸살을 앓고 있고, ‘경제 안보’가 각국마다 핵심 의제로 떠오르는 데 속도를 붙여줬다. 샤넬이 반도체처럼 필수품이었다면 미국과 중국 정부는 ‘메이드 인 프랑스’를 포기하고 자기 나라에서도 만들라며 프랑스를 압박했을 것이다. 사치품인 샤넬을 두고 그럴 리는 없으니 백화점 오픈런의 일상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돈도 없지만, 있다 해도 매장에 발도 못 들이는 날이 길어질 것 같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동아일보(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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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참을 만큼 참았다”
여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작가 김영하는 저서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혔다가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요즘엔 이런 이유도 있겠다. “이젠 코로나를 잊고 싶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일단 나가자.”
▷해외여행이 중단된 동안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던 유사(類似) 여행이 있었다. 올해 말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운행 중인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반년간 1만6000명이 이용했다. 타국 땅은 밟지 못해도 면세쇼핑을 할 수 있는 ‘어쨌든 여행’이다. 이들의 면세점 구매액은 228억 원. 1인당 평균 142만 원을 썼다. 면세한도(600달러)를 초과하는 면세품을 사고 당당하게 관세를 낸 탑승객이 전체의 46%다.
▷하도 해외여행을 못 하니 비행기를 타는 것조차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온 게 편의점에서 파는 기내식 도시락이다. 제주항공과 GS25가 만든 도시락 뚜껑에는 항공권 형태의 설명서가 붙어있다. 해외여행 분위기를 내보겠다고 이 도시락을 집에 사와 일렬로 앉아 먹었다는 어느 가족의 얘기는 눈물겨울 정도다. 젊은층을 겨냥해 뉴욕과 프라하의 기내식 감성을 내세운 이마트24 도시락도 있다.
▷최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추진 계획 발표도 여행 욕구에 불을 지폈다. 트래블 버블은 협의 국가끼리 격리 없이 여행하는 것이다. 각 여행사는 백신 접종 고객 대상의 여행상품을 내놓기 시작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1년 넘게 중단했던 인천∼사이판 노선을 다음 달 24일 재개한다. 여행과 소비는 심리다. 백신을 맞으면 어디든 해외로 떠나 쇼핑하고 싶다는 얘기들이 들린다. 백신 접종률 50%를 넘긴 미국에서 여행 수요로 샴페인 드레스 콘돔 매출이 급증하듯 국내에서도 최근 립스틱과 수영복 판매가 호조를 보인다.
▷일상으로의 회복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해외여행이고, 여행의 부수적 즐거움 중 하나가 쇼핑이다. 트래블 버블 시행을 앞두고 국내 면세제도를 이참에 손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내국인 면세 한도가 600달러에 그치고 면세품도 공항 인도장에서만 받아야 한다. 반면 중국은 하이난 특구의 면세쇼핑 한도를 10만 위안(약 1745만 원)으로 높이는 등 파격적인 지원으로 지난해 세계 면세점 시장 1위(중국면세점그룹)로 올라섰다. 그동안 글로벌 명품업계를 키운 게 여행자들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었다. 이 돈의 힘을 무시하면 안 된다. 참고 참았던 여행 욕구는 강력한 소비로 분출될 것이 분명하다.
-김선미 논설위원, 동아일보(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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