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진도] [굴포복탕] [뜸북국]

뚝섬 2022. 3. 20. 05:29

굴포복탕

 

“따님이세요?” 주방에 계셔야 할 노인은 보이질 않았고, 대신 젊은 여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단골집은 손맛으로만 찾는 것은 아니다. 더 중한 것이 ‘사람 맛’이다. 주인을 만나는 맛이 좋아 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런 경우 손맛은 말할 필요가 없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분에게 ‘사람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를 찾는 마음과 손맛이 함께 우러나야 ‘미식’에 이르는 것이다.

 

굴포 복탕

 

진도 굴포에 있는 복탕집도 그런 느낌이다. 진도 토박이 안내로 처음 찾았을 때, ‘복탕이 왜 이래’라고 생각했다. 맑고 시원한 국물을 생각했는데, 사골이나 곰국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어죽이라 한다. 국물이 진하고 슴슴하다. 한 그릇 비우고 나오면서 주방을 살피니, 가마솥에 복을 가득 넣고 끓이는 중이었다. 한 그릇씩 끓이는 것이 아니다. 사골처럼 끓여낸다. 그래서 먹고 나면 몸을 보했다는 생각이 든다. 메뉴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오직 복탕뿐이다. 주방을 지키는 젊은 여성은 딸이다. 어머니는 점심시간이 지나서 잠깐 누워 계셨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 찾는 사람이 간간이 들어온다. 주민들만 아니라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여행객도 많다.

 

이곳 복탕도 좋지만 반찬은 더 좋다. 나물로 시금치·콩나물·무나물, 김치로 배추김치·무김치·봄동이 나온다. 여기에 시래기볶음, 버섯볶음, 새우볶음과 곰삭은 멸치젓이 더해진다. 가짓수를 채우기 위해 내놓는 찬이 아니다. 진도는 섬답지 않게 논도 많고, 겨울에도 대파와 배추가 밭에서 월동을 한다. 김과 톳, 멸치와 전복 등 바다는 얼마나 풍요로운가. 여기에 정성과 손맛이 더해져 맛을 낸다. 많은 식객이 궁벽한 남쪽 어촌까지 찾아오는 이유다. 딸이 주방을 맡으면서 어머니의 투박함에 깔끔함도 더해진 느낌이다. 식당만 아니라 담배, 설탕, 식용유, 음료수, 빵, 과자, 커피 등 담배가게와 슈퍼를 겸하고 있다. 대구에서 온 어떤 가족이 밥을 먹고 나오면서 홍주에 눈길을 주더니 선물하겠다고 몇 병을 집었다.

 

굴포 포구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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뜸북국 

 

진도 뜸북국. 

 

생소한 음식 이름이다. 처음에는 꿩이나 오골계처럼 뜸북새를 넣어 끓이는 탕을 상상했다. 진도읍에 있는 뜸북국<사진> 전문 식당에는 실제로 뜸북새 사진이 벽에 붙어 있다. 많은 사람이 같은 상상을 하는 모양이다. 진도에는 잔치에 ‘아무리 음식을 걸게 장만해도 이것이 없으면 짜잔하다’고 흉을 보았다. 그 주인공은 홍어가 아니라 뜸북국이다. 잔치 음식에 뜸북국이 없으면 형편없다는 평을 들었다. 소나 돼지를 잡아 고기를 쓴 후 남은 뼈와 뜸부기를 듬뿍 넣고 국을 끓였다. 마치 돼지 뼈로 국물을 내고 모자반을 넣어 끓인 제주 음식 ‘몸국’과 비슷하다.

 

뜸부기는 모자반목 뜸부깃과에 속하는 갈조류다. 조간대 중간쯤 갯바위에 붙어 서식하는 해조류로 진도, 신안, 여수, 남해, 통영, 거제등 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1990년대까지는 진도군 섬과 연안에는 갯바위가 보이지 않을 만큼 풍성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안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바다 오염으로 사람 사는 곳에서는 사라졌다. 관매도, 맹골군도 등 조도면 절해고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몸이 되었다. 생산량도 적어서 지난해에는 1㎏에 15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쌌다.

 

조도면의 한 섬에서 자라는 뜸부기.

 

‘자산어보'에는 뜸부기를 돌에 붙어 자란다 해서 ‘석기생(石寄生)’, 속명은 ‘둠북’이라 했다. ‘맛은 담백해서 국을 끓일 수 있다’고 했다. 봄철이 제철이지만 말려서 일 년 내내 이용한다. 전문 식당에서는 미리 조도나 관매도 등 뜸부기가 서식하는 섬 주민들에게 미리 선불을 주고 구입한다. 국을 끓일 때는 마른 뜸부기를 불려 살짝 데친 후 사골을 붓고 갈비를 넣어 푹 끓인다. 봄철에는 막 뜯은 뜸부기를 들깨 가루를 넣고 볶거나 전을 부치기도 한다. 진도읍에는 한우 갈비를 넣고 ‘소갈비뜸북국’을 끓여 내는 식당이 있다. 맛은 자연산 돌미역국과 흡사한 맛이지만 국물이 더 진하다. 국립공원공단은 2014년부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서식처를 중심으로 뜸부기 자원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복원 기술이 개발과 민관 협력으로 자원 복원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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