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울릉도] 돌김 [군산] 박대구이

뚝섬 2022. 2. 23. 06:38

[울릉도] 돌김 

 

[김준의 맛과 섬] 

 

긴잎돌김 구이/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 양식되는 김 품종은 김밥용 김으로 이용하는 방사무늬김과 곱창김으로 알려진 잇바디돌김이 많고, 모무늬돌김과 슈퍼김도 있다. 이러한 양식 김에 대응해 갯바위에서 채취한 자연산 김을 돌김이라고 한다. 울릉도와 독도에만 서식하는 돌김으로 ‘긴잎돌김’이 있다.

 

 

왼쪽 위아래는 울릉돌김, 가운데 위아래는 곱창김, 오른쪽 위아래는 방사무늬김이다. 

 

가공한 김밥용 김, 곱창김, 울릉도 돌김을 비교해보자. 공장에서 가공한 곱창김보다 김밥용이 더 조밀하다. 식감이 김밥용 김은 부드럽고 곱창김은 거칠다. 대신에 고소한 풍미는 곱창김이 강하다. 긴잎돌김은 곱창김보다 더 거칠지만 오래 씹을수록 은근한 풍미가 전해진다.

 

 

긴잎돌김 떡국

 

최근에는 돌김을 재래식 김을 상징하는 상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재래식 김은 수심이 낮은 갯벌 지역에 기둥을 세워 김발을 부착해 양식하는 지주식 김을 말한다. 이와 달리 수심이 깊은 곳에서 부표를 띄워 김발을 부착해 양식하는 것을 부류식 김이라 한다. 지주식은 조차가 큰 신안과 서천, 고창, 옹진 지역에서 발달했다. 부류식은 해남, 진도, 군산, 부산 지역에서 많이 한다.

 

 

 

울릉도 돌김뜨기/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울릉도·독도의 2월 수산물로 ‘긴잎돌김’을 선정했다. 이 돌김은 12월부터 2월까지 갯바위에 붙어 자라다가 3월 말 무렵에 엽체가 녹아 사라진다. 울릉도 주민들은 겨울에 맨손이나 ‘깔개’라는 간단한 도구로 김을 채취한다. 채취한 김은 바닷물에 여러 번 씻어 돌가루나 이물질을 골라내고 말린다. 이렇게 가공한 돌김은 무침, 부각, 구이, 죽, 부침개, 김국, 떡국 등 다양하게 조리해 밥상에 올렸다. 지금도 울릉도 천부, 죽암, 현포, 평리 등 몇 마을 20여 가구 어머니들이 채취해 가공한 후 판매하고 있다. 

 

울릉도 돌김채취

 

파도가 거세면 채취할 수 없고 날씨가 좋지 않으면 건조시킬 수 없다. 나이가 많은 주민들이 미끄러운 바위에 기대어 뜯어야 하기에 많은 양을 뜯을 수 없다. 그 맛을 아는 출향 인사나 맛을 본 사람들이 간간이 주문을 하기에 번거롭지만 채취해 가공하고 있다. 국제슬로푸드협회는 울릉도 긴잎돌김을 ‘맛의 방주’로 지정해 보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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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박대구이

 

[김준의 맛과 ] 

 

박대구이 정식/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이거 서대 아닌가요?” 째보선창을 따라 걷던 여행객이 건조대에 널린 생선을 보고 하는 말이다. 외모로는 영락없이 서대다. “아니요. 박대요, 박대.” 생선 껍질을 널던 상인이 알려준다. 서대는 알아도 박대는 생소하다. 심지어 박대를 서대라고 아는 사람도 많다. 박대는 참서대, 흑서대, 개서대 등과 참서댓과에 속하니 사촌쯤 된다.

 

군산 사람들은 박대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 심지어 ‘참박대’라고 하고, 최근에는 ‘황금박대’라고도 부른다. 회 무침으로 즐기는 서대와 달리 박대는 주로 구이를 한다. 서천 홍원항에서 만난 상인은 서대는 붉은색에 가장자리에 검은색이 있다고 했고, 군산에서 만난 건어물 가게 주인은 박대는 말리면 황금빛을 띤다고 했다. 

 

박대 건조

 

‘자산어보’에서는 서대를 ‘우설접’, 박대는 ‘박접’으로 구분했다. 또 박대를 ‘종잇장처럼 얇고 줄줄이 엮어서 말린다’고 했다. ‘접’은 넙치, 가자미, 도다리, 서대, 박대처럼 몸통이 넓적하고 눈이 한쪽으로 치우친 어류를 말한다. 어릴 때는 다른 어류처럼 눈이 좌우 대칭이지만 자라면서 ‘비목어’로 바뀐다. 박대는 다 자라면 참서댓과 중에서 가장 크다. 갯벌에 서식하며 작은 새우나 게를 먹는다. 갯벌이 발달한 금강이나 한강 하구에서 많이 잡히는 이유다.

 

군산이나 서천에서는 ‘안강망’이라는 어구를 이용해 박대를 잡는다. 큰 닻을 이용해 자루 그물을 고정하고, 조류를 이용해 그물 안으로 들어온 물고기를 잡는 어법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12월부터 봄이 오기 직전인 2월까지 맛이 가장 좋다. 

 

박대 구이

 

군산에서는 박대 껍질을 벗겨 말렸다가 구이, 조림, 찜 등으로 쓴다. 배고픈 시절에는 껍질도 끓여서 묵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지금도 군산이나 서천 재래시장에서는 겨울철에 간간이 박대 묵을 팔기도 한다. 박대가 인천이나 서천에서도 잡히지만 군산 박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가공 공장이 발달한 덕분이다. 서해에서 잡히는 박대는 군산에서 가공을 거쳐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간고등어’가 안동에서 특산물이 된 것과 같다. 덕분에 군산 특산물점이나 수산 시장에서는 박대가 인기다.

 

-김준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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