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우주전쟁 수준의 美 민관 합작 반도체 작전]
[‘6년 안에 삼성 잡는다’… ‘원조 반도체 제국’ 인텔의 선전포고]
[인텔 “1.8나노 연말양산” 삼성-TSMC에 선전포고]
[미·일 “24시간 365일 공사” 반도체 재건, 우리는 할 수 있나]
60년대 우주전쟁 수준의 美 민관 합작 반도체 작전
[특파원칼럼]
美 정부-AI 빅테크에 ASML도 가세한 인텔 진영
2019 삼성-정부의 ‘파운드리 1위 선언’ 잊혀지나
22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텔의 첫 파운드리 행사장. 노련한 40년 ‘반도체맨’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흥분된 목소리로 “2030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에 오르겠다”고 외쳤다. 세계 2위 삼성전자를 제치고 TSMC를 쫓겠다는 선언에, 장내에선 엄청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파운드리 시장의 ‘초짜’이자 시장점유율 1%인 인텔이 또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카드를 꺼내나 싶었다. 하지만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화상으로 깜짝 등장하자 선언의 무게는 확 달라졌다. 세계 인공지능(AI) 간판 기업이 된 MS가 인텔의 1.8나노 칩을 주문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 AI 생태계가 인텔을 지원하겠다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를 “1960년대 우주전쟁에 버금가는 민관의 전략적 협력”이라고 평했다.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할 당시부터 미 정부의 반도체 전략 핵심에 있던 기업이지만 파운드리 성공 여부에 대해선 시장의 의구심이 컸다. 나노공정 기술력이 단순히 돈을 쏟아부어 공장을 짓는다고 하루아침에 달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이어 이제는 인텔의 첫 1.8나노 양산 칩을 사주겠다는 MS의 등장. 게다가 최첨단 노광장비를 인텔에 먼저 팔겠다며 네덜란드 ASML도 인텔의 아군으로 나섰다. 대격변은 시장이 먼저 감지하고 있다. AI 칩 수요 폭발이라는 시장 패러다임이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폭발한 AI 열풍은 반도체 시장을 뒤바꾸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임기 초 웨이퍼를 들고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외칠 때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변화다. 최근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0% 가까이 급등한 AI 칩 설계 기업 엔비디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 칩 시장은 1400억 달러(약 186조 원)까지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파운드리 분야에선 후자지만 미 정부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친구들을 보유한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이다. AI 칩 수요 폭발에 상당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미국 중심의 ‘AI 원팀’이 꾸려진다면 인텔의 ‘근자감’에 충분한 근거를 마련해줄 수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실제로 증명된다면 파운드리 세계 2위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의 추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국보다 앞선 2019년에 이미 민관이 ‘2030년 TSMC를 제치고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제패’를 다짐했던 전례가 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이룰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5년 동안 정부의 전폭적 반도체 지원은 무엇이 있었나. 지원은커녕 착공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규제에, 연구개발 분야 주 52시간 근무를 두고도 논란만 되풀이했다.
그사이 5년 전보다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더 커졌다. 2030년 1위 선언 당시 양사의 격차는 약 30%포인트였지만 최근에는 4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제는 삼성이 세계 1등을 하겠다고 공언한 2030년에, 후발 주자 인텔이 삼성을 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AI발 패러다임 전환은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지금의 지위조차 잃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젠 정말 낭비할 시간이 없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동아일보(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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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안에 삼성 잡는다’… ‘원조 반도체 제국’ 인텔의 선전포고
2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의 첫 파운드리 행사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대담하고 있다. 두 CEO는 “AI 시대에는 더 많은 첨단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너제이=AP 뉴시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2030년까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겠다고 그제 공식 선언했다. 당장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올해 말까지 1.8나노(nm) 칩 양산에 나서겠다고 했다. 공언대로라면 내년에 2나노 양산을 계획하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보다 빠른 속도다. 1.4나노 초미세 공정도 삼성·TSMC와 마찬가지로 2027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제 인텔이 개최한 첫 파운드리 행사는 미국이 아시아에 빼앗긴 반도체 제조 주도권을 찾아오겠다는 선전포고의 장이었다. 아시아에 80%를 의존하는 세계 반도체 생산의 절반을 서구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제2의 반도체법을 예고했고 MS, 오픈AI 등 미 인공지능(AI) 대표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총출동해 인텔을 지원 사격했다. “반도체는 미래의 석유” “인텔은 미국의 챔피언” “미국 공급망의 재건” 등의 발언도 나왔다.
2021년 3월 파운드리 산업에 재도전한 후발주자 인텔이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인텔은 과거 7나노 공정에서도 애를 먹어 왔고, 현재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반도체 제국’으로 불리던 인텔의 저력에 더해 ‘아메리카 원팀’으로 똘똘 뭉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까지 고려하면 마냥 무시할 순 없다.
인텔의 참전으로 한국 반도체는 비상이 걸렸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회복이 아직 더딘데 자칫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인텔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정부를 업은 인텔과 달리 삼성전자 앞엔 가시밭길뿐이다. 인텔은 미 정부로부터 13조 원대 보조금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투자에 대한 보조금 규모 등이 불투명한 상태다. 국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경쟁국 대비 높은 법인세율·최저한세 등으로 효과가 미미하다.
반도체 시장은 급성장이 예상되는 AI 반도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오픈AI를 필두로 투자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다양한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 위기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살길은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정부도 파격적 지원과 정교한 외교·산업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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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1.8나노 연말양산” 삼성-TSMC에 선전포고
[美, 반도체 패권 전면전]
美 ‘AI시대 반도체 패권’ 선언
인텔 “주도권, 아시아서 가져와야”
상무장관-MS “강력한 공급망 지원”… 개발-설계-제조까지 생태계 조성
21일(현지 시간)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의 첫 파운드리(위탁생산) 행사에서 “2027년까지 1.4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하겠다”며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미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전 세계를 향해 전면적인 ‘반도체 전쟁(칩워·Chip War)’을 선언했다. 새너제이=게티이미지
“2030년 세계 2위 파운드리가 되겠다.”
인텔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올해 말 1.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에 나선다고 21일(현지 시간) 선언했다. 2027년 1.4나노 공정까지 성공해 삼성전자를 넘어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나노 단위의 반도체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는 빨라져 성능이 우수하다. 인텔이 연말 1.8나노 칩 양산에 성공한다면 2025년 2나노 칩을 양산하려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계획을 앞서게 된다.
인텔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첫 파운드리(위탁생산) 행사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2024’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파운드리 후발주자 인텔의 야심 찬 계획은 그간 업계의 의구심을 사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 인공지능(AI) 선두 기업인 MS가 인텔의 1.8나노 칩을 주문한 고객사로 깜짝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는 반도체 패권을 가져오기 위해 전면적인 ‘칩워(Chip War·반도체 전쟁)’를 개시하겠다는 미국의 선전포고였다. 기업과 정부가 똘똘 뭉쳐 AI 칩 개발과 설계는 물론이고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 빼앗긴 ‘첨단 반도체 제조 생산’ 주도권까지 가져와 미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50년 동안 세계 정치는 석유가 어디서 나는지에 좌우됐다. 이제는 반도체가 주인공”이라며 “아시아가 80%를 차지한 제조 비중을 서방 세계로 50%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우리 모두는 미국에서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인텔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화상 연설을 통해 “인텔은 미 반도체 산업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우며 “미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려면 제2의 반도체법이든, 다른 방식이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기술의 대도약을 이뤄낸다면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와 미국의 공세 사이에 낀 한국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졌다”며 “기업은 첨단기술로 기회를 잡고, 정부는 인재 확보와 재정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홍석호 기자, 동아일보(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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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24시간 365일 공사” 반도체 재건, 우리는 할 수 있나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소재 대만 TSMC 신(新)공장 전경.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일본 소니·덴소의 합작 법인 ‘JASM’이 이틀 뒤 개소식을 갖고 이 공장 운영을 시작한다./교도/로이터 연합뉴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지은 반도체 공장이 오는 24일 준공한다. 당초 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365일 24시간 공사로 2년 만에 완공했다. 2021년 10월 투자 계획을 발표한 시점부터 따져도 2년 4개월밖에 안 걸렸다. 미국 인텔도 올해 말부터 1.8나노미터급 주문형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도 안 돼 양산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다. 과거 반도체 주도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이 한국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놀라운 속도전으로 반도체 부활에 나섰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은 3년 전만 해도 양배추 밭이었다. 일본 정부는 50년 이상 묶었던 규제를 풀고, 인허가 절차를 대폭 줄였다. 지자체는 용수나 도로 정비에 발 벗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투자액의 40%인 4조2000억원을 조건 없이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TSMC는 2027년까지 일본에 제2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3공장 건설 얘기까지 나온다.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용수와 전력이 풍부하고 일하는 문화도 좋아 일본은 (반도체 생산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했다.
일본은 1980년대에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이 50%에 달했는데 미국의 견제에 밀리고 속도전을 펼치는 한국과 대만에 경쟁력을 잃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크고 작은 대만 반도체 회사 최소 9곳이 일본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사업을 확장했다. 더 많은 대만 기업이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부문에서 세계적 선도 업체를 갖추고 있다. 반도체 제조 인프라 완성도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밤새워 일하며 경쟁자를 속도로 압도하는 일은 과거 한국의 주특기였다. 그러나 구마모토 공장 같은 ‘24시간 365일 공사’는 이제 한국에서 불가능하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는 데다 자칫 사망 사고라도 나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경영진이 감옥에 가는 나라가 됐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2월 터를 잡았지만 아직도 제대로 삽을 뜨지 못했다. 지역 민원, 용수 공급 인허가 등에 발목 잡혀 다섯 차례 이상 착공이 연기됐다. 이런 나라의 미래가 무엇일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개혁이 저항에 묶이고 있다.
-조선일보(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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