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갈빗집과 이천 쌀집의 씁쓸한 연봉 경쟁 ]
[삼성전자 파업 참가 급감, 근로자들의 상식이 반갑다]
[동력 상실한 삼성전자 노조의 ‘자해 파업’, 당장 멈춰야]
[韓 반도체, 전력난 용수난 인재난 이어 이제 파업난까지]
[다시 떠올리는 ‘우향우’ 정신과 김학렬의 각오]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 ‘반도체 위기 탈출’ 발목 잡나]
수원 갈빗집과 이천 쌀집의 씁쓸한 연봉 경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임금 경쟁.. 그러라고 세금 지원하는 것 아냐
경영진도 고액 연봉 단맛에 빠져.. 생활 힘든 서민 '눈치'도 봐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로고. / 조선DB
삼성전자가 어제 2분기 실적을 확정 발표했다. 반도체 부문(DS)에서 낸 영업이익이 6조4500억원.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부진으로 자존심이 상했던 삼성전자로서는 모처럼 체면이 섰다. 그런데 경영진의 머리가 좀 복잡할 것 같다. ‘연봉·성과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 뭐라고 할까?’
삼성전자 DS 부문이 주축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파업을 당사자들만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곳이 있다. 경쟁사 SK하이닉스다. 이 둘은 반도체 시장을 두고 맹렬히 다툰다. 회사 아닌 개별 직원 입장에서 그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임금이다. 그럴 땐 각 회사 소재지에 빗대 상대를 ‘수원 갈빗집(삼성전자)’ ‘이천 쌀집(SK하이닉스)’이라 얕잡아 부른다. 상반기 성과급은 SK하이닉스가 기본급의 150%, 삼성전자 75%. 이천 쌀집의 승리다.
지난달 시작한 전삼노 파업은 ‘창사 이래 처음’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었지만, 결국엔 이천 쌀집만큼 성과급을 달라는 수원 갈빗집의 요구다. 핵심이 ‘성과급 산출 때 영업이익에서 이자 등을 빼지 말라’는 것인데, 바로 SK하이닉스의 방식이다.
총파업 첫날 6500여 명(노조 추산)이던 현장 참가자 수가 나중에 35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연봉 상위 4% 노조의 파업’이라는 대중의 비판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여론 눈치를 본 것이 아니라 파업 참가로 못 받게 될 임금이 아까웠다는 것이다. 이번 노사 협상은 31일 최종 결렬됐는데, 노조가 막판에 ‘200만원 상당 쇼핑몰 포인트 지급’ 등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고연봉자도 당연히 파업을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 이익을 나눠달라는 직원들의 요구를 뭐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생각해 볼 지점은 있다.
작년 초 정부는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8%로 결정했다. 그때 여론은 글로벌 ‘칩 워’ 상황에서 정부의 반도체 지원이 너무 인색하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이를 15%로 높였다. 반도체 전쟁에서 이겨 국내 투자와 고용에 기여하라는 주문이었다. 지금 파업을 보며 사람들은 “그때 왜 그랬나” 싶을 것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앞날이 여유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최근의 반도체 호황은 전 세계적인 AI 붐의 영향이다.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미국의 빅테크들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적에는 환율 착시 효과도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 비율이 약 85%, SK하이닉스는 90%를 웃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가 원화로 바뀌는 순간 수익이 크게 뛴다. 현재의 비정상적 강(强)달러 현상이 없어진다면?
삼성 노조 주장 중 반박하기 힘든 내용이 있다. “임원들만 수억원 성과급을 챙긴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임원은 3년간의 장기 성과 인센티브, 일반 직원은 작년 적자로 초과이익 성과급(OPI)이 없다”고 한다. 규정은 그렇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이제 국내 최고 경영진 사이에선 수십억 연봉이 흔한 일이 됐다. 이들이 애플의 팀 쿡이나 MS의 사티아 나델라처럼 비전을 제시하고 사업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쳤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연봉이 많다 보니, 재임 기간 문제를 최대한 안 일으켜 3년 더 연임하며 연봉 챙기는 게 목표처럼 된 듯하다. 고액 연봉이 노(勞)와 사使)가 적당히 ‘화합’하는 매개가 된 것이다.
이를 보는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길 바란다. 수원 갈빗집이든 이천 쌀집이든 마음 놓고 외식하기 힘든 이들은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이성훈 기자, 조선일보(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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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 참가 급감, 근로자들의 상식이 반갑다
11일 오전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8인치 팹 앞에서 총파업 동참 홍보 활동 벌이는 전국삼성전자 노조. /전국삼성전자 노조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파업 집회 참여자 수가 사흘 만에 거의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8일 전삼노가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벌인 총파업 결의 대회에는 노조 추산 6500여 명(회사 추산 3000여 명)이 참석했다. 사흘 뒤인 11일 집회에는 노조 추산 350여 명(회사 추산 150여 명)이 참가했다. 약 3만2000명에 이르는 전삼노 소속 조합원의 1%다.
전삼노는 총파업 닷새째인 지난 12일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생산 라인을 찾아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15일에는 화성 캠퍼스 파운드리 H3 지역을 찾아가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삼노가 파업 동참을 호소한 HBM 라인은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반도체를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HBM 생산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진 상태다. 부지런히 개발하고 열심히 생산해도 따라잡을까 말까다. 이런 상황인데도 전삼노는 “HBM 장비를 세우면 사 측에서 바로 피드백이 올 것” “EUV 파운드리를 멈춰달라”는 등 반도체 생산 차질을 목표로 무기한 파업을 이어간다. 파업 참가자를 늘리고 회사 대응을 어렵게 하겠다고 ‘회사에 파업 참여를 밝히지 말고 무단 결근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사 측은 “아직 보고된 생산 차질은 없다”고 한다. 경쟁사인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은 반도체의 특수성과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무노조 경영을 한다. 세계 주요국이 반도체 전쟁에서 총력전을 펴는 이 중대한 시기에 삼성전자 노조가 돈 더 받겠다고 “반도체 생산 차질”을 목표로 무기한 파업을 하겠다는 것에 국민 시선은 곱지 않다. 국내 최고 대우, 최고 복지 혜택을 자랑하는 삼성전자는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그런 곳에서 노사 협의체에서 합의된 것보다 돈을 더 달라며 파업을 벌이는 것은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보기 힘든 억지다. 하지만 파업 집회 참가자 숫자가 사흘 만에 급감했다는 것은 노조의 명분 없는 파업에 동조하지 않는 근로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비친다. 상식을 지키는 근로자가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조선일보(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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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상실한 삼성전자 노조의 ‘자해 파업’, 당장 멈춰야
8일 시작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총파업이 일주일이 지났지만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3일 동안 파업하겠다고 했던 전삼노 측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며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의 목표로 ‘생산 차질’을 내세웠지만 다행히 아직 생산 라인은 정상 가동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파업의 동력은 떨어지고 있다. 파업 첫날 결의대회에는 노조원 6500여 명이 참석했는데, 12일 집회에선 200여 명으로 급감했다.
당장은 파국을 피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생산라인은 잠시라도 멈추면 정상화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인력, 비용이 들어간다. 2018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에서 단 28분 동안 정전이 발생했는데도 피해 금액은 500억 원에 달했다. 안정적 공급이 생명인 부품산업에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의 대외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분초를 다투는 반도체 전쟁 중에 공장이 멈출 수도 있는 회사와 누가 거래를 하려 하겠나.
특히 노조 측이 회사가 명운을 걸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를 멈춰 세우겠다고 나선 것은 우려할 만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현재 열세를 보이고 있어 빠른 추격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납품을 준비 중인데, HBM은 범용 메모리와 달리 맞춤형 제품이어서 고객사와의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파업이 근로자의 권리라지만 회사의 미래까지 볼모로 잡는 것은 ‘자해 파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최선두에서 싸우고 있는 국가대표 기업이다. 잘 싸워 달라고 국민들이 혈세를 들여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받은 각종 세금 감면액은 6조7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정부는 17조 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도로·용수·전력 등 기반 시설 지원을 약속했다. 여야도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앞다퉈 지원 법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잘돼야 나라도 잘된다며 응원해 온 국민들이 임금 인상을 위해 반도체 라인을 멈추자는 파업을 어떻게 볼지 노조는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동아일보(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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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반도체, 전력난 용수난 인재난 이어 이제 파업난까지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차 총파업에 나선다. 사흘간 진행했던 1차 총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전삼노는 "1차 총파업 이후에도 사측의 대화 의지가 없음을 확인해 2차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10일 밝혔다. 2차 총파업은 11일부터 진행된다. 사진은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4.7.10/뉴스1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노사협의체에서 합의한 것보다 돈을 더 달라는 것이다. 전삼노 측은 파업 목적을 ‘반도체 생산 차질’로 내걸었다.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3만여 명으로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가운데 가장 조합원 수가 많다. 조합원 대부분이 반도체 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계적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노조원 수가 급증했다. 전삼노에 따르면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6500여 명이고 이 중 반도체 직군이 5200여 명이다.
세계에선 지금 ‘칩 워(chip war)’가 벌어지고 있다. 주요국들이 사활을 걸고 반도체 전쟁을 벌인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 파운드리 부문의 세계 1위인 대만 TSMC는 무(無)노조 경영을 선언하고 24시간 365일 가동한다. 1987년 창사 이래 노조가 결성된 적도 없다.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대만을 지켜주는 전략 자산이라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다.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는 우리에게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출 1위 품목이고 국내 생산 및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지난해에만 삼성전자에 6조7000억원에 달하는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정쟁으로 법안 통과는 뒷전이던 국회조차 반도체만큼은 지원해야 한다며 여야 모두 반도체 산업을 전폭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만큼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 현장이 아니라 국운이 걸린 생명선이다.
삼성전자는 평균 임금 1억2000만원이 넘는 국내 최고 대우 근로자들이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내 그동안 주던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다. 이런 막대한 적자가 났는데 성과급을 어떻게 주나. 이제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조만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근로자들은 국내 어떤 근로자들보다도 많은 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돈을 더 내놓으라고 반도체를 볼모로 잡고 파업을 벌인다. ‘돈독’이 올랐다는 표현이 과한가. 이들의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앞으로 민주노총이 침투하고 돈 더 달라는 요구가 퍼지면서 반도체 산업을 흔들 지경으로 갈 수도 있다. 한국 반도체가 전력난, 용수난, 인재난에 이어 이제 파업난까지 겪어야 한다면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겠나.
-조선일보(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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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올리는 ‘우향우’ 정신과 김학렬의 각오
1973년 6월 처음 쇳물을 생산한 뒤 2021년 12월 임무를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1고로(용광로)는 별명이 많다. 민족 고로, 경제국보 1호 등인데, ‘아카자와 고로’라는 낯선 별명도 있다. 그 뜻을 알면 가슴 뭉클해진다.
아카자와 고로는 신뢰가 만든 결과물
박정희 대통령은 ‘철강은 국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1965년경 박태준 대한중석광업 사장에게 종합제철소 건설을 지시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박태준은 미국 등에서 차관을 들여오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허사였다. 해외 인사들은 ‘한국이 짓고자 하는 제철소는 사업성이 없다’고 여겼다.
그는 고민하다 일본으로부터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돈을 대는 일본이 사전에 자금의 사용처를 농업발전용으로 명시했기에 일본 정부가 제철소 건설자금으로 돌리는 걸 허가해야 했다. 1969년 초 박태준은 곧장 일본을 찾아 지한파 정치인, 제철소 사장 등을 만났다. 일본 내각도 집요하게 설득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일본은 마지막 단계로 1969년 9월 현지 조사단을 한국에 보냈다. 아카자와 쇼이치 경제기획청 국장이 단장이었다. 처음 만난 박태준과 아카자와 국장은 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경주로 갔다. 아카자와 국장이 그때 느낀 감정은 안상기 씨의 저서 ‘우리 친구 박태준’에 잘 나와 있다. “박태준은 제철산업 발전을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가 지휘한다면 제철소 건립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포항 현장은 황무지였기에 우리 조사단은 기가 막혔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리만큼 담담했고, 일본 정부가 꼭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나는 매우 긍정적인 보고서를 썼고, 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포항제철 건설이 시작됐다.”
1985년 4월 한일 경제인들이 모인 한 행사에서 포스코 회장이 된 박태준은 민간 경제인으로 참석한 아카자와를 다시 만났다. 박태준은 건배사 때 “우리 포스코는 1고로를 ‘아카자와 고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아카자와는 가슴이 벅찼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포스코는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7위 철강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요즘 고난을 겪고 있다. 아니, 한국 철강업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로 저가 철강을 한국으로 쏟아내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며 가격 경쟁력을 갖춘 일본산 제품까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유럽의 환경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는 비상경영으로 대응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분야에서 연간 1조 원 이상 원가를 줄이기로 했다. 임원 급여도 최대 20% 반납하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지난달부터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야간에만 인천 공장의 전기로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철강 경기가 언제 반등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박태준 “혈세로 짓는 제철소, 실패란 없다”
다시 포스코를 건설하던 때로 되돌아가 보자. 박태준은 건설 과정에서 현장 직원들에게 “우리 조상의 혈세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란 있을 수 없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죽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박태준만 그런 각오를 다졌던 게 아니다. 1969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임명된 김학렬은 취임 즉시 흑판에 ‘종합제철’이라 써놓고 “이 사업이 완결되거나 내가 그만둘 때까지 지우지 말라”고 엄명했다. 철강기업 임직원들이 우향우 정신으로 일하고, 정부가 김학렬 전 부총리의 각오로 지원한다면 극복하지 못할 철강 위기는 없을 것이다.
-박형준 산업1부장, 동아일보(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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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 ‘반도체 위기 탈출’ 발목 잡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송은석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어제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발생한 것은 1969년 창사 이래 55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없다고 밝혔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내 계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겨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 타려는 시점에서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이다.
전삼노 측은 전 조합원 대상 연봉 6.5% 인상, 연말 성과급 기준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사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2차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삼노는 이번 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로 규정했다. 총파업에 조합원 6540명, 이 중 반도체 설비·제조 공정 직군에서만 5211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반도체 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고 있고 반도체(DS) 부문의 직원은 약 7만 명이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잠깐이라도 생산라인이 멈추면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15조 원 가까이 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해 들어 흑자로 돌아섰지만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선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고,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아직 납품조차 하지 못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부문 수장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어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피할 수 없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은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건 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분야 한국 국가대표인 삼성전자의 파업은 물 들어올 때 노를 부러뜨리는 역주행이 될 수밖에 없다. 노조의 파업 예고에 뉴욕타임스 등 외신조차 “고객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삼성으로서는 불편한 타이밍”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AI가 주도하는 최근의 반도체 회복 국면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영원히 갈릴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경쟁에서 도태돼 실적이 악화하면 회사는 물론이고 노조에도 결과적으로 손해다. 노조 측은 파업을 접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노사가 함께 다시 신발끈을 죄어야 할 때다.
-동아일보(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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