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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黨 찍었다간 나라 亡하겠다’에 다시 갇힌 한국] ....

뚝섬 2024. 3. 9. 09:58

[‘저 黨 찍었다간 나라 亡하겠다’에 다시 갇힌 한국]

[“이재명은 정조” “한동훈 왕이 되면”… 낯 뜨거운 정치 풍토]

[징역 2년 조국의 당에 징역 3년 황운하 입당, 난장판 선거판]

 

 

 

저 黨 찍었다간 나라 亡하겠다’에 다시 갇힌 한국

 

[강천석 칼럼]

김대중·노무현 그림자까지 지워버린 民主黨이 정말 민주당일까
선거가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의 경쟁 되면 나라 기울어
 

 

한국 유권자들은 지난 20년 가까이 저 당(黨)을 찍으면 나라가 망(亡)할 것 같아 이 당(黨)을 찍었다. 이쪽이 돼야 나라가 더 잘되고 국민이 더 잘살 것이란 확신을 갖고 표를 던진 게 아니었다. 그러곤 얼마 안 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끔찍한 진담 같은 농담이 나돌았다. 저 당을 찍었더라면 나라가 왕창 거덜났을지도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미국이 모양이 이렇다. 3년 반 전 트럼프 시대를 악몽(惡夢)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바이든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지금 바이든 시대에 몸서리치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에워싸고 있다. 이 기세라면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 커진다.

 

오르막 나라 유권자는 ‘좋은 선택’과 ‘더 좋은 선택’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호사(豪奢)를 누린다.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의 막다른 골목으로 쫓기는 게 내리막 나라 유권자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지식산업 패권과 세계 최강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하늘에서 밝아오는 새벽 놀이 아니라 저무는 저녁놀을 보는 듯한 것은 정치 혼란 때문이다.

 

미국은 큰 나라고 강한 나라다. 폭삭 주저앉지 않는다. 영국의 지난 100년은 패권 국가 쇠퇴의 역사다. 그런데도 소련처럼 곤두박질치며 산산조각 나지 않았다. 로이드 조지(1차 세계대전), 윈스턴 처칠(2차 세계대전)같은 조종사들이 나라 핸들을 쥐었던 덕분이다. 망했다 일어서고 또 망했다 또다시 일어서는 나라도 있다. 독일과 일본이다. 그들을 ‘유럽의 병자(病者)’ ‘세계의 병자’라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을 거듭 무안하게 만들었다. 그 나라에도 세계 정세를 정확히 읽었던 정치가가 있었다. ‘망하지 않는 나라’ ‘망해도 다시 일어서는 나라’라는 것은 대단한 ‘국가 브랜드 파워(Brand Power)’다.

 

이승만은 식민지로 망한 터에 공산주의 물결을 막아내는 방파제(防波堤) 국가를 세웠다. 박정희는 금고(金庫) 안에 먼지밖에 쌓인 게 없는 나라를 부자 국가로 일으켜 세웠다. ‘공칠과삼(功七過三) 평가 이론’을 적용하면 위대한 정치가다. 좌파 진영에서 김대중을 그 반열에 올리려 한다 해서 굳이 인색하게 대할 게 없다. 우파 지도자 인맥이 쇠(衰)하고 좌파 지도자 인맥은 단절(斷切)돼 버린 것이 우리 정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 유권자는 이번 총선에서도 ‘저 당을 찍었다간 나라가 아주 망하겠다’는 걱정을 벗지 못했다. 선거 날이 다가오면서 ‘걱정’은 ‘공포’로 변해간다. 민주당 안에선 2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이는 전쟁’과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보이는 전쟁은 ‘현재 권력’ 이재명 세력과 ‘과거 권력’ 문재인 세력과의 대결이다. 둘은 본래 끼리끼리 노는 사이였지만 권력 앞에서 비슷한 것끼리 더 미워하는 근친(近親) 증오 관계로 변했다. 현재와 과거가 부딪치면 승패는 물으나 마나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대충 드러났다. 총선에서 져도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다시 쥐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 혹시 총선 후 되살아나 당권에 도전할지도 모를 과거 세력 잔당(殘黨)까지 모조리 소탕하고 있다. 이 전쟁은 끝이 다가왔다.

 

민주당의 근본을 바꾸는 것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전쟁 목표는 당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이재명의 민주당’에겐 계승해야 할 유산(遺産)이 아니라 끊어내야 할 멍에고 족쇄가 됐다. 겉으론 레닌을 받들면서 속으론 지워갔던 스탈린 권력 장악 과정과 닮았다. 두 사람 냄새는 당사에 사진을 걸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대표는 그렇게 마련한 공간에 진보당·경기동부연합·한총련 세력을 불러들였다. 진보당의 모체(母體)는 전쟁이 벌어지면 국내 기간 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논의하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진당이다. 경기동부연합은 국군 감축(減縮)과 한미 동맹 해체 운동을 계속해 온 주사파의 인력 공급 수원지(水原地)다. 제주 해군 기지 건설 반대, 한미 FTA 저지 운동을 벌였다. 이 대표는 그들을 이용한다 생각하고 그들은 이 대표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관계다.

 

결국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좋은 선택’과 ‘더 좋은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호사를 누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성큼 손이 나가지 않는 선택’과 ‘절대로 하기 싫은 선택’ 사이에 다시 갇혔다. 동트는 나라에서 새벽 놀을 본 게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에 그저 아득하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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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정조” “한동훈 왕이 되면”… 낯 뜨거운 정치 풍토

 

4월 총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을 향한 낯 뜨거운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경기 수원정에 출마하는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 부위원장은 3년 전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 생가(生家)를 방문한 사실을 밝히며 “태어난 자리 앞에 200년이 넘은 큰 소나무가 있는데, 그 소나무 기운이 이 후보(이 대표)에게 간 것 아닌가”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그제 수원에서 상인연합회장단에게서 “왕이 되시면…”이란 말을 들었다.

민주당 경선에서 비명계 박광온 전 원내대표를 꺾은 김 부위원장은 이 대표를 조선시대 정조에 비유하는 글을 쓴 적도 있다. 2021년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라는 책을 통해서다. 이 책에는 정조가 이 후보의 대선 출마선언문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상상의 글이 등장한다. 올 1월에는 ‘왜 이재명을 두려워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기득권에 맞서다 죽은 역사 속 개혁가들과 이 대표를 연결지었다. 총선 출마를 예고하고 공천권자를 대놓고 칭송하는 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 위원장은 그제 수원 상인회장에게서 “왕이 되시면, 정조대왕처럼 상인들을 위한, 백성들을 위한 정책을 펴면 어떨까”라는 말을 들었다. 옆 상인은 “맞습니다”라고 맞장구쳤다. 한 위원장이 이날 찾은 수원남문시장이 정조가 만든 시장이라는 설명 끝에 나온 말이다. 공개 석상에서 ‘왕이 되시면’이란 표현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한 위원장도 바로 취재진에게 “분위기 이상한데, 이런 거 쓰지 마세요”라고 했을 만큼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두 사례는 구체적 상황은 다르지만 전근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한국 정치 풍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총선 출마자건 상인이건 달콤한 말과 글로 뭔가를 달성하거나 이익을 챙기려는 의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면, 권력자들이 언제든 아부성 발언에 둘러싸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이런 비민주적인 풍토를 차단하고, 이렇게는 얻을 게 없다는 환경을 권력자가 만들지 못하면 우리 정치는 더 얄팍해지고, 지켜보는 유권자들도 씁쓸해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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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년 조국의 당에 징역 3년 황운하 입당, 난장판 선거판

 

조국(오른쪽) 조국혁신당 대표와 황운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조국혁신당사에서 열린 황 의원 입당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3.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황운하 의원이 8일 민주당을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3년 형을 받은 사람이다. 민주당은 황 의원을 공천 배제 쪽으로 검토했다. 그러자 황 의원은 “당 지도부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불과 11일 만에 탈당하고 사실상 출마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정권 심판을 위해 결심했다”고 했다지만, 조국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니 이에 편승해 국회의원을 한번 더 해보겠다는 목적일 것이다. 황 의원은 ‘민주당 출마가 어려우니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나오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의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시켜만 주면 하겠다는 뜻이다. 조국당은 황 의원 합류로 국고보조금까지 받게 됐다.

 

황 의원은 4년 전 총선 때도 출마가 논란이 된 사람이다. 당시 이미 울산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였다. 황 의원은 울산경찰청장으로서 상대 당 시장에 대해 청부 수사를 한 혐의였다. 기소가 되면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현직 경찰관의 선거 출마가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김명수 대법원’은 그의 출마를 허용했다. 황 의원은 대전에서 당선됐고, 1심 재판은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에야 나왔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선거 제도와 국민의 참정권을 위협한 중대 범죄”라고 했다. 선거제도와 국민 참정권을 위협한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돼 4년 임기를 채웠다. 임기 중에 징역 3년 형을 받았는데 법정 구속이 되지 않으니 또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한다. 이런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준연동형이라는 이상한 선거제도 탓에 금배지를 달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과거엔 공직자가 기소만 돼도 근신하는 게 관례였다. 하물며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선거에 뛰어드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황 의원 이후 검찰과 경찰 등 일선에서 공권력을 집행하던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그 때문에 받게 된 징계를 훈장 삼아 출마하고 공천받는 게 일상이 됐다.

 

그런 사람들이 요즘 조국당으로 모이고 있다. ‘윤석열 찍어내기 감찰’로 최근 법무부에서 해임 징계를 받은 박은정 전 검사가 ‘인재’로 영입됐다.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차규근 전 법무부 본부장, 이규원 검사도 입당한다고 한다. 조 대표부터 입시 비리 등 혐의로 2심까지 징역 2년 실형을 받은 사람이다. 조국당은 범죄 혐의자들 단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조선일보(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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