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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지연에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이런 항공사 믿고 탈 수 있나] ....

뚝섬 2024. 6. 17. 06:05

[11시간 지연에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이런 항공사 믿고 탈 수 있나] 

[LCC가 바꾼 여행 풍속도] 

 

 

 

11시간 지연에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이런 항공사 믿고 탈 수 있나

 

13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을 통해 인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떠나려던 승객들은 여행의 설렘이 악몽으로 바뀌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낮 12시 5분 출발 예정이었는데 기체 점검 등을 이유로 예정보다 4시간 늦게 탑승했다. 기내에서도 3시간 넘게 머물러야 했다. 다시 항공기에서 내려 기다린 끝에 오후 11시 4분에야 이륙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승객은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쓰러졌고, 탑승객 310명 중 204명이 출국을 포기했다.

▷운항 지연도 문제지만 이유를 알고 보면 더 어이가 없다. 당초 오사카행 비행기는 HL8500편이었는데 실제 출발한 건 HL8501편이었다. 먼저 출발 예정이었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행 항공기가 기체 결함으로 지연되자 오사카행을 대신 투입한 것이다. 일각에선 티웨이 측이 회사 손해를 줄이기 위해 오사카행 승객에게 피해를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에선 항공사 문제로 지연·결항될 경우 환불 외에 최대 600유로 상당의 보상을 해야 하는데, 티웨이 측이 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항공기를 바꿔치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항공사의 거짓 해명 논란도 불거졌다. 티웨이 측은 오후 6시 45분에 정비를 모두 마쳤지만, 승객들이 내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간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곧 이륙할 수 있었는데 승객들 탓에 늦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탑승객들은 기장이 기체에 문제가 있다고 안내 방송을 한 것은 오후 6시 57분이었다고 주장한다. 오후 9시 30분경까지도 사다리차가 항공기 꼬리 부분에 설치돼 있는 등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는 증언도 있다.

 

▷오사카행 승객들이 발을 구르던 시간 태국 방콕에서도 티웨이항공 승객들의 발이 묶여 있었다. 13일 0시 5분(현지 시간) 방콕에서 청주공항으로 출발 예정이던 여객기가 정기 점검을 이유로 20시간이나 출발이 지연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LCC의 중대사고 14건 중 8건이 티웨이에서 발생했다. 국토부의 지난해 ‘항공운송서비스 평가’에서도 티웨이의 이용자 만족도는 국내 항공사 10곳 중 9위에 그쳤다.

▷단거리 노선 중심이던 LCC들은 최근 미국 유럽 등 장거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티웨이의 경우 지난달 자그레브 노선을 취항해 국내 LCC 최초로 유럽 노선 운항을 시작했고, 하반기엔 파리 로마 등 유럽 4개 노선 취항을 앞두고 있다. 여객 운송에서 LCC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사고를 예방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정직하게 설명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승객들이 LCC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 동아일보(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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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가 바꾼 여행 풍속도 

 

비용 줄고 노선 늘어… 국제선 승객 점유율 어느새 40%

 

직장인 이모(35)씨는 지난달 일본 오사카 미식 기행을 담은 TV 방송 프로그램을 보다가 인터넷에서 오사카 항공권을 찾아봤다. 때마침 며칠 뒤 출발하는 국내 한 저비용항공사(LCC)의 11만2500원짜리 특가 항공권이 검색됐다. 아침 첫 비행기로 출발해 저녁 마지막 비행기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하루 연차만 내면 된다고 판단한 이씨는 표를 끊었다. 그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회전 초밥도 먹고 쇼핑도 했다”며 “몸은 좀 피곤해도 서울~부산 KTX 왕복 비용 정도로 일본을 다녀온 셈”이라고 말했다.

2008년 첫 국제선 서비스를 선보였던 LCC가 여행 산업을 바꿔놓고 있다. 해외여행의 문턱은 낮췄고, 여행 일수는 짧게, 횟수는 늘렸다. 취항지와 항공편이 계속 늘어나면서 해외여행지도 다양화하고 있다.
 

올해 1~7월 국제선 승객 수

 

◇대중화된 해외여행

2013
년 전 국민 중 12.9%에 불과했던 해외여행 경험자 비율은 2016년 17.3%까지 올라갔다. 전체 국민 6명 중 1명은 해외여행을 해봤다는 뜻이다. 항공업계에선 그동안 무섭게 성장한 LCC가 해외여행객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우선 항공권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한 번 갈 때 드는 비용은 2011년 230만원에서 작년엔 25% 감소한 173만원으로 떨어졌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LCC로 인해 항공권 가격이 떨어진 것이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9일 항공권 검색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에서 10월 27~29일 인천~홍콩 왕복 항공권을 검색하면, 대한항공은 46만1600원이지만 같은 계열의 LCC인 진에어는 45% 싼 25만5000원이다.

◇해외여행 짧게, 자주 간다

해외여행의 양상도 바뀌었다. 해외여행 경험자의 연간 해외여행 횟수는 2014년 1.24회에서 2016년 1.36회로 늘었지만, 1회 평균 여행 일수는 8.29일에서 6.86일로 오히려 줄었다. 최근 당일치기 해외여행은 일본 오사카와 후쿠오카 등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 기반 LCC인 에어부산을 타고 부산~후쿠오카를 당일치기하는 승객은 2014년 1826명에서 2016년 8607명으로 급증했다.

LCC가 이용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사실상 연중 할인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즉흥 여행’을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미리 일정을 정하고 항공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싼 항공권을 구하면 일정을 항공권에 맞추는 식이다. 제주항공이 지난 8월 탑승객 5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0.2%는 ‘항공사나 여행사의 할인 프로모션이 있거나 떠나고 싶을 때 계획 없이 항공권을 구입한다’고 대답했다. 지난 2월(29.2%)보다 비율이 대폭 늘었다. LCC는 자사의 스마트폰용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특가 항공권을 판매하는데, 이런 정보를 모아서 알려주는 전용 앱도 등장했다.

◇하와이, 호주 케언스도 LCC로

여행객이 선택할 수 있는 노선 종류도 대폭 늘었다. 2010년만 해도 국내 LCC는 7개 국가 31개 도시에 1512편의 항공편을 띄웠다. 지난해엔 12개 국가 75개 도시에 1만7506편의 항공편을 띄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점 노선이었던 , 사이판, 삿포로, 오키나와 등은 예전엔 운임이 비싸 상대적으로 여행 수요가 적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LCC가 취항하면서 한국인이 자주 찾는 여행지가 됐다. 괌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이 2012년 18만2600명에서 2016년엔 54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진에어가 중형 항공기를 이용해 9시간 30분이 걸리는 하와이와 9시간이 걸리는 호주 케언스까지 취항지를 넓히면서 “LCC는 비행시간 6시간 이내만 운항할 수 있다”는 벽도 사실상 깨졌다. 해외 소도시로도 노선이 넓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LCC는 인천공항 대신 지방 공항을 오가는 노선을 늘리고 있다. 지역 주민 입장에선 인천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돼 해외여행 가기가 더 쉽고, LCC 입장에선 지방의 잠재 수요를 끌어낼 수 있다.

해외 소도시는 한국 LCC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에어서울이 정기 노선을 개설한 일본 다카마쓰는 한국 관광객에게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무료 리무진 버스와, 인근 섬으로 가는 왕복 페리 승선권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조만간 일본 마쓰야마에 취항하겠다고 하자, 에히메현 지사와 마쓰야마 시장 등은 공항시설 사용료와 항공기 이·착륙 비용, 현지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하겠다며 한국의 제주항공을 찾아오기도 했다.
 

 

-곽래건 기자, 조선일보(17-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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