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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쓰레기] [“비틀스 전성기 해체가 이런 느낌”.. BTS 전원 입대.. ]

뚝섬 2024. 5. 6. 06:12

[K팝 쓰레기]

[“비틀스 전성기 해체가 이런 느낌”…BTS 전원 입대에 외신도 관심] 

[BTS 7명 모두 입대, ‘ARMY’는 왜 반길까?] 

[유로 2020의 ‘버터’] 

[팝의 정상 BTS]

 

 

 

K팝 쓰레기 

 

좋아하는 가수 노래를 듣기 위해 카세트 테이프, 레코드, CD를 사던 시절이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고 레코드 음이 일그러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오늘날 K팝 아이돌 팬들도 음반을 사지만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요즘엔 스트리밍하거나 다운로드받아 듣는다. 앨범에 들어 있는 CD로 음악을 듣는 비율이 5.7%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K팝 팬들이 앨범을 사는 주된 목적은 앨범에 딸려 있는 포토 카드를 소장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좋아하는 아이돌을 담은 포토카드는 가장 갖고 싶은 굿즈다. 귀한 것은 중고 거래 장터에서 수십만원을 예사로 넘는다. 특정 음반 판매처에서만 살 수 있는 미공개 포토 카드나 팬 사인회에 참석한 이들에게만 주는 한정판 포토 카드 중고품 호가는 100만원대로 치솟는다. 작년 새만금 잼버리에 참석했던 각국 청소년이 받아든 최고의 선물도 BTS 포토 카드였다.

 

▶이를 아는 K팝 기획사들이 포토 카드 수집욕을 자극하며 앨범 구매를 부추겨 온 게 여러 해 지적받아 왔다. 내용물에 어떤 사진이 들어 있는지 숨겨, 팬들이 좋아하는 사진을 손에 넣을 때까지 사실상 반복 구매를 강요한다. 78종으로 구성된 어떤 포토 카드 세트는 한 앨범에 6장씩만 들어 있다. 특정 아이돌의 사진을 모두 소장하려면 똑같은 앨범을 13장 사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중복 구매 후에 버려지는 앨범이 지난해 1억5000만장을 넘었다. ‘K팝 쓰레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팝 보이 그룹 세븐틴의 새 앨범이 일본 도쿄의 한 거리에서 상자째로 버려졌다. 발매된 지 하루밖에 안 된 것들이다. 포토 카드만 챙기고 앨범은 방치됐다. ‘지금은 전부 쓰레기봉투에 담겨 치워졌다’는 목격담이 소셜미디어에 돈다. K팝의 부끄러운 뒷모습이다. 중복 판매는 인기 순위도 왜곡한다. 이를 눈여겨본 미국 ‘빌보드 200′이 지난해 여름부터 굿즈를 따로 살 수 있도록 해야만 순위에 반영토록 했다니 K팝 이미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K팝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한 K팝 팬 모임은 가정에 방치된 K팝 앨범 수천장을 수거해 기획사에 돌려주며 K팝 쓰레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세계 청년들이 K팝에 빠져드는 것은 노래와 칼군무에 매료됐기 때문만이 아니다. K팝 스타들이 노래와 강연 등을 통해 세상에 전하는 선한 메시지도 그들을 사로잡는다. 다음 세대도 듣는 ‘지속가능한 K팝’이 되기 위해서라도 K팝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앨범 쓰레기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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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 전성기 해체가 이런 느낌”…BTS 전원 입대에 외신도 관심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지민과 정국이 12일 육군 현역으로 입대하면서 일곱 멤버 전원이 군 공백기에 돌입했다. 사진은 입대한 지민(왼쪽 두 번째)과 정국(오른쪽 두 번째)을 배웅하는 제이홉(왼쪽 첫 번째)과 슈가. /[방탄소년단 공식 X(트위터)

 

BTS 지민과 정국의 동반 입대로 멤버 7명 전원이 모두 군 복무에 들어가자 영국 BBC가 BTS의 입대를 비틀스 해체에 비유하는 등 주요 외신도 BTS 전원 입대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영국 BBC는 12일(현지시각) “비틀스가 인기 절정일 때 군 입대를 위해 해체했다고 상상해보라”며 “지금 세계 최고 그룹 방탄소년단(BTS)가 그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BBC는 군입대 당시 공개된 BTS 멤버들의 헤어스타일을 언급하며 “K팝 스타의 파마머리는 사라지고 최전방에 선 군인의 짧게 자른 머리가 등장했다”고도 했다. K팝 학자인 그레이스 카오 예일대 교수는 BBC에 “서양 팬들에게는 성공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강제로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모습이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BTS의 입대는 이미 예정됐던 일로, 전세계 팬들은 이 순간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12일 RM, 뷔의 입소 현장에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이 모였다./방탄소년단 공식 X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BTS 전원입대 소식을 전했다. NYT는 “BTS 멤버들이 모두 병역 의무를 마친 후 재결합 콘서트가 열리려면 최소 1년6개월이 걸린다”며 이는 약 547일이자 1만3128시간, 또는 4700만초라고 설명했다. NYT는 한국의 군면제 대상에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클래식 음악가 등은 포함되지만 팝스타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BTS의 전원 입대가 한국에서 수년간 이어져 온 BTS 멤버들의 병역 면제 여부에 대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이라고 했다.

 

AP는 BTS 전원입대 소식을 전하며 과거 다른 연예인들의 군 복무와 관련해 제기됐던 특혜 논란을 다루기도 했다. AP는 “군대에 징집된 젊은 남성들은 학업이나 전문적인 경력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병역 의무는 매우 민감한 이슈”라고 덧붙였다.

 

-김자아 기자, 조선닷컴(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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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7명 모두 입대, ‘ARMY’는 왜 반길까?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지민과 정국이 12일 한 육군 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해(enter an army division’s boot camp) 군 복무를 시작했다(begin their military service). 지난해 12월 맏형 진을 시작으로 올해 4월 제이홉, 9월 슈가(사회복무요원·social service agent), 지난 11일 RM과 뷔에 이어 나머지 두 멤버도 현역으로 입대함으로써(enlist for active duty) BTS 7인 전원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됐다(fulfill their military service obligations). 이들의 전역 예정일(scheduled discharge date)은 2025년 6월로, BTS는 그 이후 팀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BTS 멤버들이 비로소 진짜 ‘아미’가 됐다는 비유가 나온다. BTS 팬덤 이름이 ‘아미(ARMY)’인데, 이들이 군에 입대함으로써(enlist in the army)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ARMY’ 대열에 직접 합류했다고 반기는 표현이다. 그나저나(By the way) ‘아미’라는 팬클럽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무엇을 상징하는(stand for) 걸까. 전 세계적 인기가 거듭되면서 여러 겹 쌓인 사연과 뜻(multilayered stories and meanings)이 있다고 한다.

 

‘ARMY’라는 명칭을 처음 발표한 건 2013년 7월 9일이다. 하지만 이후 최종 결정될 때까지 많은 선택안을 거쳤다(go through multiple options). 멤버 지민은 2021년 팬클럽 비디오를 통해 경쟁 후보 중 하나는 ‘체리(Cherry)’였다고 밝힌 바 있다. 얼마 후 BTS 리더인 RM은 최종 후보(final candidate)가 ‘ARMY’와 ‘Bell’로 압축됐다고 공개했다. ‘Bell’은 BTS의 한국어 이름인 ‘방탄소년단’ 발음을 연상시키는 ‘방울’이라는 뜻에서 한때 각광받았다.

 

공식 명칭으로 최종 낙점된 ‘ARMY’는 팬들을 BTS의 핵심 가치와 개념에 연결시켜주는(connect the fandom to BTS’s core values and concept)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을 듣는다. 첫째는 ‘Bulletproof Boy Scouts’으로 번역되는 ‘방탄소년단’ 개념을 잘 반영해준다는 것이다. 둘째는 ‘ARMY’가 ‘Adorable Representative MC for Youth(청춘을 위한 사랑스러운 대표적 사회자)’의 머리글자(acronym)로, 젊음을 대변하는 BTS 음악의 요체를 제대로 짚었다는 점이다. 영어 단어 army에는 ‘군대’ ‘육군’ 뜻 외에 ‘특정 목적을 위한 사람들 집단’이라는 의미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ARMY’는 팬들로부터 또 다른 새 의미도 얻게(acquire another new meaning) 됐다. 발음이 비슷한 프랑스어 단어 ‘ami’가 ‘친구’를 뜻해 BTS 멤버들과 팬들의 친밀한 관계를 잘 묘사해준다는 부가가치까지 얻게 됐다(gain the added value).

 

그런데 ARMY의 많은 회원조차 미처 모르는 의미도 있다. RM은 지난해 3월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공연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ARMY의 환호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아미’는 팬 여러분이 저희에게 들려주는 ‘아름다운 미성’의 줄인 말(abbreviation of beautiful voices)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3-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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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20의 ‘버터’

 

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돌풍의 덴마크를 꺾고 처음으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결승에 오른 이날 달아오른 경기장을 시원하게 식혀준 노래는 BTS의 ‘버터’였다. 수억 명이 지켜보는 61년 전통의 세계적 스포츠 이벤트에서 분위기를 띄울 노래 중 하나로 한국 가수의 곡이 선택된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웸블리에서 틀어줄 노래를 뽑는 투표를 2∼6일 트위터에서 진행했다. 팝음악 4곡을 대상으로 개시한 투표는 초반부터 ‘버터’와 ‘킬 마이 마인드’의 양자대결로 좁혀졌다. ‘킬 마이…’는 영국 인기 아이돌 그룹 원디렉션의 리더 루이 톰린슨의 노래. 톰린슨은 막강한 팬덤을 거느린 ‘홈팀’ 가수인 데다 축구팀 구단주를 지낸 축구 광팬이다. 하지만 BTS의 ‘아미’들은 맹렬한 선거전을 펼쳤고, 브라질 ‘아미’인 세계적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도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지지를 독려했다. 418만 명 넘게 참가한 투표 결과는 47% 대 44%로 ‘버터’의 승리.

▷그런데 UEFA가 웸블리의 플레이리스트로 4곡을 모두 선정하면서 뒷말을 낳았다. ‘유로 2020에 아시아 가수 노래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현지 팬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미들은 “4곡 다 틀 거면 애초에 투표는 왜 한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 “중요한 건 BTS 노래가 웸블리 스타디움을 채우는 것”이라는 신중한 반응도 있다. ‘버터’는 7, 8일 준결승전에 이어 12일 결승전에서도 울려 퍼지게 된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BTS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영국 최대의 경기장인 웸블리는 스포츠의 성지일 뿐만 아니라 비틀스, 마이클 잭슨 같은 세계적인 가수에게만 허락되는 꿈의 무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하이라이트 장면에 나오는 1985년 자선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가 열린 곳이다. BTS는 2019년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이곳에서 콘서트를 열어 ‘비틀스보다 더 큰 성취’라는 외신의 평가를 받았다.

 

▷경쾌한 여름 노래 ‘버터’는 BTS가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5월 발표한 두 번째 영어 싱글. 발매 첫 주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정상으로 직행한 후 6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1958년 ‘핫100’ 발표를 시작한 이후 이런 기록을 보유한 노래는 ‘버터’를 포함해 9곡뿐이다. ‘버터처럼 부드럽게’라는 노랫말대로 세계 대중음악 중심지를 녹인 데 이어 세계 축구팬들의 축제도 녹이고 있다. 케이팝의 새 길을 열어가는 7명의 청년이 팬데믹에 갇힌 마음에 시원한 숨통을 틔워준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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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정상 BTS

 

미국 대중음악 빌보드 순위는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과 싱글차트인 ‘빌보드 핫 100’으로 양분된다. 싱글차트는 앨범이 아니라 곡별 집계다. 일반인들은 앨범이 아니라 곡을 기억하기 때문에 싱글차트야말로 대중의 인기를 가장 잘 반영한다. BTS는 2018년부터 4장의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계속 싱글차트에도 도전했으나 올 2월 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에 ‘다이너마이트’로 1위를 차지한 것은 명실공히 팝의 정상에 오른 것을 뜻한다.

▷빌보드 싱글차트 1위의 의미는 40대 중반 이상의 중장년층이 더 잘 알 수도 있다. 이들이 청소년이던 시절 라디오로 미국 팝송을 틀어주는 프로그램과 이종환 박원웅 황인용 김광한 김기덕 같은 DJ들의 인기가 높았다. 그들이 소개한 곡이 주로 빌보드 싱글차트의 곡이다. 멀고 높게만 느껴지던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우리 가수의 곡이 오르는 건 그때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부터는 한국에도 젊은 감각의 대중음악곡이 많아져 굳이 미국 팝송을 찾아 들을 필요가 없어지고 빌보드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한국 음악이 더 이상 우리끼리 듣고 마는 음악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팝이 되면서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우리가 주체로서 빌보드에 접근했다. 2009년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76위를 기록하며 처음 싱글차트에 들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위까지 올랐다. 지금도 BTS 외에 블랙핑크가 계속 차트에 곡을 올리고 있다.


▷영국 뮤지션 에릭 클랩턴의 자서전을 보면 그가 청소년이던 1950년대 후반 당대 인기 있던 자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더 영 원(The Young One)’ 같은 노래를 듣다가 TV가 보급되면서 방영되기 시작한 미국 대중음악 프로그램에 매료되는 얘기가 나온다. 비틀스는 클랩턴과 동 세대의 영국인 그룹이다. 비틀스는 무려 20곡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려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선두에 섰다. 미국 대중음악을 부러워하며 자란 세대들에 의해 미국 시장으로의 대침공이 이뤄진 것이다.

 

▷BTS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았다.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이다. BTS는 온라인 중심으로 형성된 아미(ARMY)라는 세계적 팬덤의 기반 위에서 서구의 적잖은 팝가수들이 보여준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이미지와 달리 자기계발의 모범으로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정의감을 북돋우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BTS는 어쩌면 디지털시대의 비틀스일지도 모른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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