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墓碑銘 쓰는 심정으로 심판 이유서 써라]
[“정녕 지시한 적 없습니까”]
헌재, 墓碑銘 쓰는 심정으로 심판 이유서 써라
[강천석 칼럼]
헌재를 지키고 허무는 것은 경찰 버스가 아니라 국민 설득하는 論理다
세계가 바뀌는 순간 한국의 선택에 국가 命運 달라질 것
한 시대의 막(幕)이 닫히고 있으나 다음 시대의 막은 오르지 않은 세계는 위험하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27일 발언은 그런 불길(不吉)한 느낌을 준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기존 관계는 이제 끝났다.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며, (캐나다와 미국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붙인 관세 전쟁의 불길이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번질지 아니면 벼랑 끝 타협으로 잠시 소강(小康) 상태에 들어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사건의 발화점(發火點)인 미국·캐나다 국경으로부터 수천㎞ 떨어진 한국도 지금과는 다른 세계를 살아갈 각오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국제 관계에는 동맹을 맺지 않고서도 동맹 이상의 관계를 갖는 국가 관계가 있다. 20세기 영국과 미국 관계가 그랬다. 팍스 브리태니커(PAX BRITANNICA)라는 이름으로 패권 국가로 군림했던 영국은 20세기 초 미국 국력(國力)이 영국을 추월하자 그 지위를 미국에 넘겨줬다. 역사 이래 최초의 평화로운 패권 국가 교체였다.
세계의 대세(大勢)를 거스르기 어려워 내린 국가 진로(進路) 변경이지만 독일의 도전에 정면 대응해 1차 세계대전을 무릅썼던 것과는 반대였다. 윈스턴 처칠은 자의반(自意半) 타의반(他意半)으로 정계에서 물러났던 시절 시골에 들어박혀 ‘영어 사용 국민의 역사’라는 책을 썼다. 다시 궂은 날씨로 변하는 유럽 정세를 바라보며 영국과 미국의 특수 관계를 강조해 유사시(有事時) 양국 협력의 토대를 다진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도 그에 버금가는 관계다. 자유시장 경제의 미국과 유럽식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캐나다는 체제는 달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특수한 나라였다. 수천km에 달하는 국경선에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다. 미국의 남쪽 멕시코 국경과는 사뭇 다르다. 선진 7국 정상회담에 국력이 미치지 못하는 캐나다 의자를 애써 마련해 준 것도 미국이다.
그런 두 나라 관계가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미국과 세계 모든 나라 관계도 내일을 알기 어렵다. 대전쟁과 대공황(大恐慌)은 “힘이 있는 나라는 책임 의식이 없고 책임 의식을 느끼는 나라는 힘이 없던” 불균형 상태에서 발생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전쟁터가 됐던 유럽도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트럼프의 요구를 무작정 뒤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 없이 버티기도 어려운 처지다.
흔들리는 세계의 문턱을 밟고 있는 한국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시속 200km 고속 전철을 타도 창문 커튼을 걷지 않으면 기차 안 승객은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 어느 외국 신문 서울 특파원은 조선일보 기자에게 고속 전철 안 승객과 바깥 사람의 느낌 차이를 이렇게 전했다. K팝에 끌려 한국 근무를 지원했다는 이 기자는 “한국 사정을 일어난 대로 기사로 보내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독자 항의가 잦다”는 것이다. 기사를 잘못 작성해 앞뒤 안 맞는 소식을 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국 독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은 사실 우리도 답답하다. 하필이면 트럼프가 세계를 바꿔놓겠다고 매일 큰소리를 해대던 작년 12월 3일 밤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을까. 그 사실을 극소수 장관과 여당 의원을 제외하곤 아무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전선(戰線)을 같이 지키는 동맹국 미국에도 귀띔을 안 해줬다는 게 한국 안보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냐는 외국 독자 질문에 우리도 말을 더듬는다.
더 말문이 막히는 건 이 대목이다. 전과(前科)가 4개나 되고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 어떻게 야당 대표로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가. 그런 그가 29개의 탄핵 소추를 지휘해 대통령을 직무 정지시키고, 그 빈자리를 임시변통(臨時變通)으로 메우던 총리 손발을 묶고, 총리를 이은 대행(代行)마저 몰아내겠다는 비현실적 상황이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거리의 탄핵 추진 세력과 반대 세력 규모는 비슷하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반작용은 피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그냥 법원이 아니다. 정치적 법원이다. 헌법재판소가 과거 심판했던 탄핵 인용과 탄핵 기각 이유서가 그것을 증거하고 있다.
재판관들은 국가 현실 위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재판관 8인이 각자 내린 판단은 판사 인생을 결산하는 묘비명(墓碑銘)처럼 평생 그들을 따라다닐 것이다. 헌법재판소를 둘러싼 겹겹의 경찰 버스들이 헌법재판소를 지켜주지는 못한다. 헌법재판소와 재판관을 지키고 허무는 것은 전원 일치가 아니라 심판 이유서가 얼마나 논리적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렸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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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지시한 적 없습니까”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최근 법원에 낸 의견서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그날 밤 정녕 저에게 의사당의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으십니까”라고 물었다. 곽 전 사령관은 “어떤 법적 책임도 달게 받겠다”면서 “대통령님이 그날의 진실을 가리고 저와 부하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든다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군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위법 부당한 명령에 따라 부하를 사지로 몰았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곽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부대원들을 국회에 출동시키고, 의사당 진입과 국회 단전 등을 지시한 핵심 인물이다.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그의 진술을 두고 윤 대통령 측에서 “의원이 아닌 요원” 운운하며 부인해 왔는데 이 의견서를 통해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라고 공개 질의나 촉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곽 전 사령관의 옥중 자필 메모에도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는 “우리 군은 의리를 원하는가? 정직한 것을 원하는가?”라며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경받지 못하고 이용당하고, 바보처럼 보이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곽 전 사령관이 어떤 의도로 이런 내용의 글을 썼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자신의 증언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 대한 답답함, 부하들에 대한 미안함, 원치 않는 상황에 휘말려 형사재판 피고인이 된 자신의 처지에 대한 복잡한 마음 등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날의 진실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후 곽 전 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군경 지휘부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했는지 명확하게 전모를 설명한 적이 없다. 다만 의원들을 끌어내란 지시가 있었다는 건 특전사 1공수여단장 등 곽 전 사령관 부하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등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내용이다. ‘정녕 지시한 적 없느냐’는 곽 전 사령관의 물음에 윤 대통령이 부끄럽지 않은 답을 내놓으면 된다.
-동아일보(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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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초선들 “마은혁 임명 안 하면 내각 모두 탄핵.” 李 선거법 2심 무죄 선고 이후 무소불위가 된 野.
○ 야당이 밀어붙여 통과시킨 중대재해처벌법,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키로. 이런 게 진짜 삼권분립.
-팔면봉, 조선일보(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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