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여수] 거문도 삼치회 [거제] 외포 대구탕

뚝섬 2022. 1. 1. 23:49

[김준의 맛과 섬]

 

거문도 삼치회

 

거문도 삼치회/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이곳 삼치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등대 앞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봐도 슬프다. 바다의 가치와 섬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한 탓에, 영국군이 머물고, 일본인이 들어와 마을을 이루며 거문도 어장을 휩쓸었다. 나로도와 거문도 사이에 있는 바다는 조선 시대에도 왜구들이 탐했던 황금 어장이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곳 바다에서는 은빛 향연이 펼쳐졌다. 주인공은 삼치다.

 

삼치는 따뜻한 바다를 좋아한다. 겨울철이면 수심이 깊은 남쪽 바다로 내려와 생활하다 봄철 수온이 올라가면 연안으로 올라와 알을 낳는다. 몸을 만들어 겨울을 나는 곳이 거문도 일대 바다다. 물낯에서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로 유영을 하면서, 갈치·전갱이·멸치 등을 잡아먹는다. 그러다 보니 반짝이는 것들은 쫓아와 덥석 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빠르게 달리는 배에 장대를 걸고 줄을 매단 후 미끼 대신에 은색 비닐을 매달아 던지고 달리면서 유혹해서 잡는다. 이를 ‘끌낚시’, 어민들은 ‘끌발이’라 한다. 줄에 낚시를 매달아 끌어서 물고기를 잡는 어법(예승·曳繩)으로 다랑어⋅삼치 등이 대상이다.

 

삼치잡이 끌낚시

 

일제강점기에 본격적으로 잡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삼치 철이면 거문도 일대에서는 배들이 모여들었다. 삼치를 특히 좋아했던 일본인 식문화도 한몫을 했다. 거문도에는 삼치 파시가 형성되었다. 삼치 한 마리가 쌀 한 가마니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값도 좋았다. 조선 시대에는 삼치를 ‘망어’라 했던 탓에 선비들 앞길을 막는 물고기라 여겨 양반가에서 멀리했다. 삼치는 살이 물러 쉽게 상하는 탓에 염장이나 빙장을 하지 않으면 내륙으로 운반이 어려웠던 탓도 있다. 지금도 끌낚시로 잡은 삼치는 곧바로 얼음에 묻어 보관한다. 그물로 잡는 것보다 싱싱하고 상처와 스트레스도 없어 횟감으로 으뜸이다.

 

거문도 등대

 

여수나 고흥에서는 겨울철이면 삼치를 회로 즐긴다. 삼치회는 김에 싸서 양념장을 얹어 먹는다. 이때 묵은 김치를 올리기도 하고 갓김치를 더하기도 한다. 양념장도 지역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르다. 김 대신에 봄동으로 싸먹기도 한다.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조선일보(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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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포 대구탕

 

거제 외포 대구탕.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1930년대 서울 종로통 골목에서 20원을 내면 대구탕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었다. 당시 사랑받았던 설렁탕, 장국밥, 냉면도 같은 가격이었다. 1948년 8월, 이승만이 기거하던 이화장 입구에 조각 발표를 듣기 위해 모인 기자들에게 제공된 식사도 대구탕과 냉면이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전에는 대구탕 한 그릇이 250원에서 300원이었다. 1970년대 최고의 대구로 소문난 포항산 대구 상품은 1600원에서 2000원에 거래되었다.

 

지금 최고의 대구 산지는 어디일까. 필자는 진해만 대구를 최고로 꼽는다. 진해만에서 가장 많은 대구가 겨울을 난다. 좋은 유전자가 유지되려면 이렇게 개체가 많이 모여야 한다. 이를 개체군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는 대구를 잡는 어법이다. 다른 지역에선 자망이나 그물에 걸어 잡지만 거제에서는 자루그물에 산 채로 가두어 잡는다. 이 어구가 ‘호망’이라 불리는 함정어구다. 대구 자원 증식을 위해 채란할 때도 호망으로 살아 있는 개체를 포획한다. 그리고 거제 외포와 관포에서는 새벽에 오롯이 대구만 경매를 하기도 한다. 또 어민들은 금어기를 엄격하게 잘 지키며, 잘 자란 대구를 적기에 적정한 방법으로 잡는 것이다. ‘슬로 피시(slow fish·지속 가능한 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 개념에서 강조되는 ‘좋고, 맛있고, 공정한’ 음식에 딱 어울린다.

 

거제 외포의 대구 경매. 

 

가장 기억에 남는 것도 거제 외포에서 새벽에 먹었던 대구탕이다. 외포는 거제 동쪽에 있는 어촌 마을이다. 대구잡이 어민들은 어둠을 가르고 나가 동이 트기 전에 호망을 털어 항구로 돌아온다. 경매가 끝나면 대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만 아니라 일부러 찾아와 대구탕 한 그릇 하고 마른 대구와 생대구를 사는 사람도 많다.

 

부산으로 이어지는 거가대교가 완공되어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우연히 들렀다가 단골이 된 대구탕 집은 무나 채소를 넣지 않는다. 오직 대구만 넣고 끓여낸다. ‘대구탕에 대구만 들어가야지, 다른 것이 들어가면 제맛을 잃는다’는 것이 안주인의 고집이다. 오롯이 손맛과 대구만으로 맛을 낸 탕이다. 거제 바닷가 동백꽃이 붉게 꽃필 때, 대구탕 국물은 한층 깊어지고 시원해진다.

 

경매에 나온 거제 외포 대구.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조선일보(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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