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열등감에 휩싸여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 ]
[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쳤는데 쥐 한 마리가?]
오셀로, 열등감에 휩싸여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탁월한 심리 묘사 돋보여
오셀로 초판 표지. /위키피디아
“이건 이유가 있단다, 이유가 있단다 내 영혼아, 저 순결한 별들에게 밝히진 않겠지만 이건 이유가 있단다. (중간 생략) 그래도 그녀는 죽어야 해, 안 그러면 더 많은 남자를 배신할 테니까.”
오셀로는 ‘햄릿’ ‘리어왕’ ‘맥베스’와 함께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작품이에요. 원제는 ‘베네치아의 무어인, 오셀로의 비극’인데요. 셰익스피어가 죽은 지 40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극과 오페라로 공연되고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셀로 이야기를 판소리로 풀어낸 공연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오셀로는 베네치아 정부가 고용한 무어인(아랍계 이슬람교도) 장군이에요. 용병 출신으로 장군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지요. 베네치아 원로원 의원의 딸 데스데모나와 결혼까지 하면서 남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셀로는 시시때때로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자신의 출신에 대해 적잖은 열등감이 있었어요. 그것을 간파한 오셀로의 부하 이야고가 흉계를 꾸며요. 이야고는 자신을 부관으로 승진시켜 주지 않은 오셀로를 함정에 빠뜨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죠. 이야고의 계획은 치밀했어요. 그는 데스데모나의 시녀이면서 자신의 아내인 에밀리아에게 얻은 정보를 통해 선량하고 정숙한 데스데모나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다는 소문을 퍼뜨립니다.
질투심에 눈이 먼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오셀로는 갈수록 커져가는 의심으로 결국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말았어요. 이야고와 달리 선량했던 에밀리아는 뒤늦게 남편의 흉계를 알아채고 오셀로에게 사실을 말하지만 오셀로는 듣지 않아요. 때마침 나타난 이야고의 손에 에밀리아마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가 부정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헛소문을 믿고 살인까지 한 오셀로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숨을 거둬요. 그제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오셀로는 죄책감과 치욕에 몸을 떨어요. 아무 죄도 없이 죽임을 당한 데스데모나에게 입맞춤을 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출신 때문에 열등감에 휩싸였던 오셀로가 악인 이야고 때문에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 심리 묘사에 뛰어난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셀로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질투, 배신, 의심, 후회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감정이지요. 수백 년 전 무대에 올랐던 이야기가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가 “한 시대가 아닌 모든 시대를 위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닐까요.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조선일보(2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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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이 떠나갈 듯이 요동쳤는데 쥐 한 마리가?
셰익스피어 "오셀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9일 첫 재판에서 공소장에 대한 통탄을 토해 냈다. 법관 생활 42년간 무수한 공소장과 씨름했을 그는 자신을 기소하는 공소장의 부실함과 졸렬함에 우선 질린 듯하다. 80명 넘는 검사가 8개월 넘는 수사 끝에 작성한 300쪽이 넘는, 일국의 전 사법부 수장을 기소하는 공소장이 '법률가가 쓴 문서라기보다는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 조언을 받아 쓴 한 편의 소설' 같을진대 제대로 된 심리와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는가. 공소장은 '(피고인이) 재판으로 온갖 거래 행위를 한 것처럼 줄거리를 전개하다가 결론 부분에서는 휘하 심의관들한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으니 직권남용이라는 것으로 끝을 냈다'고 한다. 공소장을 구할 수 없어서 읽어보지 못했으나, 요즘 한국에서 '진실'이 얼마나 천대받는지를 알고, 대부분 한국인의 논리 감각이나 언어 구사의 소홀함도 대충 알기 때문에 웬만큼 짐작은 간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서 오셀로는 자기가 아내 데스데모나에게 주었던 손수건을 자기의 부관 캐시오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간통했다고 단정하고 데스데모나를 목 졸라 죽인다. 그 손수건은 악당 이아고가 데스데모나의 하녀인 자기 아내를 시켜 훔쳐내서 캐시오에게 주었던 것인데. 위의 공소장 작성자들이 문서 작성 지시를 직권남용으로 비약시킨 것이 이 정도의 분별력 아닐까?
그런데 이제 대한민국 검사들은 3년 내에 진짜 '직권남용' 사실을 기소하는 공소장을 수도 없이 작성해야 할 것이다. 이 정부의 대통령 이하 삼부 고위 관리는 모조리 직권남용을 업으로 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즉시 발표한, 나라의 산업 생산과 국민 생활의 안정을 위협하는 탈원전 정책을 필두로 실업자를 양산하고 자영업자를 질식시키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북핵 제거가 아니라 북핵 유지를 돕는 대북 정책, 국비로 해외 순방하며 북한을 위한 구걸 외교로 국격 추락시키기, 터무니없는 자격 미달자의 요직 임명으로 인한 국정 부실화, 국고를 탕진하는 선심성 토목 사업과 퍼주기 복지, 노조의 횡포를 조장하는 노동정책, 온갖 기업 고사 작전, 기타 무수한 기시행 조처들과 추진 중인 조처들이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머지않아 검사들의 실력 경연장이 펼쳐질 것 같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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