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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감 국가 지정, 국정원 조사하자고?] ....

뚝섬 2025. 3. 27. 06:58

[美 민감 국가 지정, 국정원 조사하자고?]

['中 서해 구조물' 오랜만에 여야 한목소리 대응]

[한 야당 의원의 서해 걱정] 

 

 

 

美 민감 국가 지정, 국정원 조사하자고?

 

민감 국가 배경 된 보안 문제
"정부 연루 조사하자"는 민주당
세계가 치열한 정보 전쟁 중인데
제 눈 찌르는 일은 하지 말아야
 

 

외통위, 산자위, 정보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8일 오후 국회 외통위·산자위·정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 국가’ 지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 대리가 “‘민감 국가 목록’은 에너지부에 국한된 문제”라며 “큰일이 아닌데 마치 큰일인 것처럼 통제 불능 상황이 돼서 유감”이라고 말한 후였다. 실제 이 목록은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17곳의 보안과 용역 업체 통제를 위해 작성된다. ‘민감 국가’란 명칭 때문에 실체보다 일이 커진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안이 “윤석열 정부 외교 참사의 결정판“이란 주장을 꺾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민주당 의원들이 낭독한 기자회견문 내용이었다. 미국 측이 제기한 “민감 정보 취급 부주의” 문제에 대해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우리 정부 당국이 어디까지 연루”됐는지를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미 에너지부 감찰관실 보고서에 나오는 사례를 언급했다. 미 에너지부 산하 한 연구소의 용역 직원이 수출 통제 대상인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갖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적발됐고, ‘외국 정부’와의 소통도 확인됐다는 내용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외국 정부는 ‘한국’으로 대부분 추정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큰 문제”라며 “기술 유출 의혹은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  “동맹국을 상대로 기술 유출 공작을 시도한 것 자체가 위중한 동맹 훼손 행위”라며 국회 상임위를 열어 사건의 전말을 조사한 뒤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정보 활동이란 무엇을 했다는 것도 비밀이지만,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비밀이다. 미국이 직접 한국 정부나 국정원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아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미국 측이 “특정한 사례를 가지고 (보안 문제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약 상대국이 먼저 무슨 혐의를 상세히 공개했다면, 왜 일을 이렇게 처리하냐고 정부를 질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도 아닌데 우리 국회가 먼저 한국 정부에 ‘범죄’ 혐의가 있으니 조사해 보자고 나서야 할 이유가 뭔가.

 

민주당은 아마도 문제의 보고서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2023년 10월부터 2024년 3월까지의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럴 것이다. 정부·여당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소리를 하고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시기를 막론하고, 국정원이 우리에게 중요한 어떤 기술이나 정보를 미국에서 빼내려고 했다고 상상해 보자. 설령 그랬다고 한들, 그것이 우리 국회가 먼저 국정원을 불러 그런 시도를 했냐고 추궁하고 상대국보다 먼저 까발릴 일인가?

 

미·중 어디를 막론하고 지금 세계의 모든 나라는 치열한 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적성국이든 동맹국이든 내 나라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갖고 있다면 빼내려고 시도하고, 반대로 내 나라의 정보와 기술을 빼내려는 시도는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고, 그것이 어떤 경우에는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수도 있다. 미국이 동맹국을 감시·감청하다가 들통났다고 해서, 미 의회가 이를 금지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하게 된 배경에는 치열해진 신흥 과학기술 경쟁 속에 기술 보안을 강화하려는 흐름이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 국회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 흐름을 배우는 것이다. 제 눈 찌르기 식으로 우리 정보 활동을 파헤치기 전에, 우리 정보·기술을 빼 가려는 외국의 활동을 막는 조치부터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다.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김진명 기자, 조선일보(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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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서해 구조물' 오랜만에 여야 한목소리 대응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대형 철골 구조물 선란 1호기. 중국은 더 큰 형태로 총 12기의 선란을 2~3년 내로 서해에 설치할 계획이다. /칭다오 트위터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대형 철골 구조물을 무단 설치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당장 중단하라고 했다. 일주일 만의 당 공식 입장이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중국의 우리 해양 주권 위협 행위”라고 했고, 위성락 의원은 “중국의 서해 영향력 확대에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2020년부터 경계가 확정되지 않아 한중이 공동 관리하는 서해 잠정 수역에 양식용이라며 대형 구조물을 잇따라 설치했다. 인원을 상주시키고 우리 조사선의 접근도 막았다. 이런 구조물을 12개나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 영토 주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도 인공섬을 만들고 무력으로 접근을 막으며 군사 요새화했다. 동중국해에선 천연가스 시추 구조물을 10여 개 설치했다.

 

중국의 행태에 손 놓고 있으면 남중국해처럼 중국이 서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날이 올 수 있다. 정부 차원의 공식 대응뿐 아니라 여야가 한목소리로 항의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특히 친중 입장을 보여온 민주당의 입장이 중요했다. 이재명 대표는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나. 그냥 ‘셰셰’ 하면 된다”고 했다. 국제 정치에서 통할 수 없는 발상이다. 그런 민주당이 중국의 행태를 비판하고 서해 영유권 수호 입장을 밝힌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영토 주권과 안보 문제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공동 대응해야 한다. 국회 절대 다수를 점한 민주당이 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중국 구조물 철거 촉구 결의안을 내고 우리도 중국과 같은 구조물을 서해에 설치하는 비례 대응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 핵 문제와 한·미·일 협력 등에서도 여야 공동 대응 방안을 찾기 바란다.

 

-조선일보(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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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당 의원의 서해 걱정

 

“조태열 외교부 장관님은 미국 대변인 같습니다.”(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

 

두 귀를 의심했다. 아니, 다른 부처도 아니고 태극기 배지를 가슴에 달고 외국 정부를 상대하는 주무 부처 장관을 두고 남의 나라 대변인 같다고 하다니. 그것도 어디 뒷골목 술집도 아니고, 국회 외통위 긴급 현안 질의라는 공식 석상에서 명색이 국회의원이란 헌법기관의 입에서 그런 표현이 튀어나오다니. 한국이 미 에너지부의 민감국가에 지정된 까닭에 대한 장관의 답변이 못마땅하다 해도 좀 지나친 듯했다.

 

무엇보다 직전 정부에서 외교관 양성 기관이자 정책 싱크탱크인 국립외교원의 원장까지 지낸 학자 출신이 외교 장관을 그런 식으로 깎아내리니 한숨이 나왔다.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을 ‘가스라이팅’에 비유하는 책을 외교원장 신분에서 냈던 그의 전력이 다시 떠올랐다.

 

미 측이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릴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다 뒤통수 맞은 것에 대해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민감국가 리스트는 비밀이라 모를 수밖에 없다”는 식의 변명은 구차하다. 그러면 주미 대사관은 왜 나가 있고, 외교관들은 왜 미 정부 사람들을 만나며 정보 수집 활동을 하나. 민감국가 지정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그것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은 질타받을 만하다.

 

외통위에서 야당은 민감국가에, 여당은 중국의 서해 구조물 문제에 초점을 맞춰 질의했다. 회의는 3시간 30분간 길게 이어졌는데, 끝 무렵 기자의 눈에 들어온 ‘2분 15초’의 순간이 있었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이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이 중국 구조물에 대해 말했는데, 이것뿐 아니라 중국 해경·해군의 서해 영향력 확대도 심각한 안보 문제”라며 ”그런데도 우리의 대응은 수십 년간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역대 정부가 심각하게 대처해야 했는데, 기록용으로 문제 제기만 하고, 중국은 의례적으로 답하고, 그러고는 중국은 해상에서 하고 싶은 대로 또 하기를 반복하는데, 정부는 골치 아프니까 군도 외교부도 다 피해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민주당) 쪽에서 아무도 얘기 안 해서 굳이 제가 말씀드린다고 했다.

 

어떤 의원보다도 중국의 서해 영향력 확대 문제,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한 고질적 전략 부족의 병폐를 잘 짚은 듯했다. 소리치지 않고, 선전 선동의 어휘도 없었지만, 여야 의원, 그리고 출석한 여러 부처 장차관 모두의 귀를 잡아끌었다. 무게 있는 2분 15초였다. 그의 소신 발언 때문이었을까, 민주당은 바로 다음 날 당 대변인 명의로 “중국 서해 구조물 설치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당장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측이 구조물 근처를 점검하던 한국 해양선을 위협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지 일주일 만의 논평이었다. 주권 지키기에는 여야가 없는 법이다.

 

-노석조 기자, 조선일보(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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