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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트럼프 '관세 폭탄' 비난할 자격 없다] ....

뚝섬 2025. 2. 25. 10:31

[한국은 트럼프 '관세 폭탄' 비난할 자격 없다]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과 한국]

['관세 전쟁' 포문 연 트럼프, 한국도 다음 타깃 될 것]

[“미중 무역전쟁, 극단 갈등 안가겠지만… 中, 희토류 규제로 반격 가능성”]

[백악관의 '베스트 커플']

 

 

 

한국은 트럼프 '관세 폭탄' 비난할 자격 없다

 

자유무역으로 성장한 나라가
무역 정책은 정치 논리로
OECD 최고 수준인 한국 관세
트럼프 통상 공격 방어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교역 대상국의 관세에 따라 미국도 '맞대응'을 하겠다는 상호 관세 조치를 발표한 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지켜보는 모습. /AFP 연합뉴스

 

가끔 해외 ‘직구’로 홍차를 주문해 마신다. 한국 소매점과 가격 차이가 너무 나서 어쩔 수가 없다. 한 통에 4만6000원 하는 프랑스 홍차를 직구로 사면 배송비 포함해도 1만원 이상 싸다. 가격 격차의 가장 큰 이유는 관세다. 홍차 수입할 때 붙는 관세가 40%에 달한다. 한국 녹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번거로워도, 소량 구매라 관세가 면제되는 직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대로 ‘관세 전쟁’을 개시했다. 속도·강도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다. 경제학자들은 역사 속 수많은 사례를 들어 관세 전쟁이 미국과 교역국 모두를 패자(敗者)로 만들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은 종종 자유무역의 힘을 증명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그런데 ‘자유무역의 아이콘’ 한국의 관세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8.6%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한국을 뺀 나머지 나라의 평균은 1.9%에 불과하다. 조사 대상 190국 전체로 봐도 한국 관세율은 상위 30%쯤에 들어간다. 세네갈·탄자니아·모리셔스·마다가스카르 등 저개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의 높은 관세율은 장기간에 걸쳐 굳어졌다. 관세를 올리라는 농민 단체 등 생산자의 목소리는 큰 반면, 내리겠다고 ‘총대’ 메는 사람은 없어서 생긴 일이다. 정치적 결정이다 보니 경제적 상식과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홍차만 봐도 그렇다. 녹차의 경쟁자(대체재)는 홍차보다는 커피일 테지만, 커피 관세는 0~2%로 매우 낮다. 경제 교과서에 무역 장벽의 폐해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소비자의 선택권 감소’다. 한국 음료 소비가 커피로 쏠리는 현상이 우연은 아니다.

 

쌀은 비합리적 관세의 대명사다. 쌀 농사짓는 농민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특히 크다 보니 관세율이 약 500%에 달한다. 초고율 관세로 인한 무역 분쟁을 방지하려 한국 정부는 매년 쌀 40만t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기로 WTO와 합의했다. 한국 생산량의 10% 정도 되고 가공용 쌀로만 가끔 풀리는데도(대부분은 창고에 쌓인다) 농민 단체는 이조차 없애라고 반발한다.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이들의 ‘표’를 노리고 온갖 보조금을 얹어주는 악순환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 많은 과일에도 수십%씩 관세가 붙는다. 지난해 가격이 폭등해 소동이 일었던 사과 관세는 30%로 책정돼 있다. 이마저도 하나 마나 한 얘기다. 검역을 이유로, 사과는 수입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1999년 10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각료 회의 기간 중 열린 자유무역 반대 시위. 자유무역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경제학자들은 이야기하지만 이 과정에 특정 지역이나 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면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위키커먼스

 

한국의 최대 수입품인 원유에도 비상식적 관세가 붙는다. 기름 안 나는 나라들은 대부분 원유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원재료’를 싸게 들여와 가공해 쓰는 편이 정유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OECD 비(非)산유국 중 유일하게 원유에 관세(기본 세율 3%, 일부는 한시적 인하 중)를 부과해 왔다. ‘세수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효성 없는 얘기다. 다른 선진국처럼 소득세·법인세·부가세 비율이 훨씬 커져, 한국의 세수 중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 10%대에서 지난해 2%로 줄었다.

 

트럼프가 던지는 ‘관세 폭탄’의 원칙 중 하나는 상호주의다. ‘너희가 때리는 만큼 때린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지난 14일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자 많은 미국 매체가 한국을 관세율 높은 나라의 예시로 거론했다. 한국 정부는 이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미(對美) 수입품 관세는 0.79% 수준으로 매우 낮다”는 보도 참고 자료를 냈다. 이런 논리가 먹힐까. 트럼프는 관세뿐 아니라 부과세·보조금·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모두 고려해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고 있다. 기준은 맘대로 정할 것이다. 우리도 때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한국의 무역 장벽을 트럼프가 이해해줄지 모르겠다. 

 

President Donald Trump signs an executive order in the Oval Office at the White House, Monday, Feb. 10, 2025, in Washington, as Commerce Secretary nominee Howard Lutnick talks. (Photo/Alex Brandon)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미국을 방문 중인 국내 주요 기업 대표 사절단을 만나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이상을 미국에 투자해야 ‘패스트트랙’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했다. 투자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환경 평가와 안보 심사 등 주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하게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대미 투자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통상 당국은 ‘10억 달러’가 투자 하한선이 아니라 “투자를 많이 해달라”는 독려 차원으로 해석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만 볼 일은 아니다. 한국 기업이 1억 달러를 들여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 등의 투자 성과를 강조하는 가운데 10억 달러를 언급한 것은 ‘그 정도론 부족하다’는 미국 측의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미국 측은 투자를 약속할 경우 1년 내 착공 등 구체적 실행이 필요하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도 했다. ‘2년 연속 대미 투자 1위’라는 사실을 강조해 통상 압력을 줄이고자 노력해 온 한국으로선 고민이 많아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한 달여간 미국은 모든 국제관계를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앞세운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부를 정도다. “친구(동맹)와 적들이 미국을 이용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하는 미국 앞에서 ‘피로 맺어진 70년 동맹’ 같은 감정적인 호소는 더 이상 먹히기 어렵다.

 

그간 한국은 지난 8년간 1600억 달러 이상을 미국 제조업에 투자했고,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 사실을 강조했다. 조선, 에너지, 원자력,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등 양국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도 제시했다. 필요한 전략이지만 미국의 마음을 흔들기엔 부족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빅 프로젝트’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미국발 관세 폭풍이 거센데도 아직까지 한국의 대책은 무역금융 확대 등의 수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해서 줄 것은 주되 받을 것은 확실히 받아내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비즈니스를 앞세운 미국과 상대하려면 당분간 과거의 미국은 철저하게 잊어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김신영 국제부장, 조선일보(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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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과 한국 

ⓒ News1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결국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동부 시간 기준 4일 0시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1일 서명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천명했고, 중국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이고 이웃 동맹국에 대해서도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전선이 확대될 예정이다. 안보·경제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우방인 한국도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미 미국은 한국의 가전제품, 반도체 등을 콕 찍어 관세를 압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무역전쟁의 결과는 승자 없는 공멸이었다. 1930년 미국이 제정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각국의 관세 인상 경쟁을 초래해 대공황을 악화시켰다. 세계 교역이 3분의 1로 줄고 세계 경제 규모가 15% 쪼그라들었다. 1960년대 미국과 유럽의 닭고기 관세 전쟁, 1980년대 미일 무역 갈등, 트럼프 1기의 미중 무역전쟁 모두 물가 상승, 공급망 훼손, 일자리 감소 등 세계 경제에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최대 피해자는 전 세계 소비자였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특히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관세 조치로 멕시코에 북미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직접적 피해가 예상된다. 향후 관세가 한국산 제품으로 확대되면 현재 무관세가 적용되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이 미국 시장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다.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둔화하면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약 65조 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관세 충격이 아직 닥치지 않았는데도 이미 지난달 한국 수출은 1년 전보다 10.3% 줄어 1년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의 경제 체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맞닥뜨리는 무역전쟁의 충격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이 될 수 있다. 정쟁에만 매몰돼 방관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을 집어삼킬 수도 있는 거대한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동아일보(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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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 포문 연 트럼프, 한국도 다음 타깃 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25%, 중국산에 10% 추가 관세를 물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예고됐던 미국발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은 불법 이민자 유입과 마약 유통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보는 나라를 겨냥해 무역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대미 무역 흑자 1위인 중국 등에 이어 8위인 한국과 6위인 대만이 다음 타깃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대부분 수출품이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이 타격받을 것이다. 기업들이 무역 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전 세계에 생산 기지를 구축한 만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당장 멕시코에 지은 자동차·가전·철강 생산 공장은 25% 관세 폭탄을 얻어맞게 됐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10~20%의 보편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이 0.7%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중국·멕시코 등 최대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고율 관세를 때린 다음, 개별 협상을 통해 공존 방안을 찾았다. 한국 등 여타 흑자국에 대해선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 내용을 수정하는 식의 협상이 진행됐다. 트럼프 2기 정부도 보편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국가 간 개별 협상을 통해 이익을 최대한 챙길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국은 발 빠르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과 투자 확대 방안을, 유럽은 여기에 더해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리는 대안을 모색 중이다. 인도 등은 미국산 철강·곡물 수입을 늘려 대미 흑자를 줄이는 해법을 찾고 있다. 반면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은 무역 전쟁에 대응할 컨트롤 타워조차 불분명하다. 정부는 미국 원유·가스·곡물 수입을 늘리고, 기업들은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거나 기존 미국 공장의 생산량을 더 늘리는 해법을 신속히 모색해야 한다.

 

미국발 무역 전쟁은 우리가 대응하기에 따라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첨단 산업 경쟁력을 더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트럼프가 ‘한미 조선 협력’ 필요성을 제기한 것처럼,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제조업 역량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분야처럼 조선·반도체·2차전지·인공지능 등 다른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 모델을 구축해 트럼프 행정부가 펼칠 ‘미국 우선주의’ 전략에 경쟁국보다 먼저 올라타야 한다.

 

-조선일보(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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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극단 갈등 안가겠지만… 中, 희토류 규제로 반격 가능성”

 

‘미중 관계 전문가’ 왕융 中 베이징대 교수
관세 전쟁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 ↑… 물가 급등 등 美 경제도 피해
트럼프 2기에 경제 중시하는 출신 多
中과 극단적 갈등 피하려 할 것… ‘정치 혼란’ 韓 외교 소외 우려

 

중국의 대표적인 미중 관계 전문가 왕융 베이징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중국 또한 희토류 미국 수출 금지 등 다양한 방안으로 맞설 수 있다”며 “미중 관계가 극단적인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양국 지도자들이 적극 협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중국 추가 관세 부과로 당분간 양국이 ‘보복’과 ‘맞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중국과 미국이 관세를 둘러싸고 보복을 주고받으며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미국 전문가 왕융(王勇·59)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겸 미국연구센터장은 4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 부과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을 이같이 진단했다. 아직 양국이 협상할 여지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공언한 60%까지 관세를 끌어올릴지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일단 통상 전쟁이 시작된 만큼 당분간 미중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여 년간 미중 관계를 연구한 왕 교수는 “중국산 희토류의 미국 수출 규제 등 중국의 반격 카드도 분명히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처럼 일방적으로 중국을 압박하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결국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 경제에도 부담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왕 교수와 지난해 12월 26일 베이징대에서 첫 대면 인터뷰를 가졌고 이달 2일까지 세 차례 보충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만났을 때 왕 교수는 2차 미중 무역 갈등이 “비교적 원만하게 조정될 수 있을 것”이란 식으로 전망을 펼쳤다. 하지만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를 공식화한 뒤에는 그의 말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경계심과 고민이 한층 더 깊게 배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위협이 아닌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마약 펜타닐 원료의 미국 반입을 해결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 중국에 일방적으로 미국을 따르라고 강요할 일이 아니다. 미국이 지금처럼 각국과 연관된 모든 사안에 관세 ‘몽둥이 위협(大棒)’으로 나선다면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반발을 살 뿐이다.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도 높은 맞보복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을 거론한 만큼 중국 또한 펜타닐에 관한 추가 협상을 준비할 것이다. 동시에 WTO 제소를 포함해 미국에 대한 다양한 반격 카드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대중국 관세율을 10%로 제시했지만 중국을 추가 압박하고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관세를 단계적으로 더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중국과 미국이 번갈아 가며 보복과 맞보복에 나서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보복 조치에는 어떤 게 있을까.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양국은 제1차 무역전쟁을 벌였다. 당시 중국 또한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번에도 이 같은 보복 관세 부과가 우선 진행될 수 있다.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이한 중국이 (보복 관세뿐 아니라) 더 다양한 보복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중국은 희토류에 대한 추가적인 수출 통제가 가능하다.”

중국은 반도체,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희토류, 흑연, 갈륨의 전 세계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이 쓰인 이중용도 제품의 미국 수출을 불허하는 등 광물 장악력을 미국에 맞서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현지 매체 또한 중국 당국의 이런 행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경제매체 징지관차(經濟觀察)보는 갈륨 및 게르마늄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중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발빠른 반격에 나섰다”, “미국의 가장 아픈 지점을 건드렸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놨다.

미중 관계 전문가로서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무엇인가.

“세계 경제 및 무역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펜타닐 같은 마약은 사실 미국 내부의 문제인 측면이 크다. 각 나라의 자국 내부 의제가 국가 간 경제 및 무역 정책에 과도한 영향을 주면 안 된다. 이는 국가 간의 상호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다만 이번 관세 부과 조치에서 보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제재 수단을 과도하게 남용하고 있어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

● ‘거래’ 중시하는 트럼프, 美中 협력 나설 가능성 있어

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우려를 표했지만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를 중시할 뿐 아니라 재집권한 지도자로서 집권 1기 때보다 성숙해졌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좋지 않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런 만큼, 당장은 관세 압박을 가하더라도 향후에는 양국 관계의 안정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 월가 출신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후보자의 존재도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을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가 출신인 세 사람 모두 미중 관계 악화가 양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후 트럼프 1기의 보호무역 정책을 주도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가 중국 지도층 사이에 필독서가 됐다고 들었다.

“맞다. 라이트하이저는 그 책에서 중국을 ‘악(惡)의 세력’으로 묘사했다. 관세를 통해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재무장관 후보자로도 거론되던 그를 발탁하지 않고 월가 출신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베센트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결국 트럼프 2기의 정책이 1기 때와 다를 것이란 점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관세를 통해 고질적인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그 부담을 미국 소비자가 져야 한다는 지적은 미국 기업과 경제 전문가들도 내놓는 우려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미 소비자물가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미 주식시장과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가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유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4년간 미국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빠졌다는 점을 꼽는다. 거래와 셈법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전인 미중 무역 전쟁이 미 민생 경제와 물가에 악재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 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과 집권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무역 전쟁을 피하고 미중 협력을 이끌 만한 대안이 있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미국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를 원한다. 즉 비야디(BYD) 등 중국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짓는다면 이를 반길 것이다. 1980년대 무역적자 문제로 미국과 일본이 갈등을 겪었을 당시 일본 또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해 미국과의 갈등을 해소했다. 중국 또한 이런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본다.”

● “북-미 직접 대화 시 한국 부담 커질 듯”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지도자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 패권 유지, 민주주의, 자유 등 이데올로기를 중시했다.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이념에 대한 관심이 적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협력하면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전 세계 분쟁을 해결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어 한다. 이를 통해 노벨 평화상을 받기를 원한다는 관측이 많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가진 중국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 달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트럼프 2기의 북-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고, 북한과의 거래를 통해 자신의 외교 성과를 쌓기를 원한다. 두 사람이 만난다면 바이든 행정부 당시 악화일로로 치닫던 북-미 관계가 일단 안정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밀착한다면 이를 이용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의 한중일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중일 3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나라들이다. 때문에 서로 적극 협력해야 한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협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포함된다. 3국의 협력은 동북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정세 안정은 물론이고 ‘보호무역주의 반대’라는 상징적 의미를 전 세계에 보여 줄 수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 또한 양국 최고지도자의 상호 방문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빠르게 관계 회복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 계엄 및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중국과의 관계 회복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외교 논의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

 

왕융(王勇)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1966년 중국 안후이성에서 태어나 1996년 베이징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모교인 베이징대의 국제관계학원 교수 겸 미국연구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당교 교수, 중국미국학회 상임이사 등을 통해 정부 자문으로 활동하며 당국의 외교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객원교수를 포함해 미국 영국 대만 등의 대학에서 두루 연구 활동을 하는 등 글로벌 감각을 갖춘 국제관계 전문가로 통한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동아일보(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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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베스트 커플'

 

[특파원 리포트] 

 

백악관에 출입하는 피터 두시 폭스뉴스 기자(왼쪽)와 커린 잔피에어 전 백악관 대변인. /인스타그램

 

금발에 키가 헌칠한 피터 두시는 폭스뉴스의 백악관 출입 기자다. 부친도 언론인인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귀환한 지금 워싱턴 DC에서 가장 잘나가는 언론인 중 한 명이다. 트럼프가 사랑하는 폭스뉴스니만큼 ‘피터’라 부르며 질문하게 하고 있고, 최근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남긴 편지에 관한 특종도 했다. 트럼프 세상이 된 1월 20일 전에도 두시는 다른 의미에서 존재감이 남달랐다. 바이든 정부가 하는 일을 사사건건 트집 잡고 때로는 기괴한 질문까지 던졌다. 마이크가 꺼진 줄 안 바이든이 “멍청한 개자식”이라고 욕을 했을 정도다.

 

지난 2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두시와 진검승부를 벌인 게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커린 잔피에어다. 두 사람은 거의 매일 충돌했다. 지난해 6월 바이든이 대선 후보 토론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교체론이 일자 두시는 한 기사를 인용하며 “백악관분들은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인가요?”라고 물었다. 잔피에어는 “피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받아쳤다. 충돌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의 질의응답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있는 밈(meme)이 됐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두시의 인사말에 커린이 “당신이 제 기분도 신경 쓰나요?”라고 유쾌하게 받아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미국이 국민은 웃었고 “어쩌면 둘이 몰래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일지도 모른다”는 농담까지 돌았다.

 

각자 서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두 사람이 바이든 정부가 끝나기 이틀 앞두고 사진을 찍었다. 그 안에는 왠지 모를 뭉클함이 있었다. 두시는 “커린이 항상 내 질문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나를 호명했다”며 “우리는 몇 년 동안 많은 뉴스를 만들었고, 이제 당신의 행운을 빈다”고 했다. 커린이 두시의 짓궂음을 감내한 이유가 마지막 브리핑에 있었다. “언론의 자유가 국가의 초석이며 권력자에게 질문하고 책임을 묻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안다. 브리핑룸 안의 우리가 항상 같은 생각일 수 없지만 괜찮다. 민주주의의 일부이고 그걸 함께하게 돼 영광이었다.”

 

임기 막판 한국의 탄핵 정국에 관한 질문에 시달리던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맺음말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거나 중요한 정책적 선택을 할 때 ‘이걸 언론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이 몇 번인지 모른다”며 “여러분의 질문에 답하는 이 전통이 계속돼야 우리 정부가, 우리나라가, 그리고 세계가 더 좋아진다”고 했다. 정권 재창출 없이 단명(短命)한 바이든 정부는 역사 속 실패한 정부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오가는 치열한 문답 속 미국은 또 한 번 진보하고 있었다.

 

-워싱턴=김은중 기자, 조선일보(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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