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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적당히 내려놓고 내 맘대로 살기] [老배우의 거침없이 70년]

뚝섬 2024. 9. 10. 07:39

[노후, 적당히 내려놓고 내 맘대로 살기] 

[老배우의 거침없이 70년]

 

 

 

노후, 적당히 내려놓고 내 맘대로 살기


‘나이 60이 되니 모두 평등해지더라.’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끝난 사람’ 후기에서 읽은 구절이다. 작가 우치다테 마키코(75)가 환갑 전후 부쩍 늘었던 각종 동창회에서 느낀 점이라고. 학창시절 미남 미녀였건 아니건, 공부를 엄청나게 잘했건 아니건, 사회에서 잘나갔건 아니건, 모두 적당히 주름지고 구부정한 모습에 사회적으로는 ‘끝난 사람’이 돼 있더라는 것. 돈이 많고 적음도 이 나이쯤 되면 자기 책임이고, 길어진 여생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신세다.

인생이 잘 풀렸던 사람일수록 이 평등은 받아들이기 불편하다. 그러나 추억과 싸워 봐야 이길 수는 없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품위 있게 물러나기’를 말한다.

 

품위 있게 물러나는 자세

투자계 현인 워런 버핏의 장수 비결도 적당히 내려놓은, 자유롭고 소박한 삶의 표본과도 같다. 그는 94세 나이에도 매일 콜라와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를 먹지만 건강과 장수를 누린다. 포천지(誌)는 그 비결로 △8시간 수면 △카드 게임 △‘아무것도 없는 날’이 포함된 가벼운 일정 △하루 5∼6시간 독서와 사색 △감사하는 마음 △사랑하는 관계의 중요성을 아는 것을 꼽았다.

고령자가 급증하는 한국에서도 노년의 삶에 대한 조언이 넘쳐난다. 필자가 격주 연재하는 ‘100세 카페’에서도 자신의 삶을 찾아 열심히 살아가는 고령자들을 소개했다. “궁금했던 동년배들 삶을 엿보게 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도 한다.

6070세대 삶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 시기가 없다. 과거에 없던 ‘젊은 노인’들이 출현했고 이들이 어떤 길을 만들어 나가느냐는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줄 터다. 덤처럼 주어진 수십 년 세월을 어떻게 보람되고 즐겁게 만들어 갈 것인가. 이렇다 보니 노년의 의무를 강조한 ‘○○해야 한다’ 유가 강조된다. ‘나이 들면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거나 ‘얼마 이상 돈을 모아야 한다’거나, 적절한 일과 지적 자극이 권장되기도 한다. ‘○○대가 되어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것’ 유의 겁주는 내용도 적지 않다. 노인으로 사는 일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것이다.

“60부터는 대충 멋대로 살자”

노년의 여러 숙제를 강조하다 지쳐서일까.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노년에는 ‘대충대충,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주장이 대안처럼 떠오르는 듯하다. 정신과 의사 호사카 다케시는 저서 ‘대충 사는 노후를 권함’에서 “제2의 인생이 주는 스트레스를 버리라”고 충고한다. △‘이렇게 해야만 한다’를 버려라 △인간관계도 적당히 대충 △작은 일에도 지치는 스스로를 용서하자 △‘돈 부자보다는 시간 부자’ 정신으로 △건망증, 잊을 수 있음이 노인의 힘이다 △무리하지 않고 쓸데없이 애쓰지 말고 ‘적당히 대충’ 사는 게 좋다고 강조한다. ‘이부자리는 매일 개지 않아도 된다’ ‘규칙적인 식사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 등 깨알 같은 조언도 있다.

‘70세의 벽’ ‘80세의 벽’ 등 노년 전문 서적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정신의학자 와다 히데키도 ‘60세부터는 멋대로 살자’라는 신서(新書)에서 ‘몸과 마음, 환경이 격변하는 60대는 제2의 인생을 즐기기 위한 터닝포인트’라며 건강이건 식생활이건 돈이건 인간관계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고 한다. 목차를 보면 △일부러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마른 체형보다 조금 통통한 체형이 장수한다 △혈압도 콜레스테롤도 조금 높은 쪽이 머리가 맑다 △고령자야말로 고독을 즐겨라 등이 있다.

노년의 삶에 정답은 없다. 누군가로부터 성적표를 받는 것도 아니다. 각자 좋은 대로 살고 스스로 만족하면 최고 아닌가. 운동을 하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낙관주의와 함께 몸과 마음, 삶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서영아 콘텐츠기획본부장, 동아일보(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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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배우의 거침없이 70년 

 

연기 인생 70년을 바라보는 배우 이순재. /고운호 기자

 

대학 시절 그는 연기를 하고 싶어 연극반에 들어갔지만 배역이 주어지질 않았다. 3학년 때는 총무를 맡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총무는 어지간한 일에 다 얽혀 있고 모든 자리에 웬만하면 빠지지 않는다. 그가 배역 대신 총무를 맡게 된 이유는 연습 때 써보곤 “넌 안 되겠다”며 빠꾸(퇴짜)를 계속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청년은 바깥으로 나가서 1956년 ‘지평선 너머’라는 연극으로 데뷔했다. 첫 배역은 예순 살 먹은 노역(老役). 그때는 몰랐다. 장차 프로 무대에서 누구보다 오랫동안 연기를 하게 될 줄은. 70년 가까이 흘러 이제는 최고령 현역 배우가 됐다.

 

연기란 자기 몸뚱이를 가지고 능력껏 표현하는 일이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평가받는 직종. 눈치 보지 말고 두 발 다 담가야 한다. 그러나 히트작을 내고 인기를 얻을 땐 조심하라고 그는 말한다. 이미지는 감옥이라 갇히면 끝장이다. 그는 성공한 캐릭터인 ‘대발이 아버지’를 5~6년 더 우려먹을 수 있었지만 끝나자마자 버렸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MBC

 

배용준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한류를 일으켰다면 중국에 최초로 수출된 드라마는 ‘사랑이 뭐길래’였다. 하지만 그는 대발이 아버지를 재연해본 적이 없다. “배우는 텅 빈 상태에서 스탠바이하고 있는 존재예요. 배역을 맡으면 늘 백지(白紙)에서 시작합니다. 그 백지 위에 새롭게 개성을 그려나가고 끝나면 싹 지워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인물에 사랑과 연민을 담았다. 보면서 웃다가 콧날이 시큰했다.

 

이 노배우는 1934년생 이순재다. 근년에는 기억력 쇠퇴를 방어하는 중이다. “암기력은 배우의 필수조건이고 그걸 못 하면 내려와야 한다”며 그가 비방을 들려줬다. “암기훈련을 자주 합니다. 기억력 감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어요. 틈날 때마다 미국 대통령 이름을 1대 조지 워싱턴부터 46대 조 바이든까지 죽 암송하곤 합니다.”

 

“연기는 할수록 더 어렵고 내 양심이 더 잘 안다”는 이 배우 말마따나 삶은 탄탄대로가 아니다. 난관이야말로 인생의 거름이라고 했다. 왜 아직도 연기를 하는지 묻자 돌아온 답은 단순하고 명쾌했다. “솔직히 이것밖에 할 게 없으니까 하는 거예요.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니까 합니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 오늘에 이르렀다. 거침없이 70년. 

아흔 살 현역 배우 이순재.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조선일보(2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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