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쓰나미·방사능 유출 악몽 되살린 日 노토반도 지진]
[‘90초’ 룰]
대형 쓰나미·방사능 유출 악몽 되살린 日 노토반도 지진
바다 건너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이 한국에 영향을 미칠 대표적인 위험 요소는 두 가지다. 먼저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겨 방사능이 유출되면 한반도에 직간접적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지진해일(쓰나미)도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일본 서부에서 일어난 지진해일은 동해를 거쳐 바로 한반도를 덮칠 수 있다. 1일 일본 노토(能登)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은 이런 악몽들을 동시에 떠올리게 했다.
▷일본 본토인 혼슈섬 중서부에 위치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일대는 유라시아판과 오호츠크판의 경계 지점에 있어서 평소에도 지진이 잦다. 최근 3년간 진도 1 이상의 지진이 500차례 넘게 일어났을 정도다. 하지만 진도 6이 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례적인 강진으로 7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로는 갈라지고 산사태까지 이어지면서 구조와 복구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깊은 지하에서 고온의 유체가 상승하면서 지진이 커졌을 것이라는 등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토반도는 강릉에서 직선거리로 약 730km 떨어져 있다. 그 사이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있을 뿐 망망대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일본 본토가 쓰나미의 방파제 역할을 해서 한국으로 밀려오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쓰나미가 발생한 지 약 2시간 만에 동해안에 도착했고 묵호에서 가장 높은 85cm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동해안에는 1983년 일본 아키타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최고 2m의 높이로 밀려와 3명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다. 당시의 참상을 기억하는 동해안 주민들은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노토반도 인근에는 일본 최대 원전인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과 시카 원전 등이 밀집해 있다. 내진 설계가 충실하게 돼 있더라도 단전 등으로 인해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원자로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춘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은 대부분 해류를 타고 태평양으로 이동하는데도 한국에선 걱정하는 이들이 적잖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마주 보고 있는 일본 서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훨씬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는 원전의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인근 지역에 내려졌던 쓰나미 경보도 해제됐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기상청은 1주일 안에 진도 7 수준의 지진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언제, 얼마나 강력한 지진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만큼 바짝 긴장하면서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설마’ 하고 방심하다가 뒤늦게 가슴을 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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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 룰
얼마 전 국군대전병원장이 된 이국종 교수는 중증 외상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해적 총에 맞은 석해균 선장, 2017년 판문점 JSA 귀순 당시 다섯 곳에 총상을 입은 오청성씨를 살려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그가 15년 동안 수술실에서 쓴 메모를 바탕으로 2018년 펴낸 책이 ‘골든아워’다. 중증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사고 후 금쪽같은 ‘1시간’을 뜻한다. 한국과 일본에선 ‘골든 타임’이란 국적 불명의 용어가 많이 쓰인다.
▶골든아워 사수를 위해 도입된 것이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 헬기다. 그저께 부산에서 흉기 테러를 당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할 때도 등장했다. 육상엔 닥터 카가 있다. 2022년 핼러윈 참사 당시 한 국회의원이 사고 현장으로 향하던 닥터 카를 집 근처로 불러 배우자와 함께 탑승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어떤 사고에도 골든아워가 있다. 해난 사고는 통상 1시간이다. 유독 짧은 것이 항공기 사고다. ‘90초 룰’이다. 추락·충돌로 불길에 휩싸인 비행기가 견딜 수 있는 시간으로 그 안에 대피를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1960년대 미 연방항공청이 실험을 통해 정립한 규칙이다. 일정 규모의 항공기는 90초 안에 전체 출입문의 절반만 사용 가능한 상황에서 승객 전원이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비행기 연료 탱크의 위치와 구조, 실내 조명, 좌석 배치가 그냥 정해지는 게 아니다. 작년에 한 사람이 공중에서 여객기 비상문을 여는 아찔한 사고가 났다. “너무 쉽게 열린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 역시 90초 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다 사고가 날 경우 ‘반말·고함 지시’를 듣게 된다. 비상 상황 시 승무원들은 “머리 숙여! 자세 낮춰!”를 목청껏 반복적으로 외치도록 훈련받는다. 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과 항공사별 객실 운영 교범에 따른 것이다. 존댓말에 익숙한 한국인에겐 생소하겠지만 그걸 따질 상황은 아니다. 2016년 한 방송사에서 실험해보니 존댓말 안내 땐 탈출에 104초가 걸렸지만, 반말 지시 땐 71초가 걸렸다.
▶지난 2일 도쿄 하네다공항 활주로에서 JAL 여객기가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와 충돌해 큰 화재가 발생했다. 여객기가 화염에 휩싸여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됐지만 승객과 승무원 379명 전원이 무사했다. 승무원들이 90초 룰에 따라 신속히 대피시켰다고 한다. 기내 자신의 짐을 포기하고 통제에 따른 승객들도 귀감이 됐다. 한국이라도 그랬을 것이란 견해와 아닐 것이란 의견이 엇갈렸다.
-이용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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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염 속 日 여객기 탑승객 전원 살려낸 ‘90초 룰’. 기적을 현실로 만든 安全 선진국 국민들의 저력.
-팔면봉, 조선일보(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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