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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법인세 1위] [ … 실물경제 얼마나 나쁘길래]

뚝섬 2025. 3. 31. 08:36

[한국은행이 법인세 1위]

[韓銀이 법인세 납부 1위라니… 실물경제 얼마나 나쁘길래]  

 

 

 

한국은행이 법인세 1위  

 

법인세 1위가 한국은행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자동차 등 ‘법인세 빅3 대기업’보다도 많아졌다. 지난해 한은의 당기순이익이 역대 둘째로 많은 7조8189억원이고 이에 따라 올해 납부하는 법인세액이 2조5782억원이라고 한다. 글로벌 증시 호황과 금리 하락의 여파로 외화 자산 운용 수익이 급증한 덕분이다. 법인세를 1년 전(5018억 원)보다 5배 넘게 낸다.

 

한은도 2016년부터 1조원 넘게 법인세를 내는 거액 납세자였으나 부동의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에는 못 미쳤다. 2018년 삼성전자 법인세 납부액은 16조8000억원으로, 단일 기업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법인세를 냈다. 그러다 반도체 불황으로 2023년 11조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다시 흑자 전환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12조4000억원에 달하지만 전년도 손실을 다음 연도에 공제해주는 것 등을 적용하면 올해 삼성전자 법인세는 수천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는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세금이다. 산업혁명으로 큰돈을 버는 기업들이 등장하니 1861년 영국이 소득세법을 개정해 기업을 법적 인격체(legal person)로 간주하고 독립적 납세 의무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남북전쟁(1861~1865년) 와중에 재정이 악화되자 잠깐 법인 과세를 도입했다가 폐지했다. 그러다 1909년에 법인 소득이 5000달러를 초과하면 1%를 과세하는 ‘법인 특별세’를 도입해 법인세 시대를 열었다.

 

▶각국 정부가 재정 확충을 위해 법인세를 걷고는 있지만 가급적 낮은 세율을 매기려고 경쟁하는 이상한 세금이다. 기업 이익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기보다는, 낮은 세율로 해외 기업을 유치하고 번 돈을 투자와 고용에 재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나라 경제에 더 이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도 아닌 한은이 제일 많은 세금을 내게 됐다는 것은 한은의 운용 수익이 급증한 덕분도 있지만 기업들이 돈을 별로 벌지 못했다는 말과 동의어여서 그리 달갑지 않은 뉴스다.

 

우리나라는 전체 세수 328조원 가운데 법인세(62.5조원) 비율이 19%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불황으로 기업들 실적이 좋지 않아 법인세 납부액이 전년(80.4조원)보다 18조원 줄어 정부 재정난도 가중됐다.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12조원에서 7조원으로 급감했다. 법인세 많이 내는 기업이 늘어 ‘한은의 법인세 1위’ 뉴스는 올 한 해로 끝나고 내년에는 등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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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이 법인세 납부 1위라니… 실물경제 얼마나 나쁘길래

 

올해 한국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는 법인은 대표 수출기업들이 아니라 한국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연차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지난해 해외 주식과 채권 매매로 수익을 많이 내면서 올해 낼 법인세가 2조5782억 원에 이른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법인세 납부 1위라는 건 정상이 아니다. 한은은 물가와 환율 등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지 영리기업이 아니다. 본연의 기능을 하는 과정에서 운용수익을 낼 수는 있지만, 해외 금융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지속가능성도 떨어진다. 한은이 낸 법인세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 대표기업들의 법인세를 추월했다는 것은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이 얼마나 위축돼 있고 수출과 내수 등 경기가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 중의 하나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11조5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법인세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적자가 났을 때 차후에 이를 반영해 세금을 깎아주는 이월결손금 등을 고려하면 올해 낼 세금은 수천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많게는 한 해에 6조 원가량을 법인세로 내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도 각종 공제항목을 반영하면 올해 법인세가 각각 2조 원대로, 한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기업들이 보릿고개를 넘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와 상호관세 부과가 다가오면서 수출에 초비상이 걸렸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며 내수가 위축되고 신용 위험이 커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래 갈 경우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영국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9%까지 낮춰 ‘0%대 성장’을 예상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2%로 한꺼번에 0.8%포인트나 내렸다.

기업이 살아나야 세수가 늘어나고 경제도 회복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최근 여야 합의로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에 50조 원을 투자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 조성에 시동을 걸었는데,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한 이런 노력이 더 이어져야 한다. 미국발 관세 폭격에 기업들이 피격되지 않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한은이 수출 기업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세금을 더 내는 기현상이 반복돼선 안 된다.

 

-동아일보(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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