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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통상 전문가 한 총리 복귀 시간 끌면 안 돼] ....

뚝섬 2025. 3. 7. 10:56

[헌재, 통상 전문가 한 총리 복귀 시간 끌면 안 돼]

[美 실효 관세율도 모른다는 정부]

[‘칩스법’ 뒤집겠단 트럼프… 美 의회-유권자 통해 막을 수 있다]

[트럼프 관세에 美 테슬라 울고,  BYD는 웃는 이유]

[무너지는 한국 '초격차', 벼랑 끝 몰린 주력 산업들]

[관세폭탄이나 딥시크보다 더 두려운 것]

 

 

 

헌재, 통상 전문가 한 총리 복귀 시간 끌면 안 돼 

 

2025년 2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덕수 총리가 변호인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헌법재판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은 지난달 19일 변론이 끝나고 선고만 남았다. 통상 최종 변론에서 선고까지 2주일 정도 걸리는 만큼 이번 주 선고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의 수사 기록을 받아달라는 민주당 측 요청을 수용했다. 재판 심리가 다 끝났는데 참고 자료를 요청하는 것도, 이를 받아주는 것도 이례적이다. 검찰은 수사 기록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한 총리가 계엄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용현 전 국방 장관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한 총리를 부르면서 “소집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한 총리는 계엄을 사전에 몰랐는데 무슨 ‘내란 공모’인가. 민주당이 한 총리를 탄핵한 진짜 이유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다. 내란 공모’는 둘러대는 것일 뿐이다.

 

민주당이 변론이 다 끝난 뒤 뒤늦게 다른 국무위원들 수사 기록을 받아달라는 것은 한 총리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이후로 미루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 이상한 것은 헌재가 이런 시간 끌기를 받아줬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정은 당리당략을 따질 때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거론하며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과 한국 관세를 연결하고, 전임 바이든 정부가 삼성·SK에 법으로 약속한 수십억 달러 보조금도 뒤집으려 한다. 미국은 대미 무역 흑자가 큰 나라부터 국가별 협상을 시작해 4월부터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협상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통상 전문가로 주미 대사까지 지낸 한 총리가 두 달 넘게 발이 묶여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국내 경제는 올해 1월부터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2월 폐업한 건설사만 103곳에 이른다. 한 총리는 경제부총리도 지냈다. 안보·경제 위기가 동시에 다가오고 있다. 한 총리가 다시 국정에 복귀하고 최상목 대행은 경제부총리 역할에 전념해야 한다. 헌재는 하루빨리 한 총리 복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조선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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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실효 관세율도 모른다는 정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보다 관세가 높은 국가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관세 포탄이 한국으로도 향할지는 당연히 온 국민의 궁금증이다.

 

한국과 미국이 서로에게 실제로 관세를 얼마나 부과하는지 알아야 판단이 가능했다. 이미 정부가 한국의 실효 관세율은 0.79%라고 공개했기 때문에, 미국의 실효 관세율을 알고자 통상 당국에 전화를 걸었다. “협상 카드라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 정도는 각오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통상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하나같이 “미국의 실효 관세율을 모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 3달이 지나도록 미국의 관세율을 파악하지 않았다는 게 선뜻 납득이 가지 않았다. 통상 당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제로(0)’에 가깝기 때문에, 굳이 미국의 관세율을 파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에 자료를 요청해 받을 수는 있겠지만, 크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전반적인 관세 수준보다는 아직 관세가 남아있는 일부 품목별 관세율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 한국으로부터 관세를 얼마나 걷고 있는지 묻는 게 ‘외교적 결례’일 수 있다는 추가 설명도 곁들였다.

 

정부는 관세 수준 자체가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즉각 한국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이 0.79%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내고 “미국에 설명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관세 자체가 높다고 말한 게 아니라, 미국보다 4배 높다고 말했다. 관세가 얼마나 낮은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에 비해 더 많은 관세를 걷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0.2% 이하라면 “거 봐라, 한국이 미국보다 관세가 4배 높지 않으냐”며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런데 통상 당국은 최대한 우리의 협상 카드를 숨겨가면서 미국의 상황을 파악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의 실효 관세율이 ‘0.79%’라고 떡하니 공개하고는 상대의 패는 알아낼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 무역을 벌이고 있다”며, 부가가치세와 농수산물 검역 조항 등 비관세 장벽까지 들여다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관세가 낮으면 봐주고, 높으면 때리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 관세가 낮으니 문제없다”는 통상 당국의 한가한 태도에 걱정이 든다. 미국의 실효 관세율이 높은지 낮은지도 모른 채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가 낭패를 보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강우량 기자, 조선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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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스법’ 뒤집겠단 트럼프… 美 의회-유권자 통해 막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의회 연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지급하기로 한 반도체 보조금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인 이른바 칩스(CHIPS)법을 두고 “끔찍하고 끔찍한 일”이라며 “그 법을 없애겠다”고 했다. 2022년 미 의회는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을 미국 땅에 지으면 보조금을 준다’는 칩스법을 여야 합의로 만들었다.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그해 한국에 왔을 때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가장 먼저 찾을 정도로 반도체 기업 유치를 큰 국정 성과로 여겼다. 삼성전자는 칩스법 제정에 맞춰 텍사스주에 3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고, 제1공장의 외관 공사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38억 달러를 들여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투자액의 10%가 조금 넘는 47억 달러, 4억 달러를 각각 지급하기로 지난해 말 정식 계약을 마쳤다.

트럼프의 발언은 자국 법에 따라 상대국 기업과 맺은 계약을 뒤집겠다고 나선 것이다. 상궤를 벗어난 주장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특유의 기법일 수도 있지만 수용할 수 없는 발언이다.

 

트럼프 정부는 다수당인 공화당을 움직여 칩스법을 백지화하거나, 법 개정 또는 재계약을 통해 보조금 액수를 깎으려 들 수 있다. 우선, 법 폐지가 추진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텍사스, 인디애나 등 일자리가 생기는 곳의 현역 상원의원 4명, 주지사 2명이 모두 공화당 소속이란 점이다. “칩스법은 우리 시대의 큰 성공”이라고 말한 토드 영 상원의원(인디애나주)은 “보조금 문제로 공장 규모가 줄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미 상원은 52 대 48로 공화당 우위지만 공화당에서 3명만 반대하면 칩스법 폐지는 막을 수 있다.

법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조금 일부를 감액하는 법 개정이 추진될 우려도 있다. 트럼프 연설 이후 정치인들이 백악관을 접촉해 보조금 프로그램의 수정을 논의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도 있었다. 결국 관건은 수혜 지역 정치인들의 태도인데, 이들은 유권자의 생각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정부 대 정부의 협상과는 별도로, 미 유권자가 정치인에게 전화 걸고 편지 쓰는 방식의 풀뿌리 운동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보조금 삭감을 막을 길은 있다.

 

美가 때릴수록 中 반도체 자립 딜레마

중국은 어떨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지난달 10%, 3월에 추가 10% 관세를 맞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테크 시장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 몸값은 올라가는 중이다. 그간 자국 중심의 테크 분업 체계 구축에 절박하게 매달려 왔기에 비교적 관세전에서 선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전기차 BYD만 봐도 내수 시장에 주로 의존하고 미국 수출 물량이 미미하다. 자율주행 기술 기대까지 얹어 올 들어 30% 가까이 주가가 올랐다. AI 딥시크가 중국 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를 촉발한 덕도 봤다.

미국이 규제로 때릴수록 중국의 반도체 개발에 불이 붙는 딜레마도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웨이 칩이 중국의 엔비디아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 규제가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혁신 동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미중 패권전이라는 흐름 속에 우방국 중심의 분업 체계에 올인해 왔던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2기발 새로운 세계질서의 변화가 낯설다. 단순한 통상전쟁을 넘어 중국의 반도체 공세,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등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위기가 절박한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내부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이유다.


-김현수 경제부장, 동아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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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에 美 테슬라 울고, 中 BYD는 웃는 이유

 

요즘 서학개미들은 속이 끓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올린다” 한마디면 오르던 주가도 와르르 무너진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 1위 테슬라, 2위 엔비디아가 유독 폭락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부쩍 확산되는 테슬라 불매운동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美와 우방국 분업 체계 흔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특히 테슬라, 엔비디아 등 M7(매그니피센트 7)’ 주가를 뒤흔드는 것은 관세가 미국 경제를 결코 ‘위대하게’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치명적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반영한다. 미 빅테크 7개 기업을 일컫는 M7은 미국 ‘나 홀로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테슬라는 28.3%, 엔비디아는 16.1% 주가가 떨어졌고, 미 소비심리도 약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빅테크가 흔들리면 한국과 대만, 일본 증시도 덜컹거린다. 서로 긴밀한 분업 체계 속에 있어 서로에 대한 관세나 시장 침체가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팀 엔비디아’에 탑승한 SK하이닉스나 TSMC 주가가 지난주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자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이후 특히 테크 산업은 미국이 기술 혁신을 이끌면 한국과 대만이 반도체를 만들고, 중국에서 완성품을 조립한 뒤 세계 시장에 파는 분업 체계로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자 중국을 배제하는 ‘친구끼리’의 분업 체계로 방향이 바뀌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각국을 압박하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일본, 대만, 한국 등 ‘칩 4’ 동맹을 강화했다. 대만 TSMC도, 한국 삼성전자도 모두 중국 시장 타격을 일부 감내해야 했지만 안보 협력 속 분업 체계에 힘을 보탠 것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ASML도 마찬가지로 중국 수출을 희생하고 미국과 한배를 탔다. 단순히 무역 적자로 따지기 어려운 안보-경제 공동운명체를 다진 셈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분업 체계’를 미국 땅에 들여와야 한다며 한배를 탔던 친구에게도 관세전쟁을 걸어 오고 있다. 북미 자동차 공동 생산망을 구축했던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관세전쟁을 시작한 것이 매우 상징적인 장면인 이유다. ‘관세 협박’만으로도 공급망에 불확실성의 상흔을 남긴다.

 

게다가 미중 관세전쟁이 커지면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추가로 잃을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테슬라 매출에서 중국 시장 비중은 약 20%, 엔비디아는 13% 수준에 달한다.

 

-동아일보(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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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한국 '초격차', 벼랑 끝 몰린 주력 산업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20일 연임 취임식에서 "한국 경제가 벼랑 끝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면서 성장엔진 되살리기가 시급하다고 말했다./한경협 제공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에 재선임된 류진 회장이 취임식에서 한국의 기업 환경은 1997년 외환 위기 때보다 열악하다고 했다. 류 회장은 또 “첨단 산업 육성 법안들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성장 엔진을 되살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한국 경제는 갈림길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반도체 특별법, 추경예산 편성, 연금 개혁 등 민생 현안에 대해 또 결과 없이 막을 내렸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 폭탄을 쏟아내고,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국정 리더십 공백이 겹쳐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도 정치권은 선거를 의식한 작은 다툼만 벌이며 ‘민생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중국의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 출현 이후, AI, 양자컴퓨터, 자율 주행 등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국 간 기술 경쟁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에선 오픈AI가 한층 진화한 AI 모델 딥리서치를 공개했고, 테슬라는 AI 그록3 모델을 새로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자컴퓨터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마요나라1’을 공개했다.

 

반도체 부활을 위해 국가 총력전을 벌이는 일본에선 키옥시아가 세계 최초로 332단까지 쌓아 올린 낸드 메모리를 내놓으며 적층(積層) 경쟁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중국 화웨이는 세계 최초 3단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세계 최초’ 경쟁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쳤다. 중국 전기차 기업 BYD는 세계 최고 자율 주행 성능을 앞세워 현대차는 물론, 테슬라까지 제치고 전기차 수출 1위로 도약했다. 한국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 온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분야에서 경쟁국에 밀리기 시작했다.

 

류진 회장 말처럼 주력 산업들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인데도 돌파구를 열어야 할 정치권은 노조에 아첨하는 기업 규제에 열심이다. 반도체 연구 개발을 위한 ‘주 52시간 예외 조항’ 하나조차 못 풀고 있다. 계속 이대로 가면 정말 외환 위기를 넘어서는 경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조선일보(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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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폭탄이나 딥시크보다 더 두려운 것

 

최고 권력자가 등장하는 행사는 그 나라의 지향점을 말해 준다. 그 집단이 중국 같은 권위주의 체제 국가라면 더욱 그렇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며칠 전 소집한 좌담회에는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과 알리바바의 마윈, 화웨이의 런정페이, 비야디 회장 왕촨푸 등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죄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업 총수라는 점. 값싸고도 품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로 서방의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미국과 기술패권 경쟁의 선봉에 선 인물들이었다. 갈수록 독해지는 미국의 대중 압박과 고립 작전을 견뎌내고 14억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읽혔다.

최강대국도 미래 생존 위해 분투하는데

국가 차원의 ‘생존 본능’이 감지되는 모멘트는 최근 미국서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참화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를 쥐어짜서 안보 보장을 대가로 희토류의 50%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독차지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우방국의 약점을 들춰내 자원 확보를 노리는 약탈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환경 보존이라는 인류 공통의 희망을 배신하고 자국 에너지 공급 안정화를 위해 화석연료 개발도 맹추진 중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흠결 많은 권력자란 건 누구나 안다. 자국이나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 규범을 수시로 무시하고, 지도자의 품격을 지키기는커녕 이웃 나라를 상대로 조폭 같은 협박이나 인권유린을 일삼는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이 현존하는 위협에 맞서 국가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인드를 갖췄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취임식 때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같은 첨단 산업의 거물들을 연단 제일 앞자리에 세웠다. 건국 100주년인 2049년 미국을 능가하는 경제대국이 돼보겠다는 중국에 “감히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시진핑은 이에 맞서 수만 명의 디지털 전사를 집중 양성해 중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수호하겠다는 두 권력자의 다짐은 이제 글로벌 사회가 과거처럼 상호 공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홀로 각자도생해야 살아남는 시대라는 점을 간파한 결과다.

우리는 무기력증 언제 벗어던질 건가

이처럼 세계 최강대국들조차 자기 먹고사는 문제를 챙기기 바쁜 와중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성장률은 경제 규모가 몇 배는 더 큰 미국에 추월당한 지 오래고, 정치권이 혁신기업의 싹을 말려 죽이는 동안 투자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한국을 탈출하고 있다. 복지부동에 빠져 맹탕 정책만 양산하는 탄핵 정부 공무원들, 기업가정신을 잃고 현상 유지에 급급한 창업 3∼4세대 대기업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의 관세폭탄이나 딥시크의 공습이 아니라 이런 무기력함을 어느샌가 정상으로 여기고 위기 극복의 의욕마저 꺾여버린 모습이 아닌가 싶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지독한 생존 의지는 안타깝게도 요즘 많은 한국인들이 부러워하는 지도자의 면모이기도 하다.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전기 충격에도 속수무책인 경험을 반복한 개들은 나중에 피할 방법이 생겨도 탈출 의지를 상실한다는 실험 결과를 통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넛크래커에 끼인 호두’,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표현이 많았는데, 여기에 ‘셀리그먼의 강아지’가 추가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모두가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는 전쟁터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엉거주춤 헤매고만 있을 건가. 답은 이미 나와 있는데 절박함이 아직도 모자란 건지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

 

-유재동 산업1부장, 동아일보(2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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