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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공장 한 곳 돌리는 데만 원전 1~2개 발전량 필요"] ....

뚝섬 2024. 11. 5. 08:18

["AI 반도체 공장 한 곳 돌리는 데만 원전 1~2개 발전량 필요" ]

[한전 하루 이자만 120억… 전기 요금 정상화 시급하다]

[與도 野도 10년은 지원하자는데, 정부는 3년만 하자 하니…]

 

 

 

"AI 반도체 공장 한 곳 돌리는 데만 원전 1~2개 발전량 필요"

 

[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AI 전력 인프라 강조하는 조홍종 단국대 교수

 

AI(인공지능)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게 드러나면서 AI 시대를 앞서려는 국가, 기업들이 전력 구하기에 분주하다. 국제에너지지구(IEA)는 ‘2024 전기’ 보고서에서 챗GPT 같은 생성형 AI로 한 번 검색하는 데 평균 2.9와트시(Wh)의 전력이 쓰인다고 했다.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한 번 검색할 때 평균 0.3와트시가 들어가는 것보다 전력 소모량이 10배나 많다. AI용 반도체 공장 한 곳 돌리는 데 원전 1~2기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티끌 하나 없는 클린룸을 유지하는 데 엄청난 전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만난 에너지 경제학자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첨단산업에 맞는 전력 인프라가 있느냐가 AI, 반도체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느냐의 핵심 어젠다가 됐다전력이 첨단산업화 되지 못하면 주요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친환경 발전소 등을 짓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발전소와 첨단 공장을 잇는 송배전망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에너지 경제학자인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첨단 산업에 맞는 전력 인프라가 있느냐가 AI, 반도체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가의 핵심 어젠다가 됐다”며 “전력이 첨단 산업화 되지 못하면 주요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미래의 ‘전기 먹는 하마’들

 

- 첨단산업에 전력이 왜 중요한가.

 

“과거엔 선진국이 될수록 전기를 적게 사용한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은 바뀌었다. 첫째, 탄소 중립 때문이다. 탄소 중립은 열, 수송까지 모든 에너지를 청정전기화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석유를 태워 차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태양광 등으로 전기를 만든 후 배터리에 충전해 전기차를 몬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기 위해 전기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둘째, AI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됐다. 그런데 AI는 전기를 먹고 자란다고 할 정도로 전기를 많이 쓴다. 미국 등 선진국은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안정적 전력 공급이 화두다. 탄소 중립과 AI, 이 둘 때문에 첨단산업이 많은 선진국일수록 전기를 많이 쓰게 된다.”

 

-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 전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첨단 반도체 공장 10개를 짓는다고 한다. 정부는 10기가와트(GW)면 전력 공급이 된다고 본다. 공장 1곳당 원전 1기쯤 발전 용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1기의 발전 용량은 1.3기가와트 정도다. 또 현재 우리나라 전체 발전 용량이 110기가와트인데, 이의 10%쯤을 용인 클러스터 혼자 쓴다는 것이다. 그런데 학자들은 이보다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본다. AI용 첨단 반도체 공장에는 현재 공장 1곳당 4개인 클린룸을 2배 더 크게 지어야 하고, 그만큼 전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 AI 데이터센터도 전력 소모가 많다던데.

 

“AI는 빠르게 연산하면서 전기를 쓴다. 연산할 때 열이 나는데, 열을 식힐 때도 전기가 들어간다. 우리나라 데이터센터 수요를 봤더니 추가로 48기가와트의 전력 설비가 필요하다. 현재 발전 용량의 절반쯤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전력 미스매치 문제

 

- 전력이 필요하면 발전소를 세우면 되지 않나.

 

우리나라의 발전 설비 투자는 1990년 이후 5.3배 늘었다. 하지만 송전망 투자는 1.5배 느는 데 그쳤다. 정치적으로 탈원전, 친원전을 오갔다. 그 사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막대하게 세웠지만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가 어긋나는 전력 미스매치만 남겼다. 발전 설비를 늘리는 게 전력 투자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 전력 미스매치, 어느 정도인가.

 

“재생에너지는 지리적 편차가 크다. 태양광, 풍력은 태양이 많이 비추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그러면 덥고 바람이 세서 살기 어려운 곳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런 곳에서 사람이 많은 사는 산업단지까지 전기를 끌고 오는 송전망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태양광, 풍력 발전 등은 남해안에 있고, 원전은 동해안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은 전력이 남고, 수도권은 부족하다.”

 

- 전기 남는 곳에 싼 가격으로 공장을 유치하면 안 되나.

 

전기 요금이 싼 지역에 공장을 세워도, 교육, 의료, 문화 등 인프라가 없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전국 단일 요금 체계여서 지역별 가격 차별화가 어렵다. 수도권 사용자가 송배전망 원가 부담을 더 지고 요금을 더 내야 하는 걸 쉽게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송전 인프라 투자가 중요한데, 송전선이 지나는 지역에 어떻게 보상할지 문제다. 그런데 송전을 독점한 한전은 빚만 200조원에 하루 이자만 120억원을 넘고 있어 보상 여력이 없어 보인다.“

 

◇ 재생에너지와 전력 공급 변화

 

-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릴 순 없나.

 

태양광, 풍력 등은 간헐성, 변동성이 특징이다. 24시간, 365일 전기가 절대로 끊어지면 안 되는 첨단산업에 안정적 공급이 어렵다. 발전이 부족할 때를 대비한 백업 장비가 있어야 하고, 넘쳐나면 충전할 시설이 필요하다.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모든 에너지를 청정 전기화하면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청정 전기화를 추진한 유럽은 친환경 비용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 무조건 따라 할 것은 아니다.”

 

- 한국은 지리적으로도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 태양광 이용률은 15%인데, 미국 캘리포니아는 23%에 달한다. 우리는 여름철 장마 등으로 일조량이 균일하지도 않다. 풍력도 덴마크는 풍속이 초당 10m로 일정한데, 우리는 초당 6~7m에 그친다. 이 정도 차이는 발전량에선 3~5배 격차를 낳는다. 불리한 지리 여건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

 

- 당장 필요한 대응법을 찾는다면.

 

첨단 공장 가까이에 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향후 수소 발전소로 개조하는 걸 전제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세워 가교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본다. SMR, 즉 소형 모듈 전자로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아직은 기술 개발 중이어서 시간이 필요하다. 천연가스든 원전이든 경제적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장기적으로는 청정 에너지 발전 기술을 충분히 확보하고 송전망도 확충해야 한다. 다만, 결국은 국민들에게 발전과 송전 비용이 크게 늘고 전기 요금이 오른다는 걸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에너지 경제학자 조홍종 단국대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전기는 초 단위로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하는 서비스”

 

전기는 공공재인가

 

조홍종 교수는 “전기는 한전 같은 공기업이 공급해서 공공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공공재는 아니다”라며 “적정 가격을 내고 전기를 쓰는 가격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럽게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전기는 공공재인가.

 

”아니다. 경제학적으로 공공재는 비배제성·비경합성이란 성격이 있어야 한다. 비배제성은 내가 돈을 안 내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경합성은 내가 써도 남이 쓰는 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기는 내가 돈을 낸 만큼 쓰는 서비스다. 내가 쓰면 남이 못 쓴다. 내가 1킬로와트시(kWh)를 쓰면, 발전을 더 하거나 송전을 해야 남이 쓸 수 있다. 한전이라는 공기업이 공급해서 공공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공공재 성격은 거의 없다.”

 

―전기는 일반 서비스와 뭐가 다른가.

 

”초 단위로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하는 서비스다. 우리나라는 주파수 60헤르츠(㎐), 즉 1초에 60번 진동하는 균일한 품질의 전기가 24시간, 365일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 초과 공급이 돼서 진동수가 61헤르츠 이상으로 오르면 어느 순간 정전이 된다. 거꾸로 수요가 많아 59헤르츠 밑으로 떨어지면 정전 가능성이 높아진다. 초과 공급도, 초과 수요도 정전을 부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전기는 꼭 공기업이 공급해야 하나.

 

전기는 발전·송전·소비라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전은 한전 자회사가 나눠 한다. 그런데 송전과 판매는 한전이 독점한다. 특히 판매를 독점하는 나라는 대만과 한국밖에 없다. 전기 송배전과 판매를 한전이 독점하고, 정부가 판매 가격을 통제해서 전기가 공공재처럼 여겨지게 했다. 그러다 보니 수요와 공급에 맞춰 가격이 조정되는 가격 원리가 전기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조홍종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2011년 단국대 경제학과에 부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거시경제, 에너지 자원, R&D(연구개발) 지식산업의 경제적 분석이다. 한국자원경제학회 수석부회장,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 위원, 환경부 배출권거래제선진화협의체 위원 등도 맡고 있다.

 

☞공공재

 

경제학에서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가진 상품·서비스를 가리킨다. 비경합성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비할 수 있단 뜻이고, 비배제성은 비용을 내지 않은 사람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발전용량과 전력량

 

발전소가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인 발전 용량은 와트(W)로 따지고, 발전소가 만들거나 소비자가 쓴 시간당 전력량은 와트시(Wh)로 측정한다.

 

-방현철 기자, 조선일보(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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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하루 이자만 120억… 전기 요금 정상화 시급하다

 

[朝鮮칼럼]

AI·반도체는 전기 먹는 하마… 중차대한 시기, 투자는 꿈도 못 꿔
한 해 이자 4조4000억에 가까워… 주식 60%가 産銀·국민연금 보유… 한전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
저소득층 전기료 보조 늘리고 가정용·산업용 전기료 정상화를
 

 

신월성원전 1, 2호기 사업장 전경. /대우건설

 

탈원전이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가장 싼 전력 생산 수단인 원자력을 버리고 우리나라의 조건으로는 경쟁력이 의심스러운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충당함으로써 탄소 제로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전 정부의 꿈은 꿈으로 끝날 것 같다. 2022년 원자력이 EU의 택소노미(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위한 새 분류 체계)에 포함된 것을 계기로 전 세계에 원전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다. 태양광·풍력 발전의 여건이 절대적으로 좋은 나라들까지도 축전과 송전의 어려움 등으로 소형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정부에서 고사 일보 직전까지 몰렸던 우리 원전 산업이 체코에서 원전 2기 건설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은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남의 나라 발전소를 지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나라에 필요한 전기를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것은 더없이 중요한 과제이다.

 

이미 세계는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갔는데, 인공지능 시대에는 한 나라의 경쟁력이 전기의 양과 질, 가격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 생산에 전력과 물이 엄청나게 소모될 뿐만 아니라 AI 시대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한다. 전기차 보급이 약간 주춤하고는 있지만 결국은 그 방향으로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도 에너지 다소비산업인 중화학공업에 치중했기 때문에 전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했지만 앞으로 더욱더 중요해질 것은 불을 보듯이 환하다.

 

EPRI(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30년까지 2배로 늘어나 미국 전력 소비량의 9%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도체·데이터센터·전기차 등의 수요를 중심으로 2038년 전력 수요가 지난해 여름 기록한 최대 전력 사용량 98.3GW보다 31GW 증가한 129.3GW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기의 질도 중요하다. 첨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앞서 높은 수준의 전력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낮은 정전 시간, 정전압 유지율 등 전통적 품질 기준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력 품질을 유지해 왔지만, 앞으로의 첨단산업에서는 품질 기준이 더 엄격해질 것이다. 데이터센터·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은 미세한 전류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순간전압 꺼짐, 역률 저하 등 새로운 개념의 품질 관리가 요구될 것이라고 한다. 미래 첨단산업 경쟁력은 전기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에 달려 있다.

 

발전·송배전·연구개발 등 전력 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이 시점에 전기 요금의 현실화 지연은 한전의 투자 역량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 한전은 최근 3년간 43조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대부분을 한전채 발행으로 메꾸어 왔다. 2023년 부채는 202조원에 달한다. 이자 비용은 하루 120억원이며, 연간으로는 4조4000억원에 가깝다. 한전 주식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51%, 국민연금이 7.3% 가지고 있는 만큼 이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다. 전기 사용자들이 전기 요금으로 부담해야 할 것을 다른 국민이 다른 형태로 부담하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피해는 이것만 아니다. 한전이 정상적으로 수익을 내게 가격을 조정해 주면 한전 주가는 6.3만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는데 최근 1.6만원까지 하락했다. 시가총액이 2015년 32.1조원에서 최근 12.5조원으로 떨어졌다. 이 시총 증발의 손실도 반은 정부와 국민연금의 몫이지만 25.5%를 가지고 있는 국민이 더 직접적 피해자다. 한때 30%를 가지고 있던 외국인들은 이제 14.6%만 남겨 놓고 있으니 좀 덜 미안하다. 한국 주식 저평가의 진면목이자 대표적 사례다. 증시 밸류업에 열심인 그 정부가 맞는가?

 

이런 재무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 차입의 비용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어 그만큼 투자는 지연되고 전력 생산 비용은 더 높아질 것이다. 최근 공급 비용이 낮은 산업용·일반용(서비스산업) 전기료를 주택용보다 더 비싸게 한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가정용 요금을 확 높여서 전기를 많이 쓰는 계층이 더 많이 부담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전기를 얼마 쓰지도 않는 저소득층에게는 전기료 보조를 늘려주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격을 통제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경우는 없었다. 가격을 억눌러서, 물가 통계를 분식해서 표가 얻어질 것 같은가? 여당은 경제 전체의 평가로 심판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조선일보(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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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도 野도 10년은 지원하자는데, 정부는 3년만 하자 하니…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담긴 반도체산업 지원책을 놓고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가 모처럼 전폭적인 반도체 지원에 의견을 모았는데 정부는 지원 규모, 기간 면에서 이보다 한참 뒤떨어진 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말로는 ‘반도체 국가 총력전’을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치열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K칩스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산업 시설투자 때 법인세를 깎아주는 세액공제의 적용 기간을 올해 말에서 3년 추가로 연장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앞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의 세액공제 기간을 2034년까지 10년 연장하자고 발의한 법안들보다 크게 후퇴한 방안이다.

세액공제 비율 역시 정부는 시설투자에 대해서만 대기업 15%, 중소기업 25%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시설, R&D 투자 모두 지금보다 공제 비율을 10%포인트씩 높이자는 여야의 제안에 크게 못 미친다. 여야는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이 반도체 기업에 지급하는 현금 보조금을 줄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법안에 넣었는데, 정부안에는 이런 내용도 빠졌다.

 

이런 정부의 소극적 태도의 저변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이미 높고, 자체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굳이 보조금을 주고, 세금을 장기간 깎아줄 필요가 있냐는 식의 발상이다. 하지만 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팹(공장) 하나 짓는 데 20조 원이 든다. 과거처럼 기업이 ‘혼자 알아서 잘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고충을 토로하는 게 기업들이 처한 현실이다.

한국이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에 머뭇거리는 동안 경쟁국들은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쏟아부어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미국에 투자한 삼성전자, 대만 TSMC는 설비투자액의 최대 25%에 해당하는 현금 및 세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일본의 경우 TSMC가 자국에 짓는 1호 반도체 공장에 이미 4조 원 이상을 지원했고, 2호 공장에는 6조 원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세제 지원책에선 세계 각국이 나라의 명운을 걸고 벌이는 반도체 투자 무한경쟁에 대한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다. 여야는 세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의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한국 반도체의 미래를 지킬 과감한 지원 방안을 관철시켜야 한다.

 

-동아일보(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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