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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트럼프가 반도체 패권까지 쥘 때] [TSMC는 1위로.. ]

뚝섬 2024. 2. 28. 09:40

[돌아온 트럼프가 반도체 패권까지 쥘 때] 

[삼성 사법리스크 7년… TSMC는 1위로, 인텔도 대약진]

 

 

 

돌아온 트럼프가 반도체 패권까지 쥘 때

 

미국 반도체 독립, 아시아 안보지형 바꿀 수도
“반도체가 좌우하는 세계 정치” 대비해야

 

미국 반도체 회사 인텔이 ‘2030년 삼성을 제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위로 올라서겠다’고 큰소리를 치는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맛있는 밥을 지으려면 좋은 밥솥이 필요하듯이 첨단 2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려면 네덜란드 ASML이 만든 차세대 ‘하이 뉴메리컬애퍼처(High NA)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 장비가 연간 20대밖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ASML을 직접 방문하며 차세대 EUV 확보에 공을 들였건만 ASML은 미국을 선택했다. 업계 최초로 이 장비를 수중에 넣은 인텔은 연내에 1.8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하고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처럼 2027년 1.4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며 ‘칩워(Chip War·반도체 전쟁)’ 선전포고를 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아시아가 80%를 차지한 제조 비중을 서방 세계로 50% 가져와야 한다”며 “50년 동안 세계 정치는 석유가 어디서 나는지에 좌우됐다. 이제는 반도체가 주인공”이라며 강조한 건 반도체가 산업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전쟁을 TSMC 삼성 인텔 등 기업 간 대결로 보고 반도체 지원을 “대기업 퍼주기”로 보는 미시적 시각으로는 미국이 법까지 만들어 반도체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퍼주고, 일본이 TSMC 공장 2곳에 10조 원을 지원하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 제대로 된 보건 마스크조차 만들 공장이 없어 100여 년 전 스페인독감 때처럼 스카프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수모를 겪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이 교란되자 신차 출고가 늦어지고 중고차 가격이 급등하는 걸 목격하며 세계 최강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어딘지를 절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세기 편자’라는 반도체 산업 재건을 선언한 이면엔 제조업 붕괴에 대한 미국인들의 트라우마와 이를 극복하려는 강렬한 열망이 깔려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덕분에 2018년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2019년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자 “우리가 왜 아무 보상도 없이 다른 나라들을 위해 해상 운송로를 보호해야 하는가”라며 “미국이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됐기 때문에 그곳에 있을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중동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독립’을 선언하고 ‘신고립주의’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반도체 패권까지 쥔다면 더 거리낌 없이 미국 ‘우선주의’ 행보를 보일 수 있다.

대만에서는 반도체를 ‘실리콘 방패’로 부르고 세계 경제가 대만 반도체에 의존하는 한 중국의 무력 침공과 같은 양안 갈등을 미국 등 서방 세계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미국도 대만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는 걸 걱정한다. 하지만 미국이 반도체 독립에 성공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미국의 ‘대만 계산법’이 바뀌고 동아시아 안보지형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제임스 캐러파노 부회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미중 갈등은 ‘코끼리 싸움’ 성격이 강하다. 중간에 낀 작은 나라가 ‘잔디’처럼 밟혀 죽지 않으려면 잔디가 아닌 나무가 돼야 한다. 한국은 더 큰 나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칩워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아무나 밟을 수 있는 잔디가 돼선 안 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 키우고 한미일 반도체 동맹도 더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더 큰 ‘반도체 나무’를 키우고 있는가.


-박용 부국장, 동아일보(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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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법리스크 7년… TSMC는 1위로, 인텔도 대약진

 

발 묶인 동안, 경쟁사들은 질주

 

삼성전자가 7년 동안 이어진 사법 리스크에 발이 묶인 동안, 글로벌 주요 반도체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 선두를 확고히 다졌고, 미국 인텔과 일본 라피더스 등 후발 주자는 국가적 지원을 받아 삼성전자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모두에서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직면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매출 삼성 제친 TSMC

 

지난 5일(현지 시각)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투자 기업 트라이오리엔트 자료를 인용해 “TSMC가 창업 36년 만에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 693억달러를 기록해 미국 인텔(542억3000만달러)과 삼성전자(509억9000만달러)를 넘어섰다. 2017년 중앙처리장치(CPU) 왕국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기업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삼성전자가 3위가 된 것이다.

 

TSMC가 삼성전자를 앞선 배경에는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파운드리 공정에서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이 있다. 스마트폰,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최근 수년간 수요가 급증한 최첨단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는 고부가가치 반도체는 대부분 5나노 이하 공정으로 만들어지는데, TSMC가 이 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한다.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쉽게 제조사를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점유율은 향후 3나노, 2나노대 경쟁에서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 57.9%, 삼성전자 12.4%로 45%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을 좁히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와 AMD, 퀄컴 같은 대형 고객사를 유치해야 하는데 이들 기업과 TSMC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술력과 비용 모두에서 삼성전자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2021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고 미국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 오리건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은 독일에 공장을 짓기로 했고, 일본에도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며 “2025년에 삼성전자와 TSMC를 앞서겠다는 인텔의 계획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일본·중국도 추격 나서

 

과거 삼성전자에 밀려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던 일본도 대대적인 반도체 부흥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낸드플래시 제조 업체 키옥시아의 첨단 공장 건설에 2400억엔(약 2조1507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기술력 격차가 크지 않은 낸드플래시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주요 기업과 정부가 함께 만든 파운드리 업체 라피더스는 최근 네덜란드 ASML과 동맹을 맺고, 2025년까지 2나노 공정 시험 생산을 실현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의 제재에도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는 중국도 호시탐탐 파운드리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는 미국 제재에 막히지 않은 구형 반도체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동시에 올해 설비 투자액을 기존보다 20% 많은 75억 규모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반도체 기술력을 끌어올려 삼성전자, TSMC 등과 경쟁할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우수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면서 “사법 리스크가 사라진 지금이 삼성의 반도체 전략을 재검토하고 수정할 적기”라고 했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이해인 기자, 조선일보(2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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